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포트폴리오 진단]'롤모델 산탄데르은행' 꿈, 얼마나 이뤘나①십수년간 M&A, 지방은행 '1등' 입지…비은행 기여도 낮아 부담 여전
김현정 기자공개 2021-02-05 07:40:06
[편집자주]
지방금융사는 각기 지역 경제의 '핏줄' 역할을 해왔다. 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 및 소상공인과 민생지원 역할을 하며 이를 기반으로 성장세도 이어왔다. 하지만 이제 한계가 명확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 저금리 등 영향에 NIM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유일한 해법은 비은행 부문 강화다. 각 지방금융사의 현재 포트폴리오가 안고 있는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일지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2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2017년 9월 취임 후 제시해온 여러 성장 목표의 본질은 하나다. 제2의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으로의 도약, 그로우(GROW) 2023 전략, 투자전문 금융회사로의 변모 등 핵심은 모두 ‘비은행 강화’에 있다. 본연의 은행업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근간에 두고 있다.사실 BNK금융은 다른 지방금융사와 비교해봤을 때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 코로나19 질병 사태 여파와 NIM 하락 국면 속에서도 지난해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다만 동남권 경제와 금리 등 변수로부터 보다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부·울·경 리스크 '직방', 지방금융 한계 노출
지난 몇년 동안 시중은행 금융지주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비은행 비중을 크게 끌어올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비은행 비중이 40%를 넘어선다.
반면 지방금융사들은 비은행 사업 비중이 크게 낮다. 지방금융사 중 이익이나 자산, 어느 면으로 봐도 단연 1등인 BNK금융조차 같은 시기 비은행 비중이 22.8% 가량에 그친다.
지방 금융사란 태생적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설립 취지 자체가 지역경제 지원이란 점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해도 '지방은행' 중심 경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이장호 BNK금융(구 BS금융) 초대 회장은 지주 출범 당시 "BNK지주의 의미는 금융그룹 차원의 통합관리를 통해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더욱 확대하는 데 있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2011년 출범 당시 그룹 실적 가운데 은행 비중은 100%에 가까웠다. 은행 매출 포트폴리오는 대부분이 중소기업 및 대기업 대출 등 기업금융 중심으로 이뤄져 있었다. 당시만 해도 조선, 철강 산업 부흥과 부산 지역 물류·관광 등 성장세로 부산은행 실적은 고공행진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던 무렵이지만 BNK금융은 지역경기 호조로 나홀로 웃었다.
반대로 동남아 경제권이 부침을 겪을 때면 BNK금융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장 타격이 컸던 시기는 2017년 경이다. 수년간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견조한 순이익을 올리던 BNK금융은 당시 순이익이 4200억원대까지 줄었다. 주된 이유는 부·울·경 지역 주력 업종 기업 실적 악화에 따라 부산은행 대손충담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다양성 '아직 부족', 굵직한 '한방' 부재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은행의 부침을 방어할 다른 금융업종을 그룹 내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십수년 동안 M&A를 지속하며 포트폴리오 강화에 앞장섰던 이유다.
이장호 전 회장 시절 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성세환 전 회장 때 경남은행과 자산운용사를 사들였다. 김지완 회장은 2019년 말 VC사를 인수해 BNK벤처투자로 출범시켰다. 덕분에 2011년만 해도 부산은행과 BS투자증권, BS캐피탈, 부산신용정보 등 4개 자회사로 출범했던 BNK금융은 이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캐피탈, 투자증권, 저축은행, 자산운용, 신용정보, 벤처캐피탈까지 거느린 규모 있는 지주사가 됐다.
특히 2017년 BNK금융 경영을 맡게 된 김 회장은 증권사를 비롯해 시중은행 지주사(하나금융)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외 포트폴리오 확대를 과거 어떤 CEO보다 강조하고 있다. 실제 그가 취임 이후 제시했던 여러 목표들은 한결같이 비은행 강화에 중점을 뒀다.
취임 후 밝힌 포부부터 이전 CEO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는 2017년 9월 취임식 때 BNK금융의 롤모델로 산탄데르은행을 꼽았다. 스페인의 작은 지방은행에서 수많은 M&A를 통해 불과 20년 만에 세계 5위권 초대형 은행으로 성장한 곳이다.
2019년 신년식 때는 ‘그로우(GROW) 2023’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를 목표로 여러 경영지표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 지주의 비은행 수익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 들어서는‘투자전문 금융회사’로의 탈바꿈을 천명했다. 이 역시 핵심은 은행업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데 있다.
덕분에 BNK금융의 비은행 비중 확대 추세는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는 2019년 3분기 누적기준 15.7%에서 2020년 3분기 22.8%로 일 년 사이 7.1%포인트 증가했다. 2017년 3분기 수치(12.7%)와 비교해보면 엄청난 성장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3년 30% 달성 목표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괄목할 만한 자산 성장세를 동반한 수치 변화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BNK금융은 최근 3년 사이 자산이 20.7% 증가했다. 비은행 자산은 6.6조원에서 10.5조원으로 59%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여파에도 BNK금융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이다. 금융당국 지도에 발맞춰 부산·경남은행은 970억원에 달하는 코로나 충당금을 쌓았다. 이로 인해 양행 순이익은 28% 하락했다. 하지만 비은행 순이익이 24% 늘어 실적을 크게 방어할 수 있었다.
다만 BNK금융 포트폴리오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이 있다. 물론 시중은행 기반의 금융지주사들과 견줘봤을 때다. 증권·카드·보험·캐피탈 등이 다양한 계열사들이 동반성장하고 있는 시중은행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해보면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이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카드와 보험사의 부재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굵직한 한방이 없다는 점도 문제란 평이다. DGB금융지주는 2018년 10월 인수한 하이투자증권으로 최근 비은행 실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859억원)이 그룹 전체 손익의 4분의 1 수준을 차지하며 그룹 비은행 부문 손익 비중이 40.8%까지 높아지는 데 효자 역할을 했다.
BNK금융그룹 경우 BNK투자증권 실적이 상대적으로 아쉽다. 비은행 계열 중에서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BNK캐피탈 경우에도 지주 전체 순이익 가운데 13% 비중 밖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BNK투자증권의 순이익 기여 비중은 7.5%, 저축은행은 3% 가량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해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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