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라이징스타’ 박성재 VIP운용 밸류팀장 [매니저 프로파일]성장산업군 유망종목 집중발굴…’KTBVIP스타셀렉션’ 스타매니저 '우뚝'
이민호 기자공개 2020-09-17 13:07:3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5일 08: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 하우스인 VIP자산운용에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개척한 매니저가 있다. VIP자산운용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는 박성재 밸류팀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박 팀장은 가치투자를 근간으로 하되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군에서 유망 중소형주를 발굴해내는 스타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공모펀드 자문과 헤지펀드 운용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 가치투자 몰입 대학생, VIP운용 핵심매니저로
1984년생 박 팀장은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재학 당시 ‘투자는 자본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품었다. 특히 존 템플턴과 워런 버핏의 저서를 탐독하며 가치투자에 큰 관심이 생겼다. 내실과 검소함을 추구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성과를 달성하는 이들의 삶의 가치관이 자신과도 일치한다고 봤다.
박 팀장은 한동대 청지기투자학회에 들어가 다수 리서치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펀드매니저로서의 미래를 준비해나갔다. 국내 투자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던 VIP투자자문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때다. VIP투자자문은 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SMIC) 출신 최준철 대표와 김민국 대표가 2003년 설립한 투자자문사로 이들 두 대표는 국내 가치투자 1.5세대로 꼽힌다.
이후 2018년 6월 운용사로 전환하며 수탁고(펀드+일임, 설정금액 기준) 1조5000억원이 넘는 국내 대표 가치투자 하우스로 자리매김했지만 당시만해도 3000억원 수준의 중소형 하우스였다. 하지만 박 팀장은 최 대표와 김 대표의 저서를 읽으며 이들의 투자스타일에 공감했고 열정을 가진 소수정예가 회사를 키워나가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박 팀장은 2010년 1월 VIP자산운용에 입사했다. 입사 초기 애널리스트로 섹터와 개별종목 리서치를 담당하다 약 2년 후인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문상품 운용을 시작했다. 당시 운용을 맡은 유안타신탁과 VIP액티브밸류랩은 현재까지도 박 팀장이 책임지고 있다.
박 팀장은 현재 밸류팀장으로 수탁고 약 2000억원의 운용을 책임지는 VIP자산운용 핵심 매니저로 거듭났다. 박 팀장이 이끄는 밸류팀은 박 팀장과 애널리스트 4명이 소속돼있다. 주로 2차전지, 5G, 전기차, 반도체, 헬스케어 등 섹터의 중소형주에 대한 리서치와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국내 산업구조 맞춤 가치투자 ‘리모델링’
박 팀장은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는 전통적인 가치투자와는 달리 국내 산업구조에서 성장성 있는 중소형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박 팀장은 해외 가치투자 기법을 그대로 국내에 대입할 경우 투자종목군이 지나치게 축소된다고 보고 있다. 기존 가치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시장에서 소외됐으면서도 주가가 저렴한 은행, 건설, 소비재 등 일부 사양산업에 대한 역발상 투자를 배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 팀장은 국내 내수시장에서만 선전하는 기업보다는 글로벌시장에서 탑티어에 오를 가능성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의 눈으로 보면 2차전지, 5G, 반도체 분야는 변동성이 심해 매력적인 투자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박 팀장은 이들 분야가 국내 산업구조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보고 오히려 집중적으로 편입한다.
박 팀장은 “한국기업들이 잘하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미국 가치투자 기법을 국내투자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와 2차전지 등 밸류체인에 속한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팀장의 투자철학이 가치투자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은 철저한 보텀업(bottom-up) 리서치로 개별종목을 선정한다는 데 있다. 특히 '주가는 이익의 함수'라는 말을 불변의 진리로 생각할 만큼 박 팀장에게 기업이익은 종목선정에서의 핵심요소다. 향후 3~5년 이익을 추정해 이익성장에 기반한 밸류에이션을 산출한다.
이런 철학에 기반하면 정작 종목선정에서 배당은 중요도가 감소한다. 오히려 배당할 현금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구사하거나 재투자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나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이 선호된다.
기업탐방을 중요시하는 것은 최 대표와 김 대표의 영향이다. 기업 경영진과 빈번하게 교류하면서도 해당 산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쓴다. 주식시장에서의 정보에만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현업의 온도를 꾸준히 체크하기 위해서다.
◇트랙레코드1: 자문상품에서 헤지펀드까지 ‘성공가도’
2012년 운용을 처음 시작한 ‘밸류프로’는 박 팀장에게도 의미있는 상품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사모펀드로 VIP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았으며 박 팀장이 운용을 주도했다.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탑티어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형주에 집중투자하는 박 팀장의 운용스타일이 유효성을 입증한 첫 번째 펀드다. 이 펀드의 이번달 7일 대표클래스 기준 누적수익률은 229.2%로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 34.8%를 약 194.4%포인트 웃돈다.
