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29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으로 출범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대기업이 맞손을 통한 시너지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맞았다. 경영진이 밀수 혐의로 기소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탓이다.

HDC신라면세점은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면서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문을 열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50대 50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을 제공하고 호텔신라가 상품 구성과 매장 운영을 주도하며 협업을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HDC신라면세점은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낸 3개 면세점 중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관세청의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심사에서 2025년까지 특허 갱신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갤러리아면세점과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앞서 경영 악화로 특허를 자진 반납하며 면세 사업을 접었다.

◇‘낙제점 통과’로 불명예 특허 갱신

지난해 면세점 특허 갱신 평가 이전만 해도 HDC신라면세점의 갱신 여부를 둘러싸고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컸다.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면세품 밀반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일부에서는 자칫 특허 취소까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HDC신라면세점 초대 경영진으로 양창훈 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던 중 2017년 5월 임기를 7개월가량 남기고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가 고가의 면세품을 대리 구매해 국내로 밀반입한 의혹이 불거질 때였다. 관세청이 뒤늦게 진상 파악에 들어가며 지난해서야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 과정에서 HDC신라면세점은 영업허가 5년 연장 결정을 받았다. 그간의 이행내역과 향후계획 등 2개 항목에서 1000점 만점에 각각 686.67점, 705.68점을 받았다. 모두 600점 이상을 맞으며 특허 갱신의 허들은 넘었지만 이행내역의 경우 역대 최하점을 받았다.

이행내역 중 200점을 차지하는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에서 50점을 따내는 게 주효했다. 이 전 대표의 면세품 밀반입 재판 건이 반영되며 낮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면세점의 경우 보세구역 관리 능력이 핵심으로 꼽히는데 사실상 해당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그러나 HDC신라면세점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는 상당 수준 타격을 입은 상태다. HDC신라면세점은 자체 평가에서 이 전 대표의 관세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어디에도 서술하지 않았다. 보통 관세법 위반 사항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은 자체평가서에 서술하지만 HDC신라면세점은 해당 사안을 개인의 문제로 판단, 따로 언급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성장’ 신규 시내면세점 유일 생존 배경

다행히 나머지 평가 항목인 운영인의 경영 능력과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 요소, 사회 환원 및 상생 협력 등 경제 사회발전을 위한 기업활동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으며 특허 취소는 피해갈 수 있었다.

운영인의 경영 능력 평가에서는 100점 만점에 93.33점을 맞았다. 실제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5년간 신규 면세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이뤘다. 여기에는 신라면세점이 그동안 갖춰온 면세 사업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와 경영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오픈 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3975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은 연평균 48%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8년 매출액 1조888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1조2868억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성장세가 꺾이긴 했다.


투자측면에서는 지난 5년간 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입를 단행했다. 2019년까지 총 4831억원의 투자를 완료했고 지난해도 투자가 지속해서 이어갔다. 대체로 시설투자에 사용됐으며 시스템 구축에도 5000억원 가까이 지출했다.

이를 통해 약 5만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이뤄냈다. 2019년 말 기준 3665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와 더불어 4만7000명 수준의 쇼핑, 숙박, 여행 분야 등에서 외부 고용 창출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경영 능력 평가에 이 전 대표의 면세품 밀반입 의혹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대표가 공동 수장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맞지만 논란의 당사자인 만큼 경영 능력 항목 고득점은 모순적이라는 설명이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세화물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시스템 기반의 재고 관리 체계 구축과 보세화물 관련 전문성 향상, 최적화된 재고보관 관리 등을 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의 면세품 밀반입 관련해서는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