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10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며칠 전 서울을 빠져나와 분당으로 가던 고속화도로에서 상당히 인상 깊은 빌보드를 발견했다. 면역세포는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 바이오텍의 사명이 대문짝만하게 적힌 광고였다. '형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강력한 시각물로 지나가던 사람의 시선을 붙잡았으니 소기의 성과는 이뤘을지 몰라도 광고의 목적에는 의심이 싹텄다. 카피에서 알 수 있듯 해당 회사는 바이오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업체다.
분기보고서를 열어봤더니 '대중매체 광고와 B2C 광고 활동을 통해 국내 인지도를 향상시켰다'며 일종의 성과를 밝히고 있었다.
신약의 최종 수요처가 환자인만큼 B2C 광고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발상에는 심정적으로 공감은 됐다. 그러나 약을 처방하는 쪽은 의사다. 대중을 상대로 '연구 영역'을 광고하는 일이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직접 번 돈으로 광고비를 충당하는 것도 아니다. 해당 바이오텍은 3분기까지 3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내는 동안 연구개발비로 63억원을 지출하고 광고선전비로는 25억원을 사용했다. 올해 주식과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600억원에 달한다.
신약 개발 성공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투자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광고비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보였다.
경영 실적을 개선하고 광고비에 14억원을 쓰면서 질타를 받은 업체도 있다. 코로나 진단키트를 판매해 3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긴 회사가 TV 광고를 시작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굳이 왜 TV 광고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B2B 기반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데 대중매체를 이용한 광고에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연구논문을 한 편 더 쓰는 일이 장기적으로는 보탬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뒤따랐다.
B2C 광고의 목적은 소비자의 마음에 기업의 좋은 인상을 남기고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데 있다. 좁게는 의사나 병원, 넓게는 글로벌 제약사를 바라보는 바이오텍의 B2C 광고가 허황돼 보이는 이유다. 대형 광고판이든 1분 남짓한 TV 광고든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에도 역부족이다.
PR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그의 저서 '프로파간다'를 통해 "기업이 자기 존재를 알리려면 자신의 특성을 부각시키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이오텍이 대중에게 존재감을 심어 주기에 B2C 광고는 최적화된 수단이 아니다. 광고하려는 대상이 '주식'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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