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현금부자 분석]'자진상폐' 한국컴퓨터지주, 오너일가 공고한 지분 장벽2002년 지주사 체제 구축 후 자진상폐…일가 몫 배당수익 극대화
방글아 기자공개 2020-12-28 08:25:35
[편집자주]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역대급 호황'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연달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며, 그간 외면받았던 코스닥 시장에도 풍부한 자금이 물려 온기가 돌고 있다. 이런 투자심리 변화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유연한 대처를 가능케 한 기업의 불확실성 대응 능력이 꼽힌다. 더벨은 이같은 기업 경쟁력의 주요 잣대가 된 현금 유동성을 중심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사업과 재무, 거버넌스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써내려 온 '한국컴퓨터그룹'의 폐쇄성이 짙어지고 있다. 홍상화 회장 등 오너일가는 2002년 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지주사를 자진 상장폐지한 뒤 공고하게 지분 장벽을 쌓고 있다. 유가증권 상장사에서 가족기업으로 회귀한 한국컴퓨터지주는 13개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높은 배당 수익을 얻고 있다.한국컴퓨터는 1974년 4월 설립된 한국컴퓨터그룹의 핵심 사업회사다. 1994년 9월 한국컴퓨터 제조부문이 독립해 나온 한컴전자가 그 전신이다.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을 승인받은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한국컴퓨터그룹 내 케이씨티·로지시스·한네트·케이씨에스 등 4개 상장사와 8개 비상장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홍 회장은 한국컴퓨터지주에서 대표를 지내며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전업 작가로 데뷔하며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고 계열사별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했지만 지주사에선 대표 자리를 지키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주사는 각 사업회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전문 경영은 한국컴퓨터그룹이 오너일가 배당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을 상장사와 비상장사로 구분해 투트랙 경영 전략을 쓰고 있다. 상장사엔 강창귀 한국컴퓨터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 중이다. 반면에 비상장사는 딸인 홍정완 한국컴퓨터지주 공동 대표에게 맡기고 있다.
강 대표는 전문 경영인으로서 유일하게 한국컴퓨터지주 이사회에 참여하며 한국컴퓨터와 케이씨티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홍정완 대표는 지주사 외 한국문학사, 한국상역개발, 상화원, 제주상화원, 한상개발, 파콤(Pacom), 상화공익 등 총 7개 비상장 계열사에서 대표를 겸직 중이다.
이들 13개 계열사가 창출하는 이익은 지배고리를 타고 한국컴퓨터지주의 영업수익으로 반영되고 있다. 연간 총수익은 150억원 수준이며, 지분법평가매출과 부동산 임대 수익이 약 6대4 비중이다. 여기에 계열사 자금 대여 등에 따른 이자수익으로 소규모의 추가 수익을 얻고 있다.
이는 오너일가와 가족기업(상화공익)만으로 구성된 한국컴퓨터지주 주주구성에 따라 오너일가의 안정적인 수입원이 돼주고 있다. 연간 15억원 안팎이 꾸준히 오너일가 몫으로 배당된다. 상화공익은 홍 회장 일가가 100% 보유한 소형 광고업체로, 한국컴퓨터지주의 지분 119만1490주(12.22%)를 소유하고 있다.
가족 가운데선 홍 회장의 딸 홍파멜라(구명: 홍정균) 한국컴퓨터지주 기타비상무이사가 가장 많은 지분(20.61%)을 갖고 있다. 이어 상화공익, 홍정완(10.92%) 대표, 홍주완 씨(10.88%), 홍정혜 씨(10.38%), 홍용진 씨(9.23%), 장사라홍 씨(구명: 홍정연, 9.18%), 홍정은 씨(8.93%), 홍 회장(6.86%) 순이다. 모두 홍 회장의 자녀들로, 경영에는 홍파멜라 이사와 홍정완 대표만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가족 중심 소유 구조는 2002년 지주사 전환 후 2년 만에 한국컴퓨터지주가 자진 상폐 절차에 돌입하면서 공고해졌다. 당시 한국컴퓨터지주는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였고 소액주주 지분이 4% 남짓으로 떨어지면서 주식거래량 미달로 상폐 수순을 밟았다. 이때 자사주 비율은 68%에 달했다. 오너 일가가 자사주를 다시 사들이면서 현재 99% 이상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상장 자회사 지분율도 지주사 요건인 20%를 상회하고 있다. 모든 상장사 지분율이 40% 이상이다. 비교적 최근 상장한 로지시스(2015년)와 케이씨에스(2010년)의 경우 상장 공모에서 모집가액을 100억원 미만으로 낮춰 지분 희석을 최소화했다. 로지시스의 경우 주당 2500원에 79억원, 케이씨에스는 주당 1600원에 58억원을 각각 모집했다.
향후에도 이 같은 가족 중심 소유 구조는 유지 내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컴퓨터지주는 올해 들어서도 오너일가 지분율은 0.15%포인트 추가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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