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주 투자 시장에서 '따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신규 상장 종목의 첫 거래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서 시작한 뒤 상한가까지 달성하는 잭팟을 뜻한다. 올해 최대어인 SK바이오팜이 이 진기록을 달성한 후 새로운 속어가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다.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에서 최대 수혜자는 누구였을까. 주인공인 발행사, 딜을 이끈 주관사, 연봉이 넘는 주식을 쥔 임직원. 모두가 값진 결과를 얻었으나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큰 실리를 챙긴 것으로 꼽힌다.
외국 투자 기관은 상장 이후 무려 14거래일 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식을 팔아치웠다. 처분 물량은 418만주에 가까웠다. 상장 당일부터 거래가 가능한 주식(1023만주)의 40%에 육박한 수치다. 평균 주가(주당 19만원) 기준으로 7900억원이 넘는 규모다. 공모가가 4만9000원이었으니 투자 단가의 4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단번에 수천억원을 벌었다.
외국인만 배를 불렸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외국 기관에 먼저 수익 실현의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에 있다. 그 시기에 국내 기관 투자자가 잠잠했던 건 의무보유확약에 묶였기 때문이다. 의무보유확약은 배분받은 공모주를 일정 기간 팔지 않는다는 약정이다. 이 확약을 내건 기관은 더 많은 공모주를 배분받는다. '핫' 딜에선 국내 기관의 경쟁이 치열해 모두 의무보유확약을 내밀 수밖에 없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의무보유확약을 내건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외국 투자 기관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건 IPO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국내 IPO 시장에선 조 단위 빅딜에 외국계 IB가 참여하는 게 관례적 수순이다. 당초 전체 공모 물량의 절반 가량을 해외 투자 기관에 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 훨씬 우호적 여건이 마련돼 왔다. SK바이오팜의 경우 외국 기관이 신청한 공모 물량은 전체 기관 신청 규모의 3%에 못 미치나 실제 공모 배정에선 비중이 45%에 달했다.
상장예비기업이 해외 투자 기관에 목메는 건 외국계 롱텀펀드(Long-term)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 물량의 소화는 물론 해외 장기 투자 펀드가 공모주를 담으면 상장 뒤 주가 관리에도 유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을 비롯한 IPO 빅딜에선 의무보유확약이 없는 외국 투자 기관이 가장 먼저 차익을 실현하는 패턴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은 향후 따상 릴레이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공모주 투자 광풍으로 개미마다 끌어모은 쌈짓돈이 어쩌면 외국 투자 기관의 회수 재원으로 쓰이고 있는지 모른다. 때마침 공모주 제도 개선에 나선 금융 당국이 면밀하게 점검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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