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유가 회복에도 등급 하방 압력 여전 실적·투자 부담 심화, 불확실성 증대…부진 속 대응 여력 주시
피혜림 기자공개 2021-01-28 13:03:24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정유사 신용도가 2021년에도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과거 실적 저하에도 업황 사이클 등을 이유로 견고한 크레딧을 지켜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이미 대부분의 AA급 정유사가 등급 하락을 겪은 데 이어 다수의 국내 신용평가사가 올해도 산업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정유사 신용등급이 출렁이는 건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가 반등 등으로 업황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실적과 밀접한 정제마진과 수요 회복에 대한 향방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의 회복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과거 대비 실적·재무 저하의 폭이 커진 점 역시 부담이다. 투자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어 업체별 대응 능력에 따른 펀더멘탈 유지 가능성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AA급 정유사, 등급 줄하락…실적 회복 불확실
국내 AA급 정유사의 등급 하락세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2020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등은 신용등급이 1 노치(notch) 하향 조정됐다.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는 아웃룩을 각각 '부정적', '안정적'으로 바꿔달았다.
정유사의 등급 하락에 속도가 붙은 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영업 적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0년 1~3분기 연결기준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의 영업 손실 규모는 총 4조8073억원 수준에 달했다. 2019년말 4개사가 총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AA급 정유사 중 1~3분기 영업이익을 낸 곳은 SK루브리컨츠(1366억원) 한 곳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이 2조 2438억원의 영업 손실로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SK에너지(-1.7조)와 에쓰오일(-1.1조원), GS칼텍스(-8679억원), 현대오일뱅크(5147억원)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국내 정유사의 실적 회복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등장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정유업체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 개선세는 더딘 상황이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자 국내 정유사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영업 실적 저하 속 재무지표 관리 능력 등이 부각되는 이유다.
◇등급 하향 트리거 유명무실, 재무부담 관리 변수
이미 국내 정유사는 2020년 1~3분기 적자 전환으로 등급 변동트리거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주요 등급 하향 트리거로 활용되는 EBITDA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탓에 '순차입금/EBITDA'를 기준으로 한 등급 트리거의 의미가 상실됐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실적 변화로 가중될 재무 부담을 주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유사가 수년간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저하 시 재무지표 악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재무안정성이 높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적자 전환에도 등급 방어에 성공한 배경이다.
다만 GS칼텍스의 실적 추이는 향후 등급 방어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의 경우 올해까지 2.7조원 규모의 MFC 설비투자가 계획돼 있지만 경쟁업체 대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AA+등급을 지켜냈다. 향후 실적 회복이 더뎌질 경우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밖에 현재 '부정적 '아웃룩을 달고 있는 곳은 SK이노베이션(AA+)과 SK루브리컨츠(AA0)의 신용등급도 2021년 관전 포인트다. 두 기업 모두 한국기업평가만이 '부정적' 아웃룩을 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이미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AA0 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는 점에서 등급 방어보단 하락에 무게가 실린다. 무디스와 S&P의 경우 에쓰오일(BBB)과 SK이노베이션(BBB-) 등에 '부정적' 아웃룩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신용등급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기적으론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 부상에 따른 정유업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주요 수출 지역인 중국과 인도 등지에선 여전히 석유 수요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인구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단기적인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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