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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구조조정]리조트 매각, 그룹 유동성 확보 도움될까매각대금, 아시아나항공 계열쪽으로 유입될 듯...승계 계획도 '물거품'

유수진 기자공개 2020-09-25 08:29:47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 금호리조트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구조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일한 레저 계열사를 떼어내더라도 그룹(금호고속·금호산업) 차원의 유동성 확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내부적으로 '기업가치제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자구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 하에 노선조정과 내부원가절감, 조직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진종섭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이 이끄는 TF에는 직원 20여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계열사 지분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력하게 점쳐지는 건 증손회사격인 금호리조트다. 앞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에어서울, 에어부산,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 여러 매각 부분도 필요하다면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항공 자회사 뿐 아니라 리조트도 매각리스트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아시아나CC를 포함한 금호리조트가 매각대상으로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끝까지 금호리조트를 지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CC 안에 개인별장이 있어 평소 애정이 컸던 데다 딸인 박세진 상무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던 계열사라는 이유 등이다.

실제로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지분 거래를 통해 금호리조트를 가져오는 방안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 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채권단과 협의 하에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금호리조트가 실제 매각되더라도 금호그룹에 돌아오는 '몫'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매각구조나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분석은 불가능하지만 지분구조를 통해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지배구조상 금호리조트의 주요 주주는 모두 아시아나항공 아래에 몰려있다.

현재 금호리조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48.8%를 보유한 금호티앤아이다. 금호티앤아이의 최대주주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IDT(40%)다. 지배구조를 따져보면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금호티앤아이→금호리조트로 이어진다. 금호리조트가 아시아나항공의 증손회사 격인 셈이다.

금호리조트의 나머지 지분(51.2%)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골고루 나눠갖고 있다. 아시아나IDT(26.58%)와 아시아나에어포트(14.63%), 아시아나세이버(9.99%) 등이다. 아시아나IDT는 직접, 그리고 금호티앤아이를 통해 금호리조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실질적으로 금호리조트에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호리조트 매각 대금을 지분율 대로 나눠 갖는다고 가정하면 금호티앤아이에 절반 가까운 금액(48.8%)이 유입된다. 나머지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로 향한다. 금호티앤아이의 주주는 아시아나IDT(40%)와 아시아나에어포트(24%), 금호산업(20%), 아시아나세이버(16%)다. 금호산업을 제외하곤 모두 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매각 대금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로 흘러가 금호그룹의 실질적 유동성 확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유추가 가능하다. 금호티앤아이는 금호산업의 관계회사로 손익이 연결재무제표상 지분법이익으로 반영된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금호산업이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이 유입돼 재무상태가 나아지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재무제표에도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금은 M&A 무산으로 채권단이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투입과 영구채 출자전환을 예고하며 사실상 채권단 관리 체제가 시작된 상태다. 특히 채권단은 대주주 차등감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 재무상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금호리조트 매각시 박 전 회장의 경영 승계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당초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심하며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게, 금호리조트를 딸 박세진 상무에게 물려주려고 구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박 전 회장은 2년 전인 2018년 7월 전업주부였던 박 상무를 돌연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임원으로 인사발령 내기도 했다. 당시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금호리조트는 그룹 내 비중과 중요도가 적은 곳"이라며 "거기서 훈련을 통해 사회 공부도 하고 경영 공부도 하는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박 상무의 경영수업은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으나 금호리조트가 매각되면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금호리조트의 주인이 바뀌면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은 박세창 사장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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