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산은, 차등감자 못하는 이유…첫단추부터 잘못여전히 경영 중인 박삼구의 사람들...금호석유화학도 '모험'
박기수 기자공개 2020-11-09 11:37:3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6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 측인 산업은행 측이 드디어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으나 그 방법에 논란이 일고 있다. 모든 주주가 동등한 비율로 주식을 삭감하는 균등감자 방식을 택한 것이다.곧바로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소액주주들은 산은의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균등감자가 아닌 차등감자를 주장했다. 금호석화를 포함한 소액주주보다 박삼구 회장 등 금호 측의 감자비율이 훨씬 커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차등감자? 산은 잘못 스스로 인정하는 꼴"
산업은행은 왜 균등감자안을 주장했을까.
우선 산업 구조조정 당시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의 '감자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0년 금호그룹 위기가 발발했던 때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 및 금호 측이 보유한 주식을 100대 1로, 금호석유화학 등 기타 주주들의 지분은 6대 1로 차등감자했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때도 차등감자가 이뤄졌던 바 있다.
통상적인 구조조정 원칙중 하나는 대주주에 대한 책임이다. 이 원리에 빗대어 봤을 때 감자는 균등이 아닌 차등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첫 단계부터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신 다른 작업에 착수했다.
바로 구주 매각이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유지한 채 주식을 좋은 가격에 팔아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 거래가 진척됐지만 코로나19 등 여러 요인이 불거지면서 딜은 없던 일이 됐다.
이제 와서 '차등감자'를 주장하는 것은 다시 말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산은의 구조조정 방식이 틀렸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초기 단계 매각을 추진하기 전에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차등감자를 했어야 했지만 산은은 대신 경영실패에 대한 면죄부를 주며 구주 매각을 약속했다"라면서 "이제라도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면 균등이 아닌 차등감자안을 발표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의 인물들, 여전히 경영중
산은은 균등감자를 주장한 이유중 하나로 매각 결정 이후 대주주 측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손을 뗐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은 여전하다. 현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사내이사들 대부분이 박삼구 회장이 경영할 시절 임명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박삼구 회장 시절 아시아나항공의 관리본부장과 전략기획본부장·경영관리본부장을 지내다가 작년 9월 대표로 임명됐다. 또 한 명의 사내이사이자 현 경영관리본부장인 안병석 전무는 재직기간이 5년이 넘는다(2020년 상반기 말 기준).
이외 금호산업의 사내이사진 역시 장기 재직한 인물로 박삼구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강력한 인물들이다. 박홍석 부사장과 조완석 전무는 재직 기간이 각각 1년 4개월, 2년 4개월이다. 대표이사인 서재환 사장은 7년 4개월째 금호산업의 사내이사진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물러났다고 하지만 오너가 임명했던 인물들이 여전히 이사회에서 주요경영사안을 결정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부실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균등감자를 진행한다는 것은 산은의 구조조정 원칙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균등감자가 산은 내부의 결정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제기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리스크, '구조조정 발목' 논란
차등감자를 주장한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의 논리는 대주주 책임이라는 구조조정 논리와 부합한다는 평가다. 소액주주들과의 이해관계와도 들어맞는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에게도 리스크는 있다. 바로 구조조정을 발목잡는 게 아니냐는 '역풍'이다.
만에 하나 균등감자안이 부결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다양하다. 우선 항공업 구조조정의 일정이 연기되며 전체적인 모양새가 지지부진해진다. 또 실제 진행될 지 여부와는 관계 없이 상장폐지라는 단어도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자본잠식률 등 아시아나항공은 상폐 요건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역풍을 무릅쓰고 금호석유화학이 차등감자안을 주장한 이유는 간단하다는 평가다. 원칙에 부합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역시 차등감자안을 주장했지만 역풍의 존재를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소액주주들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만에 하나 산은의 반격이 있을 경우 그 화살은 오롯이 금호석유화학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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