‘밸류프로’에서의 성공으로 동일한 전략을 공모펀드로까지 적용한 것이 ‘KTBVIP밸류퇴직연금’과 ‘KTBVIP스타셀렉션’이다. 2015년 7월 내놓은 연금펀드인 ‘KTBVIP밸류퇴직연금’이 성공을 거두자 공모펀드 ‘KTBVIP스타셀렉션’도 이 전략을 복제해 리뉴얼했다. 이들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동일하게 운용되는데 국내 전체 액티브 주식형펀드 중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KTBVIP밸류퇴직연금’의 누적수익률은 94.1%로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 15.5%를 약 78.7%포인트 상회한다.
박 팀장은 “’KTBVIP밸류퇴직연금’과 ’KTBVIP스타셀렉션’은 가치투자가 시대에 뒤쳐지는 것이라는 우려와 편견을 깨고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VIP자산운용의 헤지펀드로도 반경을 확대했다. 올해 2월 내놓은 ‘VIP K-Leaders 732’는 주식 70%, 대체투자 30%, 아비트라지(차익거래) 20% 비중으로 각각 투자하는데 주식투자분에 대해 박 팀장이 운용을 책임진다. 이 펀드는 누적수익률 35.7%를 기록하며 5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어 6월에는 ‘VIP K-Leaders 2X’도 출시했다. ‘VIP K-Leaders 732’와 동일한 전략을 취하는 2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일으켜 최근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미국시장을 이기겠다는 의도로 출시했다.
◇트랙레코드2: 과감한 스타일 변화, 독자적 영역 구축
박 팀장이 VIP자산운용에 입사한 2010년은 국내증시에서 이른바 자동차·화학·정유 관련주의 랠리가 이어진 ‘차화정’ 장세가 마무리되고 있던 때였다. 차화정 장세 이후 가치주 장세가 펼쳐졌고 이후 약 3년간 국내 가치투자 하우스들에 돈이 대거 몰렸다. 당시 박 팀장도 다른 가치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가치투자 기법의 유효성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이후 가치주 장세마저 주춤하면서 가치투자 하우스들이 시장보다 언더퍼폼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특히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던 자동차부품주에서 쓴맛을 봤다. 차화정 장세 이후에도 자동차부품주에서는 이익이 정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역발상 투자의 적기로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저성장 우려와 함께 전기차로의 전환에 따라 내연기관 관련주가 외면받고 있었다. 이후 시장의 우려는 현실화됐고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부진을 이어가자 자동차부품주의 이익도 감소했다.
박 팀장은 이때 국내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산업에서 종목을 발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VIP자산운용 내부에서도 반도체, IT, 2차전지, 5G, 헬스케어 등 섹터에 대한 리서치를 거의 수행하지 않던 때였다. 박 팀장의 주도 아래 밸류팀 인력을 보강하면서 이들 성장산업을 커버하기 시작했다.
투자를 시작한 직후 성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국내 IT 관련주가 조정받았고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높던 코스닥 중소형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8년 10월까지 부진했던 주가가 이후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지난해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특히 박 팀장이 2018년 발굴한 한솔케미칼 등 반도체소재 관련주에서 이익기여도가 컸다. 반도체소재가 반도체산업에 속해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장의 인식과 달리 매년 이익이 계단식으로 늘어나는 데 주목한 것이 주효했다.
박 팀장은 “성장하는 산업에 포함돼있어야 기업에도 더 기회가 생기고 평균성장률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며 “업황이 좋든 안 좋든 꾸준히 계단식으로 이익이 오르는 기업을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평가: 통찰력 겸비한 ‘플레잉코치’
박 팀장이 기존 가치투자 기법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스타일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VIP자산운용 특유의 포용적인 문화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기존에 하우스 내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성과를 직접 내보였기 때문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박 팀장은 성장성과 확장성 등 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해 투자 판단에 녹여낼 수 있는 리서치 능력이 탁월하다”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성과로 증명해내면서 조직 내에서도 리서치가 성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팀장으로서의 리더십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박 팀장의 리더십은 ‘플레잉코치’로 요약할 수 있는데 기업탐방과 세미나에 밸류팀 소속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최적의 투자대상을 찾는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박 팀장이 성장주에 대한 분석력과 통찰력을 인정받으면서 회사 차원에서도 운용권한을 늘려주기 시작했다”며 “운용을 맡았을 때의 책임감과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야성은 다른 매니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양극화 심화속 성장주 발굴 지속
박 팀장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며 주식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성장기업과 정체기업을 구분하는 양극화는 가속화됐다고 보고 있다. 박 팀장의 최근 관심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시장환경 변화에 집중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환경일수록 성장하는 산업과 종목을 골라내는 매니저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양극화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기본적인 전망 속에서도 성장하는 산업과 종목에 대한 투자기회는 존재한다”며 “비관적인 시장전망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현실적인 접근도 가능하며 매니저로서 수익기회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최근 나심 탈레브의 저서 ‘행운에 속지마라’와 ‘스킨 인 더 게임’을 탐독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로서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현재의 성과들에 운이 작용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실력을 과장해서 평가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게임할 때는 살갗을 태워라’라는 책 속의 말처럼 운용상품에 개인자산도 투자해 수익자와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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