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찾는 유통 IT]"롯데 폐점 슈퍼·마트, 도심형 무인 물류센터로 전환"③현종도 롯데정보통신 상무 "이마트와 다른 길 간다…저비용 고효율 다크스토어 늘릴 것"
전효점 기자공개 2020-10-13 11:25:20
[편집자주]
유통가에는 올해 '언택트'(Un-tact) 바람이 불면서 리테일테크(Retailtech)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신생 이커머스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기존 사업구조와 영업자산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정보통신, 신세계I&C, CJ올리브네트웍스 등 유통 대기업의 IT 계열사들이 혁신의 선봉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벨은 IT 계열사 사업 면면을 톺아봄으로써 전통 강호들이 코로나19 이후 펼쳐질 언택트 시대에서 어떤 청사진을 갖고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지 엿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7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는 구조조정 중인 마트나 슈퍼 일부를 도심형 물류센터로 전환함으로써 저비용으로 비즈니스 전환(Business Transformation)의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지난달 24일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사무실에서 더벨과 만난 현종도 컨설팅부문장 상무(사진)는 "언택트 시대를 마주해 롯데는 신세계(이마트)와 다른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면서 도심형 물류센터, 이른바 '다크스토어'를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이마트나 쿠팡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는데 수천억원 단위 투자를 이어나가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롯데는 도시 외곽의 대형 물류센터보다는 도심지에 위치한 기존 점포를 자동화된 소형 물류센터로 전용하는 방식을 통해 내실을 유지하면서 디저털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상무는 롯데정보통신 DT사업본부에서 내외부 컨설팅을 종합하면서 DT(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PwC, IBM을 거쳐 딜로이트컨설팅에서 22여년간 근무하면서 다수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혁신에 성공한 풍부한 경험이 있는 컨설턴트다. 그룹에 발을 들인 지 만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통, 물류, 제조 등에 걸쳐 그룹이 DT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청사진이 명확했다.
그가 언급한 '다크스토어'는 롯데정보통신의 기술이 집약된 소형 물류센터다. 언택트 시대에 롯데 유통사업이 걷는 길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크스토어는 이미 시범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스토어와도 구분된다.
롯데마트가 광교점, 중계점, 잠실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스토어는 일반적인 할인점을 개조해 한쪽 편에 반자동화된 풀필먼트 시스템을 설치한 것이다. 사람들이 일일이 물건을 집어와 포장해서 배송하는 일반적인 점포 PP(Picking&Packing)센터를 조금 더 자동화한 형태다. 반면 다크스토어는 손님들이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철저히 온라인 주문에만 대응하는 물류센터다.
롯데가 기존 점포를 스마트스토어뿐만 아니라 다크스토어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는 배경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무는 "도심 내 위치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배송 시간을 단축해 온라인 신선식품 경쟁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다크스토어를 통해 롯데가 그간 취약했던 새벽배송·바로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 초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데 이마트나 쿠팡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았다. 대신 할인점과 슈퍼 매장을 일종의 물류센터처럼 활용해 영업시간(10:00~24:00) 내에 접수되는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배송을 처리했다. 하지만 할인점이나 슈퍼는 영업 규제를 받는 새벽시간 대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올 들어 코로나19로 새벽배송 수요가 급등하자 이마트처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미리 확보해둔 경쟁사는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을 공세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후발주자인 롯데로서는 도심지 외곽에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은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이에 선택한 것이 올초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적자 점포를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점포 대부분은 대형 물류센터보다는 규모가 월등히 작지만 대신 집객력이 우수한 도심지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따라서 경쟁사 대비 주문에서 배송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상품의 신선도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소형 매장을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데 드는 시간도 짧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았다.
롯데가 발빠른 혁신에 나설 수 있었던 까닭은 롯데정보통신의 기술력과 솔루션 덕분이었다. 롯데정보통신은 2017년 이후 ESL(전자가격표시제), 스마트카트, 무인 계산대(키오스크) 등 무인점포 기술을 누적해왔다. 물류 계열사 글로벌로지스의 DT에도 깊숙이 관여하면서 물류BPO 시스템, 물류자동화 설비, 차량 관리, 블록체인 이력관리 등의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롯데정보통신의 풍부한 기술적 백그라운드는 롯데쇼핑이 단시간에 혁신을 실행할 수 있는 저력이 돼 줬다.
현 상무는 "코로나19 이후 유통 기술뿐만 아니라 물류기술까지 중요도가 상승했다"면서 "롯데정보통신이 유통에서 물류까지 아우르는 기술을 기반으로 내달부터 마트와 슈퍼가 추진하는 점포 혁신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는 앞으로 쿠팡이나 이마트와도 다른 롯데만의 길을 갈 것"이라며 "무리한 설비투자보다는 비용 효율적으로 DT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가 추진하는 이같은 DT 전략은 코로나19 이후 시대까지 내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는 온라인으로 일시적으로 몰렸던 소비 중 일부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점포의 기술적 진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풍부한 매장 경험을 제공하면서 앞으로 승기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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