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사실상 전량 ‘미매각’…수급 꼬였나 [Deal Story]모집금액 1500억 중 단 10억 주문, 증권사 인수부담 가중
이지혜 기자공개 2020-12-04 13:12:14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07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사실상 전량 미매각을 냈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다. 두 달 전 공모채를 발행할 때까지만 해도 1300억원 모집에 500억원 가까이 투자수요를 확보했던 두산인프라코어다. 그러나 투자심리는 한층 싸늘해졌다.수급 여건이 꼬였다는 시선도 나온다. 사실상 미매각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눈치전을 벌이던 투자자들이 결국 발을 뺐다는 것이다. 12월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북클로징’이 임박한 점도 수요예측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전이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관망세로 돌아선 투자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예측 참여금액 10억뿐
두산인프라코어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3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금액은 1500억원이며 만기구조는 2년물로만 구성됐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모두 10억원의 주문만 받았다. 증권사 리테일 쪽에서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전량 미매각인 셈이다.
수급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투자자 특성상 ‘모 아니면 도’식 성향이 강하다”며 “미매각이 사실상 확실시되자 투자자들이 최후에 발을 모두 빼면서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BBB0다. 주로 리테일 투자자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형성된다. 미매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하기보다 향후 미매각 물량이 더 높은 금리에 시장에 풀릴 때를 투자자들이 노렸다는 것이다.
더욱이 앞서 공모채 조달에 나섰던 ㈜두산보다 금리메리트가 적었던 점도 패인으로 꼽혔다. ㈜두산은 11월 27일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모집금액 1400억원에 모두 63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당시 ㈜두산은 공모희망금리밴드로 4.8~5.3%를 제시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4.3~4.8%를 공모희망금리밴드로 제시했다. 개별민평금리로 환산하면 -50~+0bp에 해당한다.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둘다 BBB0의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금리 격차는 큰 편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북클로징이 임박한 점도 두산인프라코어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이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5.4%를 매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유진기업도 본입찰에 참여했다.
◇SPV 있어도 증권사 미매각분 인수부담
두산인프라코어의 공모채 1490억원이 미매각분으로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의 인수부담도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를 대신해 KDB산업은행이 750억원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증권사들이 인수해야 할 물량도 적지 않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10월 공모채를 발행할 때에도 모집금액 1300억원 가운데 800억원을 인수해주며 두산인프라코어에 힘을 실어줬다. 대표주관사로 참여해 미매각분을 우선 인수해줬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11월부터 두산인프라코어와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두산인프라코어에게 패널티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KDB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미매각분의 30bp가량을 잔액인수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인수수수료나 대표주관수수료와 별개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인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750억원은 증권사 5곳이 나눠 인수한다. KB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225억원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하고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가 각각 100억원씩 총 300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대표주관사를 대폭 확대해 각 증권사의 인수부담이 줄어든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분위기를 지켜보다가 미처 참여하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금리메리트가 있으니 머잖아 미매각분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공모채를 11일 발행한다. 조달된 자금 중 1190억원은 2021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나머지는 외화 단기차입금을 차환하는 데 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지배구조 분석]율호 지분 또 매각한 이엔플러스, 경영권 행사 '계속'
- [Korean Paper]하나증권, 관세·탄핵 불확실성 속 데뷔전 나선다
- [원일티엔아이 IPO]수소 투자 드라이브, 후계자 입지 강화 계기될까
- [대한조선 IPO]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실적 호조까지 더했다
- [Company & IB]파트너 새판짜는 LX하우시스, 은행계 '포용'
- [SK엔무브 IPO]아시아·미국 'NDR' 마무리…밸류 눈높이 '사전 점검'
- [코스닥 신사업 '옥석가리기']서부T&D, 오너가3세 주축 시설관리 법인 출범
- [코스닥 CB 만기도래]200억 상환 앞둔 흥국에프엔비, 추가 조달 추진
- [2025 서울모빌리티쇼]'UAM 낙점' 삼보모터스, 종합 모빌리티 그룹 목표
- SK바사, 20여개 파이프라인 '선택과 집중' 속도 조절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ompany Watch]테크 전략의 핵심 하이브IM, 적자에도 '5000억 밸류'
- [이사회 분석]하이브, '대기업 리스크 대응' 사외이사진 재편
- [상호관세 후폭풍]쇼크에도 K팝 엔터주는 '웃었다'
- [탈한한령 훈풍 부는 콘텐츠기업들]잠잠한 듯했는데…JYP엔터의 중국 굴기 '반격 노린다'
- 엔터4사 주총, 말의 온도와 숫자의 무게
- [이사회 모니터/SOOP]‘비욘드 코리아’ 달성 목표, 글로벌 인사 전진배치
- [주주총회 현장 돋보기]하이브 이재상 "어도어 사태, 멀티 레이블 튜닝 중 진통"
- [이사회 분석]NEW, 유제천 사장 포함 5인 재신임 ‘안정 택했다’
- [K-팬덤 플랫폼, 뉴 패러다임]카카오엔터, '베리즈'로 K컬처 통합 팬덤 플랫폼 야심
- [Company Watch]NEW, 2년 연속 적자…승부는 올해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