[현대차 해외법인 점검]HMA, 팰리세이드가 만든 반전…재무 개선 이어질까코로나19 위기에도 실적 향상, 대규모 손실·과도한 부채비율 '지속'
김경태 기자공개 2020-09-02 10:16:43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8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판매법인(HMA·Hyundai Motor America)이 반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에서 판매한 자동차 수는 줄었지만 팰리세이드를 비롯한 SUV 차량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다만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인한 고질적인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손실이 누적된 탓에 재무구조 불안도 여전하다.
◇팰리세이드 '하드캐리', 코로나19에도 '선방'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제네럴모터스(GM), 포드를 비롯한 현지 완성차업체와 유럽, 일본의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격전을 벌이는 곳이다. 현대차는 1985년 HMA를 설립하면서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획기적으로 입지 확대를 이뤘던 것은 정몽구 회장의 역발상 덕분에 가능했다. 정 회장은 2009년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라는 파격적인 판매 방안을 추진했다. 차량 구매자가 1년 내 실직하게 되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업계에서는 '10년 10만마일' 품질보증에 이은 정 회장의 승부수로 평가했다.
그 후 현대차의 점유율은 상승했다. 2008년 5.4%에서 2010년 7.7%까지 올라갔다. 2010년에는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 5위에 올라서는데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HMA는 2014년까지 매년 흑자를 거뒀다.
그러다 2015년부터 HMA는 당기순손실 1628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우선 시장은 SUV 중심으로 재편됐는데 세단 중심의 라인업을 구성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점이 지적됐다. 또 현지 시장에서 브랜드 간 경쟁 심화, 플릿(대량 도매)판매,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 등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번 부진에 빠진 HMA의 실적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나타냈고 2017년에는 당기순손실이 8681억원에 달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반전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에 당기순손실이 1554억원이었는데, 3분기에 67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어 4분기에도 당기순이익 265억원을 거뒀다. 연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적자였지만 기대감을 키웠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HMA의 실적 개선은 팰리세이드의 공이 크다. 북미 시장에서 팰리세이드의 판매가 흥행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면서 매출 증가와 손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다른 SUV들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점도 보탬이 됐다.
팰리세이드가 일으킨 효과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도 유효했다. 현대차의 상반기 미국 현지 판매량은 27만2597대로 전년 동기보다 18.2% 감소했다. 하지만 SUV 판매가 전체의 69%를 차지했고 팰리세이드의 경우 판매량이 34% 급증했다. 이 덕분에 HMA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조81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8% 증가했다.
◇부채비율 6년만에 하락 전환했지만…여전히 500% 육박
HMA가 반전에 시동을 걸긴 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HMA의 재무구조는 흑자를 거두던 2010년대 초중반에는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냈다. 2014년까지 부채비율이 150%를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15년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년 부채비율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6년말에 250%를 넘었고, 이듬해말에는 350%를 웃돌았다. 2018년말과 2019년말에는 각각 400%, 500%를 상회했다.
올해 상반기말에는 498.9%로 6년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는 부채를 감축한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말 부채 총계는 5조7545억원으로 작년말보다 9.2% 줄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본 총계도 감소해 부채비율 하락 폭을 적게 만들었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도 12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HMA가 2014년 수준의 재무구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의 빠른 전환이 관건으로 분석된다. 과도한 인센티브 축소 등 판매 건전성 회복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우리금융 "롯데손보 M&A, 과도한 가격 부담 안한다"
- 신한캐피탈, 지속성장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체계 강화
- 하나금융, ELS 악재에도 실적 선방…확고한 수익 기반
- 하나금융, 자본비율 하락에도 주주환원 강화 의지
- 국민연금, '역대 최대 1.5조' 출자사업 닻 올렸다
- [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
- [퍼포먼스&스톡]꺾여버린 기세에…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 카드 재소환
- [퍼포먼스&스톡]LG엔솔 예견된 실적·주가 하락, 비용 절감 '집중'
- [퍼포먼스&스톡]포스코인터, 컨센서스 웃돌았지만 주가는 '주춤'
- 신한금융, ‘리딩금융’ 재탈환에 주주환원 강화 자신감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벼랑 끝 격돌' 대유위니아 vs 홍원식, 전부 걸었다
- [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회원사 늘었는데…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정체'
- [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돈 굴리기' 보수적 접근, '채권 투자' 집중
- [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부동산 거부 단체' 시세 1.3조 여의도 전경련회관
- [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국정농단 이후 회원사 미공개, 자신감 회복 언제쯤
- SK스퀘어, 크래프톤 지분 매각…체면 살린 '잭팟'
- [한경협 파이낸셜 리포트]'숫자'가 보여준 위상 회복, '돈 잘버는' 단체 거듭
- [LK삼양 뉴비기닝]소액주주에 '이례적' 차등배당, 주주가치제고 '진심'
- '자사주 소각' 한미반도체, 주주가치 제고 재확인
- [LK삼양 뉴비기닝]그룹 오너 구본욱의 변신, 경쟁력 강화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