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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열전]CJ제일제당, 후발주자 '쿡킷' 성공 열쇠는②경쟁사보다 늦은 작년 4월 출시, 물류·인건비 부담 해소 관건

최은진 기자공개 2020-09-15 08:15:13

[편집자주]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알맞은 양의 양념, 조리법 등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밀키트는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재택이 일상화 되면서 집밥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인스턴트 식품인 HMR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별다른 제조공정이 필요없는 사업이다보니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까지도 뛰어들며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다. 밀키트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과 그 현황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8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조리 편의식(Meal Kit, 이하 밀키트)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가공된 제품이 아닌 신선식품이 중심이고 이를 소분하는 작업도 기계가 아닌 사람의 몫이다.

대기업의 경쟁력은 대량생산에 있다. 국내식품 최대기업인 CJ제일제당이 유독 밀키트 사업에 시큰둥한 이유다. 경쟁 대기업들이 진출한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밀키트 사업을 시작했다. 브랜드명은 쿡킷(COOKIT)이다.

밀키트를 '넥스트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이하 HMR)'으로 보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는 아직 없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뛰어들 순 없다는 판단이다. CJ그룹이 전사적으로 수익성 중심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점도 밀키트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

◇프레시웨이·대한통운 등 계열사 협업…매출 기여도 0.1% 수준

CJ제일제당은 '비비고'라는 브랜드를 1조원 규모로 키우며 국내 식문화를 주도한다. 혼밥 및 1인가구 증가로 성장한 HMR로만 연간 약 4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전체 HMR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10%를 웃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유독 밀키트 시장에서만 약체로 평가된다. 지난해 4월에서야 '쿡킷'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경쟁사들이 2017년부터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다.

현재 CJ제일제당은 부채살 찹스테이크·밀푀유·빠네크림파스타 등 총 18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라인업을 확대하는 게 아닌 고객들의 후기 등을 참고해 없애고 다시 만들고 등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해 밀키트를 제작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CJ프레시웨이를 통해 신선식품을 소싱하고 CJ대한통운을 활용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에서 밀키트 사업은 주력 사업이 아니다.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이라 매출 규모는 몇십억원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아니다. 식문화를 선도하며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던 CJ제일제당의 기존 방식과는 꽤 다른 분위기다. 밀키트 시장에 진출할 지 여부를 검토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CJ제일제당이 밀키트 목표치로 삼은 연간 매출액은 100억원이다. 식품 매출규모만 8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밀키트가 미치는 기여도는 0.1%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올 상반기 전년대비 약 두배 가량의 성장을 이뤄지만 규모가 워낙 미미해 전체 실적에 큰 의미는 없다.

3년 내 연간 1000억원대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공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소 회의적이다. 밀키트 시장에 파급력을 HMR보다 약하게 보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CJ제일제당이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공감대 때문이다.

◇국내사업은 '캐시카우' 전략…손익 올리기 쉽지 않은 사업구조

CJ제일제당이 밀키트 사업에 주저하는 배경에는 수익성이 있다. 사업구조 자체가 손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우선 밀키트는 기계설비만 있으면 대량생산이 가능한 HMR과 다르게 소량으로만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가공식품이 아닌 신선식품 중심이기 때문에 대량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일이 직원이 소분하고 포장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신선식품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의 가격변동성도 부담이다.

물류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따른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HMR과 다르게 밀키트는 신선도가 생명인 만큼 빠른 배송이 필요하다. CJ대한통운과 함께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확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유통채널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쟁력 있는 자체 플랫폼이 없는 한 이커머스나 대형 유통사들이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유통사까지 밀키트 사업에 뛰어든 터라 비빌 언덕이 없다.

결국 CJ제일제당은 밀키트 사업이 원가·인건비·물류 등 비용부담이 만만찮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추이를 지켜보며 주판만 튕기는 중이다.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단 진입은 했지만 키우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현재 CJ그룹 내부적으로 단행하는 수익성 중심의 구조조정도 밀키트 사업을 키우는 데 발목을 잡는다. 성장하는 시장이라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한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선다는 게 현재 기조인만큼 밀키트 사업을 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CJ제일제당 내부적으로 봤을 때도 현재 추진하는 전략에 밀키트 사업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사업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적당한 규모만 유지하고 성장은 해외에서 이루겠다는 목표다.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아직 규모도 미미한 밀키트 사업을 굳이 추진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CJ제일제당은 일단 도태되지 않는 선에서만 브랜드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 하며 HMR 시장을 위협하지 않는 한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시장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밀키트 브랜드를 론칭하긴 했지만 그저 명맥만 유지할 뿐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은 없다"며 "매출 규모도 50억원 안팎으로 매우 미미한 수준인데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이 하기 적합하지 않은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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