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민간연기금풀 사무관리 손 뗐다 업무축소 가속화…사모운용사·ETF 계약해지에 12월 '7조' 이탈
허인혜 기자공개 2021-01-05 07:59:24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1일 11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관리사로 홍역을 앓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전문사모운용사에 사무관리 계약해지를 통보한 데 이어 2015년부터 맡아온 민간연기금투자풀 사무관리에서도 손을 뗐다.민간연기금풀 주간운용사가 올해 재선정 절차를 거쳤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그대로 자리를 지킨 만큼 사무관리사 변경은 이례적이다. 5조원 규모의 ETF(상장지수펀드) 사무관리 서비스도 타 펀드서비스사로 이관돼 예탁원의 사무관리 업무 축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민간연기금투자풀 일반사무관리회사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우리펀드서비스로 교체했다. 업계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예탁원이 민간연기금투자풀 사무관리 업무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입찰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민간연기금투자풀 사무관리사 선정 일정은 하반기 시작됐다. 8월 말 제안요청 공고를 한 뒤 9월 21일까지 접수를 받았고, 9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거친 뒤 10월까지 실사를 진행했다. 비공개 입찰에는 신한아이타스와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우리펀드서비스가 지원했다.
우리펀드서비스는 연초 사무관리 일임액 47조9184억원을 기록하다 연말 일임액을 63조7974억원까지 늘리며 선전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 등 자회사 펀드 사무관리를 일임하며 사무관리 잔고가 부쩍 늘었는데도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던 점, 최근 운용지시 포워딩 시스템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시스템 확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달 복수의 ETF(상장지수펀드) 백오피스를 예탁결제원에서 미래에셋펀드서비스로 변경했다. '미래에셋TIGERS&P500레버리지',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50레버리지', '미래에셋TIGER차이나A레버리지', '미래에셋TIGER차이나A인버스' 등이다. ETF 사무관리 이관으로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사무관리 일임액은 1일 65조2433억원에서 28일 69조6994억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예탁결제원의 사무관리 잔고는 축소됐다.
ETF 사무관리는 예탁원의 '알토란'으로 꼽혔던 사업부문이다. 사모운용사부터 시작한 백오피스 업무 축소가 공모펀드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이 '계륵'이던 전문사모운용사 서비스는 중단하고 싶었겠지만 ETF 부문은 내놓기 아쉬웠을 것"이라며 "사모펀드 사무관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모습을 보며 종합사들도 사무관리사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예탁원의 사무관리 서비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축소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고위급 관계자는 "예탁원이 사무관리 서비스를 한꺼번에 종료하면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조금씩 줄여나가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다른 업계 고위급 관계자는 "사무관리사를 변경하는 일이 매우 번거로운데 동일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아예 다른 사무관리사를 선택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고 부연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고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설정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특히 사모운용사 설정규모는 예탁결제원이 사무관리 서비스 해지요청 공문을 보낸 8월 이후 급감해 최근 반토막이 났다.
예탁결제원이 해지공문을 발송한 15개 사모운용사 대부분이 해지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예탁원이 말미를 준 10월까지 9개 이상의 사모운용사가 해지 의사를 밝혔다. 8월까지만 해도 사모운용사 사무관리 일임액이 5조6765억원이었지만 최근 설정원본 기준 일임규모가 3조98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펀드 수는 319개에서 137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12월 초에는 5조2511억원, 241개로 집계돼 축소 속도가 더 가팔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이 시스템 재정비를 위해 전문 사모운용사와의 계약해지를 한다고 설명했지만 사무관리 업무를 하면서 시스템 개선 작업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며 "본심은 전문 사모운용사와의 전면적인 계약해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운용사에 결정을 맡긴다고 했지만 서비스 제공자가 계약해지를 원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사무관리 서비스가 이어질지를 담보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사모운용사 일임액과 민간연기금투자풀, 미래에셋자산운용 ETF가 한꺼번에 빠지며 12월 한달에만 7조원 가까운 금액이 이탈했다. 1일 42조476억원이던 사무관리 일임액은 28일을 기준으로 35조2357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민간연기금투자풀 재선정 과정을 거치며 사무관리사 입찰을 거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예탁결제원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2015년부터 민간연기금투자풀 사무관리 업무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이후 재계약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아 사무관리 업무가 이관됐다"고 밝혔다. 사무관리부문이 옵티머스운용 사태 해결을 대응하며 일부 업무 정비가 불가피했다는 해명이다. 이어 "사무관리 부문을 축소한다는 개념 보다는 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하는 기회를 갖자는 차원이고, 사무관리 업무를 맡긴 고객사에게는 최선의 서비스를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키움증권 리테일 훼손 우려…이틀새 시총 2400억 증발
- 더본코리아, '노랑통닭' 인수 포기 배경은
- [i-point]탑런에이피솔루션, LG디스플레이 장비 공급 업체 등록
- [트럼프 제재 나비효과 '레드테크']한국 울리는 적색경보, 차이나리스크 확산
- [i-point]티사이언티픽, 파트너스 데이 성료…"사업 확장 속도"
- [i-point]빛과전자, 국제 전시회 참여 "미국 시장 확대"
- [탈한한령 훈풍 부는 콘텐츠기업들]잠잠한 듯했는데…JYP엔터의 중국 굴기 '반격 노린다'
- [LGU+를 움직이는 사람들]권준혁 NW부문장, 효율화 vs 통신품질 '균형' 숙제
- [저축은행경영분석]PF 늘린 한투저축, 순익 2위 등극…사후관리 '자신감'
- [저축은행경영분석]'PF 후폭풍' OK저축, 대손상각 규모만 3637억
허인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상호관세 후폭풍]조선업, 미국 제조공백에 '전략적 가치' 부상
- [2025 서울모빌리티쇼]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 "북미 매출목표 유지한다"
- [조선 기자재 키플레이어]오리엔탈정공, 실적·배당 확대 불구 여전한 저평가
- '터널 끝' 적자 대폭 줄인 대선조선, 흑전 기대감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증여세 '2218억' 삼형제의 재원조달 카드는
- [방산 체급 키우는 한화그룹]몸값 높아진 오스탈, 한화그룹 주판 어떻게 튕겼나
- [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김승연, ㈜한화 지분 절반 넘겼다…'장남 승계' 굳히기
- '햇볕 든' 조선사업...HJ중공업, 상선·특수선 고른 성장
- 한화에어로 '상세한' 설명에...주주들 "유증 배경 납득"
- [방산 체급 키우는 한화그룹]영업현금으로 투자금 충당? 한화에어로 "비현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