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예비심사 문턱 넘을까…단일 주력제품 한계 질적 요건 중 '기업계속성' 평가 주목
남준우 기자공개 2020-12-04 13:10:01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09: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맥주가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예비심사라는 첫 관문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최근 거래소는 질적 요건을 까다롭게 보고 있다.특히 식음료 제조업체들에 대한 '기업 계속성' 항목을 주목한다. 수제맥주 시장은 몇 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비심사 단계에서부터 걸러진 업체들도 존재하는 만큼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주목된다.
◇식품 제조업체 사례 참고할 만
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질적 요건으로 △기업 계속성 △경영 투명성 △경영 안정성 △기타 투자자 보호 등을 제시했다.
비슷한 업종 중 최근 상장을 시도했던 식음료 제조업체들의 고민거리는 기업 계속성 요건이다. 기업 계속성 항목은 영업상황과 기술성, 성장성 등이 포함된다.
육가공 제품 생산업체 마니커에프앤지, HMR 생산업체 우양 등은 한국산업표준분류상 식료품 제조업에 해당한다. 제주맥주가 속한 음료 제조업과 조금 다르지만 질적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마니커에프앤지, 우양 모두 제품 특성상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 경쟁사가 CJ제일제당, 롯데푸드, 동원F&B 등 대형업체다.
대형업체와의 경쟁 속에서 두 기업이 사업 계속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견고한 진입장벽과 확실한 흑자를 보장한 제품들 덕이다.
마니커에프엔지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닭고기 가공육 판매 1위 기업이다. 롯데리아, BHC, 맥도날드 등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향 매출이 70%를 차지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에서 경쟁력을 보여 기업 계속성을 인정받았다.
우양은 상장 당시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HMR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효자 제품 핫도그는 시장점유율 30%에 육박하는 압도적 1위다.
두 회사 모두 실적도 양호했다. 마니커에프엔지는 2018년 62억원, 2019년 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우양도 2018년 66억원, 2019년 60억원으로 흑자였다.
◇질적 요건 충족 못한 사례도 존재
하지만 시장 점유율과 실적만으로 질적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거래소로부터 미승인을 통보 받은 여수새고막이 대표적이다.
여수새고막은 새꼬막 양식 및 유통 등을 하는 어업전문기업이다. 올 4월 교보스팩9호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노렸다. 매출이 2018년 156억원, 2019년 191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2년 연속 약 3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상장을 거부했다. 기업 계속성 부분에서 질적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꼬막이라는 단일 제품만으로 기업 계속성을 보장받기 힘들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꼬막을 삶아서 유통하는 것만으로 사업 지속성과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라고 밝혔다.
◇대형업체 진입,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지속성 관건
제주맥주도 양조장 투어·대관 등의 사업을 하지만 판매 제품이 맥주류로 단일화됐다. 대형업체 진입으로 레드오션이 우려된다.
오비맥주는 2018년 수제 맥주 브랜드 더 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를 인수했다. 하이트진로도 밸라스트포인트와 정식 수입 계약을 맺고 시장에 진입했다.
수입맥주와 경쟁도 관건이다. 40% 남짓의 국산 맥주 매출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에서 6%까지 올라왔다. 수입맥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본맥주가 불매운동 직격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모르고 해외 수제맥주가 규모나 접근성 면에서 뒤지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
다만 주세법이 종량세로 바뀌며 업황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다. 수제맥주에 붙는 세금이 최대 30% 가량 감소했다. 종전보다 2000원~3000원 낮아지며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164억원에서 2019년 88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매년 20~30%씩 성장한다. 제주맥주도 최근 200% 이상 성장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했다.
거래소 측이 질적심사에서 기업 계속성을 어떻게 판단할 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제주맥주 예비심사는 아직 진행 중인 사항이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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