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무형자산 분석]위메이드, 긴 소송 끝에 미르 IP 가치 '7조' 확인⑤20년 지났지만 여전한 팬덤·막대한 수익 창출력 평가 기준
서하나 기자공개 2020-09-25 08:15:57
[편집자주]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을 말한다. 게임산업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 기준이 없어 실제보다 과소계상한 가치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계에선 핵심무형자산 지표를 도입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간 회계 정보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벨에서 게임사별 무형자산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른 기준이 미비하다 보니 인수합병(M&A)을 제외하면 게임사가 무형자산을 제대로 평가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다만 특별한 예외가 하나 있는데 바로 지식재산권(IP) 소송이 벌어졌을 경우다.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2를 둘러싼 오랜 소송으로 출혈이 컸지만 IP 가치 평가 측면에선 남들보다 먼저 해답을 찾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르의전설2 IP 등 전기류 게임의 중국 연간 시장 규모를 약 9조4000억원, 미르 IP의 총 시장 규모를 약 6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국제 회계기준의 부재 속 게임 IP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거의 최초의 사례다. 게임 IP는 이미 현실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형자산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르의전설2 IP는 어떻게 전설이 되었나
게임 개발자 1세대 박관호 의장은 1996년 국민대 재학 시절 컴퓨터 동아리 친구들과 교육용 소프트웨어 제조사 액토즈소프트를 설립, 국내 1세대 MMORPG인 미르의전설1을 개발했다. 그는 게임을 만드는데 더욱 매진하고 싶어 2000년 2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현 위메이드)를 세웠다. 분사 과정에서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 지분 40%와 미르의 전설 IP의 공동소유권을 보유했다.
분사한 위메이드가 만든 게임이 바로 온라인 MMORPG 미르의전설2였다. 이 게임은 먼저 국내에서 먼저 좋은 반응을 얻었고 2001년 6월 중국으로 진출했다. 당시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중국 게임사 샨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기로 했다. 때마침 중국에서 급속도로 인터넷이 보급되고, 무협 장르에 대한 높은 선호도까지 맞물리면서 미르의전설2는 단숨에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르의전설2는 2002년 국산 온라인 게임으로선 최초이자 중국 온라인 게임 중 최초로 동시 접속자 35만명을 기록했다. 전세계 동시 접속자로는 국내 신기록이었다. 2004년엔 중국 게임시장 점유율 65%대, 2005년엔 중국 동시 접속자 수가 80만명으로 늘어났다. 미르의전설2가 당시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집어삼켰단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워낙 높은 인기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2의 IP를 무단 도용한 게임이 무분별하게 등장했다. 심지어 미르의전설2 서비스를 맡은 샨다게임즈마저 일방적으로 로열티 지급을 중단하고 IP를 도용한 전기세계를 출시했다. 기나긴 소송의 시작이었다.
◇"IP를 지켜라"…칼을 빼든 위메이드
미르의전설2를 둘러싼 소송은 쉽지 않았다. 2004년 샨다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면서 3 회사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2014년 취임한 장현국 대표는 숙원사업으로 미르의전설 IP의 온전한 회복을 꼽고 합당한 로열티 수익을 받겠단 목표를 세웠다.
위메이드는 긴 소송으로 매 분기 수십억 대 지급수수료를 지출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14년과 2015년 영업손실 315억원, 117억원을 낸 뒤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41억원, 60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2018년 다시 마이너스(-) 36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역시 영업손실 93억원을 냈다. 그럼에도 IP에 대한 권리를 되찾아야 합당한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이미 지출한 막대한 비용도 회수할 수 있기에 소송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인고의 열매는 올해 초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위메이드는 최근 샨다게임즈와 액토즈소프트와의 IP 저작권 침해정지 및 손해배상청구 1심과 2심, 37게임즈 대상의 소송 등 주요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승기를 쥐었다. 샨다게임즈와 소송에선 주요 게임 64개 중 약 90%에 이르는 57개를 침해 게임으로 인정받았다. 대한상사중재원(KCAB)도 킹넷의 자회사 지우링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위메이드 손을 들어줬다.
◇소송이 남긴 전리품?…미르 IP 가치평가
무엇보다 위메이드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제대로 된 미르의전설2 IP의 가치 평가를 진행했단 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최근 미르의전설2 등이 포함된 전기류 게임의 연간 시장 규모를 약 9조4000억원(550억원 위안)으로 추정했다. 미르 IP의 시장 규모는 약 6조7000억원(390억 위안)이며, 구체적으론 PC 게임 약 4200억원, 모바일 게임 3조7000억원, 웹게임 약 1조5000억원 등으로 파악했다.
여기엔 올해 7월 기준 미르의전설2가 정식 서비스 이후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이용자의 60% 이상이 30대 이상으로 10~20대 초반부터 10~15년 이상 전기류 게임을 꾸준히 즐기면서 탄탄한 팬덤(fandom)을 형성했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
상반기 기준 위메이드의 무형자산 규모는 산업재산권, 라이선스, 영업권, 기타의 무형자산 등을 모두 합쳐 약 89억원에 불과하다. IP의 실제 가치와 게임사의 무형자산 평가 사이에 얼만큼의 괴리가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현실에서 미르의전설2의 수익 창출력은 막강한 수준이다. 미르의전설2이 2011년까지 벌어들인 전세계 누적 매출 2조2000억원은 당시 신형 소나타 8만5000대, 삼성전자의 신형 LED TV 110만대 이상 판매 실적과 맞먹는 규모였다. 또 영화 아바타의 전 세계 흥행 수입, 드라마 겨울연가의 가치 평가와도 버금간다.
위메이드는 소송의 실질적인 결실로 약 2946억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수령할 전망이다. 지난해 위메이드의 연간 매출 1136억원의 3배에 이른다. 이와 별개로 미지급 로열티, 미르의 전설 IP 기반 수익 등을 합쳐 승소에 따른 수익이 약 5000억~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층 공고해진 미르 IP를 활용해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 전개한단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반기 모바일 게임 미르4의 출시를 시작으로 미르 세계관을 활용한 영화, 드라마, 웹툰, 소설 등 다양한 IP 확장 등을 준비하고 있다.
미르의전설2를 둘러싼 소송은 게임 업계 무형자산사(史)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중요한 사건이다. 수많은 아류작이 쏟아진단 사실은 당사자로서 몹시 피곤한 일이지만, IP의 파급력이 그만큼 강력하단 방증이기도 하다. 학회에선 게임산업의 무형자산이 재무제표 상에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핵심 무형자산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게임 IP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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