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지배구조 'D등급'…오너 부재의 한계? 주주권리 제고노력 미흡, 시스템도 '1인 중심' 지적
박기수 기자공개 2020-11-23 10:43:4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8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총계 4조원의 태광산업이 올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 지배구조 등급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오너 부재 상황 속에서 문화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분주히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재계 트렌드인 'ESG 경영'에 발 맞추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평가다.◇주주권리 챙길 여력 없나
왜 최하인 D등급일까.
우선 석유화학업계의 조용한 강자로 꼽히는 태광산업은 별도의 기업설명회(IR)를 갖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 가장 마지막 IR 개최 안내공시는 2009년 말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투자자들과의 소통에서 미흡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평정기관의 지적이다.
분기별 사업 성과와 재무 상태, 향후 사업 전략 등을 공유하는 실적발표회도 따로 없다. 예컨대 태광산업의 3분기 실적은 분기가 끝난 9월 말이 아닌 감사가 끝난 분기보고서가 공시되는 11월 중순 경에야 공개된다. 올해의 경우에도 태광산업은 보고서 제출 데드라인인 11월 16일 늦은 오후에 분기보고서를 공시했다.
투자자들과의 불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주총회 4주 전 공시나 전자투표제 채택 등 주주 권리를 챙기려는 기업들과 다르게 기존 폐쇄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월 24일 열렸던 정기주주총회의 경우에도 태광산업이 주주총회소집결의를 공시한 시점은 고작 19일 전인 3월 5일이었다.
배당 규모 역시 코스피(KOSPI) 상장사 평균(41.25%)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태광산업은 작년 연결 순이익 1675억원 중 13억원만을 투자자들에게 환원했다.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0.96%에 그친다. 작년 뿐만 아니라 2017년(1.17%), 2018년(1.18%) 등 태광산업의 저배당 기조는 오래된 일이었다.
◇이사회 중심 경영과는 거리 먼 지배구조
이사회 중심 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태광산업의 이사회 틀은 여전히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태광산업의 이사회는 대표이사 2인(홍현민·박재용)과 3인의 사외이사(홍성태·김오영·이재현)으로 이뤄진다.
이사회 소집권이 있는 이사회 의장은 홍현민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업종 특성상 글로벌 경기 등 경영환경 변화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 및 지속적이고 책임있는 설비투자가 진행돼야 한다"라면서 "사외이사 의장의 경우 공정성, 감독기능은 충족하지만 업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 경영 효율성이 다소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대표와 의장의 겸임 사유를 밝혔다.
다만 이는 이사회가 아닌 1인 중심의 경영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대표와 의장 분리, 겸임 중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1인 중심이 아닌 이사회 중심 경영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라면서 "글로벌 화학사나 국내 동종업계 기업들도 대표와 의장 분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역시 홍현민 대표이사가 참여한다. 이사회 경영의 한 축인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사추위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돼야 독립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게 평정기관의 시각이다.
◇오너 없는 오너기업의 한계?
태광산업이 정체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총수 부재의 요인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은 작년 중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 전 회장은 관련 혐의로 2012년 초 태광그룹 회장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다.
당시 그룹 핵심인 태광산업을 비롯해 대한화섬, 티브로드홀딩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등기임원직을 맡고 있었던 이 회장의 퇴진으로 태광그룹은 현재까지 설비투자나 사내 ESG 관련 경영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정체돼있다는 평가다.
2018년 말 기업문화 쇄신을 위해 정도경영위훤회를 신설하고 '광우병 PD수첩 기소 거부 검사'로 유명한 임수빈 전 서울지검 부장검사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아직 거버넌스 측면에서 발전된 모습은 보이고 있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기업 특성 상 오너의 재가 없이는 경영 문화 등을 바꾸기 힘들 것"이라면서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몇 년째 달라진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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