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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 힘겨운 AA급 방어…채권시장 이미 A급 대우 [Rating&Price]펀더멘탈 저하, 순손실 지속...연말 등급 강등 가능성 존재

남준우 기자공개 2020-10-15 13:25:4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3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호텔 업체의 펀더멘탈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표 호텔 기업인 호텔롯데(AA0)와 호텔신라(AA0)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피하지 못했다.

이 탓에 연내 신용등급 강등이 점쳐지고 있다. 시장은 이미 호텔 기업 채권을 원래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 면세업에 대한 인천공항 지원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별다른 매력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채권 시장, 2 notch 낮은 A+와 동일시

시장에서는 이미 AA0급인 호텔신라와 호텔롯데 회사채를 A+급 가격으로 저렴하게 거래하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미 발행사 개별민평이 AA0등급의 평균보다 높다.

한국자산평가, 나이스피앤아이, KIS채권평가, 에프앤자산평가 등 4곳의 채권평가사가 메긴 호텔신라의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개별민평은 8일 기준 1.811% 정도다. 같은 신용등급(AA0) 회사채 등급민평인 1.406%보다 40.5bp나 높은 수준이다.

호텔롯데의 개별민평은 더 안 좋게 평가받고 있다. 이날 기준 연 1.896%로 보유 자산과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같은 등급을 부여받은 이마트(1.406%), 지에스에너지(1.411%)와도 큰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A+등급의 3년물 등급민평은 1.810%다. 두 회사 모두 시장에서 실제 등급보다 2노치(notch) 낮은 A+ 등급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하향 트리거 이미 도달


호텔기업 펀더멘탈은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훼손됐다. 재무지표 저하로 올 상반기말 기준 두 회사 모두 국내 신용평가사의 일부 등급 하향 트리거에 도달했다.

올 상반기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5%, -8.5%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의 하향 트리거를 넘어섰다. 호텔신라의 경우 EBITDA가 적자 전환되며 ‘총차입금/EBITDA’가 NICE신용평가가 제시한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호텔롯데는 회사채 발행 대신 CP(기업어음) 발행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이미 8월 3000억원, 9월 2000억원을 발행했다. 8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1500억원 규모의 CP를 한번 더 발행할 것을 예고했다.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거세져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지 않아지자 우회 경로를 사용한다는 평가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당장 상황만 본다면 등급 하향으로 이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라며 “하지만 모기업들의 지원 여력이나 면세점 지원 기조 등을 고려했을 때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지원에도 면세사업 회복 힘들어


사태가 악화되자 인천공항은 면세업자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신용등급 방어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사실상 면세사업자다. 호텔롯데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 호텔신라는 90%에 육박할 정도로 면세사업부 의존도가 강하다.

면세사업은 해외 여행객 유입이 곧 실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면세점을 주름잡는 중국 방문객이 급감했다. 2015년부터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관광객의 30% 이상을 차지해왔다. 작년 중국인 방문객은 600만명으로 전체(1750만명)의 34%였다.

하지만 올 1월~5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61만명에 그쳤다. 작년 동기 232만명이 방문한 것에 비해 73%나 줄었다. 큰손인 따이공(보따리상) 잡기에 나섰지만 중국 여행업체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 규모가 커 남는 것이 없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 2018년 매출액 대비 송객수수료 비중은 40%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켰던 호텔신라 면세사업부는 올 상반기 1조2800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매출은 작년 동기(3조)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진 1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악화됐다. 호텔롯데는 영업손실 34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000억원 수준을 기록한 작년 상반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호텔신라도 올 상반기 영업손실 130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영업이익 1608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인천공항 지원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이다. 지난 1월 제4기 1터미널 사업 입찰 공고가 대부분 유찰되자 인천공항은 입찰 조건을 대폭 하향했다. 최소보장금(임대료) 없이 영업료만을 납부하도록 했다.

딱히 매력이 없다는 평가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를 낮춰줘도 면세업계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면세기업들이 임대료를 더 낮추기 위한 액션이라고 평가한다.

호텔기업들은 면세사업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등급 방어는 힘들어 보인다. 크레딧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는 가정하에 빠르면 올 연말 등급 강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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