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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림로봇, 시장논리 벗어난 삼부토건 매각 철회 [오너십 시프트]③'고가 처분 이익·계약금' 포기, 주가 급등에 안도

박창현 기자공개 2020-11-04 10:30:23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2일 13: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림로봇과 삼부토건의 끈질긴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년 넘게 끌었던 주식 처분 계약이 결국 해지된 탓이다. 거래 상대방과 상호 합의로 내린 결정이었다. 다만 당시 계약 조건은 휴림로봇 측에 유리했다. 시장 가격과 비교해 고가 처분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계약 해지를 받아들였고, 계약금까지 돌려줬다. 그나마 이후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해 금전적 손실을 면한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휴림로봇은 2년 넘게 끌어온 삼부토건 지분 1000만주(7.3%) 양도 결정을 최근 철회했다. 당초 해당 지분을 주당 1870원, 총 187억원에 '웰링턴엠앤에이펀드제일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웰링턴PE)'에 팔 계획이었다. 하지만 양측은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주식 매매 조건과 해지 합의 사안을 보면 시장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표면상 휴림로봇이 더 많은 것을 잃었다. 당장 고가 처분 기회가 사라졌다. 계약 해지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삼부토건 평균 주가는 1175원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계약 처분 가격은 주당 1870원이었다. 시가와 비교해 60% 더 높은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이미 받았던 계약금 18억7000만원도 돌려줬다. 휴림로봇 측에 귀책 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권리를 포기했다. 더 나아가 양측은 다른 손해배상 문제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휴림로봇과 웰링턴PE를 사실상 한배를 탄 파트너 관계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1년 전 파격적인 조건으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을 때부터 예측 가능한 '밀월'이었다는 평가다.

휴림로봇은 작년 3월에 웰링턴PE와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새로운 계약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거래 조건을 승계하는 구조였다. 계약 내용에 따라 웰링턴PE는 삼부토건 주식을 주당 1870원에 사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삼부토건 주가는 700원대에 불과했다. 사자마자 11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이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웰링턴PE는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손해 보는 장사에 투자자가 등장한 것 자체가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양측이 단순 투자 관계 이상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다.

이번 상호 계약 해지는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휴림로봇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고 거래 상대방 측을 보호해줬기 때문이다. 더욱이 휴림로봇은 올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삼부토건 주가가 급락하자 이미 한 차례 납입 기한을 6개월이나 연장해줬다. 이 정도 편의를 봐줬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금을 몰취하기는 커녕 오히려 돌려줬다. 양 측 관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매매 계약 해지 후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해 경제적 손실이 없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삼부토건은 지난달부터 대형 수주 계약이 연이어 터지면서 주가가 38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예정됐던 매각가와 비교해 190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더 거두고 있다. 만약 주가가 더 떨어졌다면 고가 처분 기회를 놓친 경영진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휴림로봇 관계자는 "삼부토건 주가가 오르면서 휴림로봇도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며 "삼부토건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정해진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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