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레인 대주주 유상증자 '일거삼득'되나 신사업 자신감 표출·재무구조 개선·지배력 강화 포석
조영갑 기자공개 2020-12-30 08:20:59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4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장비 및 5G 통신장비 전문기업 '기가레인'이 최대주주 대상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10억원을 긴급 수혈한다. 5G 통신 및 미니LED 장비 사업의 본격적인 확장을 대비한 운영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다.유동성 확보와 함께 지배력 강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기가레인은 잇따라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60억원을 조달했다. 총 발행주식 대비 20%에 이르는 물량이다. 보통주 전환청구권 행사시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탓에 이에 대한 '방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가레인은 920만주의 신주를 3자배정 형태로 발행, 210억원을 조달한다. 신주 인수자는 기가레인 최대주주인 케플러밸류파트너스(이하 케플러밸류)와 특수관계자 네오플럭스PE다. 케플러밸류는 신주 482만주, 네오플럭스는 438만주를 배정받는다. 주당 발행가액은 최근 가중산술평균 주가에서 10% 할인한 2283원이다.
연말 주주명부 폐쇄를 앞두고 단행한 유상증자로 기가레인은 내년도 사업의 성장성을 시장에 어필했다는 평가다. 주가도 반응했다. 유증 발표 후 주가가 2580원에서 3185원으로 올랐다. 최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가 내년도 실적 개선 신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가레인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25억원, 296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역시 적자가 예상된다.
기가레인은 2018년 5G 통신네트워크 부문의 신사업을 위해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하드웨어 그룹장 출신인 최인권 사장을 영입해 투자를 이어왔다. 최 사장은 부임 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에 집중했다. 특히 올해 베트남2공장을 완공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안테나 모듈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꾀했다.
안테나 모듈은 기존 기가레인 통신제품인 케이블 및 커넥터 대비 평균단가(ASP)가 수십 배 더 높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올해 미국 톱티어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과 8조원 규모의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따내면서 기가레인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 공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가레인 관계자는 "계약 액수가 크지 않지만 4분기 미국 향 안테나 모듈제품의 첫 출하가 이뤄지면서 수출의 물꼬를 텄다"면서 "내년 1분기에는 대량 공급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규 장비인 미니LED용 나노임프린터(Nano Imprinter) 역시 내년 초 주요 고객사 향 공급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기가레인은 제품의 공급 확대를 앞두고 유상증자 대금을 바탕으로 원재료 매입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재무건전성 역시 개선될 전망이다. 기가레인은 지난해 458억원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자기자본 281억원의 163%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도 자기자본 대비 50% 이상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을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험이 있다. 올 3분기 말 기가레인은 118억원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을 기록, 자본총계(236억원) 대비 50%에 근접하고 있다. 증자를 통해 세전 손실비율을 대폭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대주주 지배력 역시 강화된다. 기가레인은 올해 베트남 공장 설비확충 목적으로 160억원 규모의 17, 18회차 CB를 발행했다. 보통주 전환 가능 물량은 1427만주에 달한다. 내년 8월 이후 투자자 이상파트너스가 전환청구권을 전량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총 19.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증 참여로 신주를 더 확보함에 따라 지분율도 20.5%에서 21.5%로 상승한다. 특수관계자인 네오플럭스 역시 총 12.3% 가량의 지분을 확보한다.
업계 관계자는 "네오플럭스가 기가레인 최대주주를 지배하고 있는 록팰 측의 전략적 투자자인만큼 이번 증자로 케플러밸류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가레인의 실질적인 오너인 김현제 전무(록팰 대주주)와의 관계를 근거로 네오플럭스가 장기간 지분 공유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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