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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밸류 '과욕'의 후폭풍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20-12-07 13:36:1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 증권사 IB(투자은행)로부터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IPO를 준비 중인 발행사 오너나 CEO(최고경영자)를 만나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욕심을 버릴 것을 당부한다고 한다. 대개는 높은 밸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애지중지 키운 기업이 높게 평가받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열심히 공부 시킨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마음과 같다. 하지만 IB는 시장 눈높이와 거리가 먼 밸류를 내놓았을 때 결과를 숱하게 봐왔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한다. 그런데 한번 떨어진 주가가 도무지 회복되지 않는다. 2~3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상승 곡선을 그린다. 투자자에게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이 좋아져도 관심을 못 받는다.

그래서 IB는 이렇게 제안한다. “2000억원 기업으로 평가받았다가 1000억원이 되는 것보다, 1000억원으로 시작해 2000억원이 되는 것이 낫다.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려야 투자자들 관심을 받아 선순환이 이뤄진다. 어차피 똑같은 주식자산이다.”

그런데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 IB들은 수없이 봐왔지만 발행사는 IPO가 처음인 탓이다. 성공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기 힘들다. 특히 구주매출로 현금을 쥐고자하는 경우엔 더 그렇다.

올해는 비비씨가 그 전철을 밟았다. 테이퍼모라는 차세대 칫솔모로 글로벌 1위가 된 강소기업이다. 생활용품 글로벌 5대 메이커가 고객사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평가받았다.

올해 9월 21일 공모가 3만700원으로 상장했는데 현재 주가(12월 3일 종가)는 1만8400원으로 40% 하락해있다. 약 2개월 반 정도 지난 시점이다. 재무적투자자(FI)나 공모주주 엑시트로 인한 손바뀜으로 기업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야 할 시기인데 여전히 바닥이다. 합리적 밸류였다면 주당평가액에 적용한 할인율(15.23%)만큼은 올랐어야 정상이다.

증시는 초호황이다. 이달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돌파했다. 3000선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비비씨는 상장 직후인 올 3분기 호실적(영업이익 83% 증가)까지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IPO밸류가 재조명됐다. 비비씨는 제조업치고는 높은 PER(주가수익비율) 23.8배를 적용해 밸류를 산출했다. 더불어 최대주주만 구주매출을 한 사실도 부각됐다.

비비씨 입장에선 아픈 이야기지만 다른 IPO 예비주자들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참고 해야 할 사례다. 한 순간의 집착이 회복하기 힘든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각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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