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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의 '카멜레온' 전략

조세훈 기자공개 2021-02-10 10:16:5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9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용인력의 색채를 드러내는 투자보다 출자기관의 투자금을 관리하는 '에이전트'의 임무가 더 중요하다." 한 사모펀드(PEF) 대표는 운용사(GP)의 역할을 대리인으로 규정했다. 본인의 투자 철학과 소신을 지키기보다 투자자(LP)들의 목표 수익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최근들어 PEF들의 변신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한 가지 색만 냈던 PEF가 투자 환경에 따라 여러 색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카멜레온'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2년 설립 이후 강소기업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스몰 자이언트',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성공적인 재기를 이끄는 '재무 주치의'로 명성을 얻은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가 대표적이다. 손실보지 않는 하우스로 정평이 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높은 신뢰속에 두 차례 블라인드펀드 펀드레이징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기업(그로쓰)과 바이아웃 투자로 무게추를 완전히 옮겼다. 4차 산업혁명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그로쓰 기업들이 더 큰 수익을 올려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 투자처인 구조조정 시장에는 다수의 PEF가 뛰어든데다 유동성 풍부로 몸값이 높아지면서 예전만한 투자처가 아니기에 비중을 줄이겠다는 행보다.

실제 '유니콘 기업'인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쏘카와 국내 바이오벤처사 알테오젠에 투자하는 등 성장성 높은 기업으로 투자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기업 투자는 국내 PEF에겐 생소한 영역으로 과감한 투자로 평가되고 있다.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도 최근 그로쓰 분야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오퍼스PE는 10년 간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두 차례 블라인드펀드를 공동 조성하며 구조조정 특화 PEF로 손꼽힌다. 지난해에는 NH PE와 3061억원 규모의 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해 한진중공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한 분야에만 몰입하는 것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새로운 분야로 과감하게 진출했다. 그로쓰 분야 전문 인력을 적극 충원해 하우스의 체질을 보다 다변화했다.

한 우물만 파는 '장인정신'은 기업가에게는 적합할지 몰라도 투자자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투자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투자가 필요한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유연성이 보다 중요한 역량이다.

예전의 명성과 익숙함에 안주하거나 기존 투자 철학을 고집하다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코로나19로 4차산업혁명 시계가 한층 빨라진 오늘날 카멜레온 전략을 시도하는 GP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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