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펫사업 점검]꺼져가는 신성장 불씨, 계륵인가 블루오션인가①반려동물 안고 '4조 시장' 팽창, 국내 기업 '수입브랜드' 벽 고전
정미형 기자공개 2021-02-15 08:11:19
[편집자주]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명 시대.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펫(pet·반려동물) 시장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 폭발적인 시장 성장과 맞물려 백화점, 마트 등 채널기업을 비롯한 식음료 업체까지 블루오션을 찾아 몰려들었다. 하지만 수입 브랜드 등의 벽에 가로막혀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의 펫산업 현주소를 점검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완동물’ 시대가 가고 ‘반려동물(펫)’ 시대가 왔다. 집에서 함께 사는 강아지 또는 고양이를 단순히 어여쁘게 키운다는 애완의 의미보다 일상을 함께 하는 가족이라는 인식이 대중화된 영향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도 이미 1000만명을 넘어 1500만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관련 산업도 덩달아 팽창하고 있다.유통업계도 펫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미 기존 사업에서 한계에 접어든 업체들에게 급성장하는 펫사업은 군침을 흘릴만한 시장이었다. 특히 반려동물이 사용하는 용품이 유통업체와 밀접하게 연관돼 더욱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년간 유통업체들의 펫시장 진출 동력은 최근 들어 시들해졌다. 선두 진출한 업체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이전처럼 펫시장을 돌파구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펫산업 4조 시장 팽창, 유통채널·식음료 진출 러시
2010년대 들어 유통업체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살려 펫시장 문을 두드렸다. 2010년 초반만 해도 1조원대에 이르던 국내 펫시장은 올해 4조원대 진입을 바라보고 잇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1조7000억원에서 2020년 말 3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오는 2027년에는 이 시장이 6조원대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유통업체들은 크게 유통망 채널사업을 하는 업체와 기존 식음료 전공을 살려 펫사료와 펫푸드 사업을 하는 업체들로 나뉜다. 유통망을 가진 업체 중 가장 재빠르게 움직인 곳은 이마트였다. 이마트는 2010년 반려동물 전문 매장 ‘몰리스펫샵’을 내놨다. 노브랜드로 펫푸드 사업에 앞서 뛰어들고 이 브랜드를 전문으로 파는 매장까지 직접 차렸다.
사료사업체들도 펫시장을 흘려보지 않았다. 글로벌 사료시장을 선도하는 CJ제일제당은 1988년부터 반려동물 사료를 생산했다. 2014년 들어 브랜드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동원F&B도 참치 통조림 사업 노하우를 살려 1991년부터 고양이용 사료를 생산해오다 몇 년 전부터 사업을 확대했다. 하림그룹은 펫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법인까지 신설했다.
식품업체들도 펫푸드 시장에 잇달아 진출했다. 풀무원, 빙그레, 한국야쿠르트 등 각 기업이 기존 본업과 연관된 반려동물 식품을 선보였다. 한국야쿠르트와 풀무원은 유산균에 특화된 펫푸드를 내놨고 빙그레는 반려동물 유제품을 겨냥해 펫밀크를 출시했다.
펫시장 반경이 넓어지며 생활용품 기업들까지 펫시장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보고 있다. 국내 생활용품 투톱 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모두 반려동물 생활용품 브랜드를 론칭하며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만 해도 펫사업 전망이 매우 밝아 너도나도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며 “반려동물 문화가 앞서 대중화된 미국과 일본의 경우 관련 산업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브랜드 벽에 고전…CJ제일제당·빙그레 철수 카드
그러나 야심차게 펫사업에 진출한 업체들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받아들지 못하고 있다. 장밋빛 전망과 달리 국내 업체들이 기존 해외 업체들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런 결과는 반려동물 사료와 식품을 만드는 펫푸드 사업에서 두드러진다. 국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수입 브랜드들이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모지였던 국내 펫시장과 달리 해외에선 반려동물 문화가 앞서 선진화됐고 이에 따라 관련 시장도 훨씬 크고 발달돼 이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의 70% 이상을 해외 수입 브랜드들이 차지한다. 미국 식품기업 마즈와 스위스 네슬레가 각각 운영하는 펫푸드 브랜드 ‘시저’와 ‘퓨리나’에 대한 시장 점유율이 높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펫푸드 종류가 다양하고 기능별로 세분화돼 있어 시장 초기 단기인 국내 펫푸드 제품과는 차이가 크다.
제한된 유통망에 따른 영업력 차이도 원인으로 꼽힌다. 반려동물 용품은 주로 동물병원이나 전문 매장을 통해 판매된다. 기존 유통업체들의 유통망과도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특화된 영업력이 필요한데 국내 업체들은 관련 영업을 해본 적이 없어 벤더사를 끼고 영업에 나서는 게 보통이다. 해외 업체들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국내 펫시장에 침투해와 영업 노하우가 남다르다.
이는 실적 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원F&B는 펫푸드 브랜드를 지난해까지 연 매출 1000억원 규모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림과 GS리테일은 관련 사업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그룹의 비상 경영을 통한 선택과 집중에 따라 연간 매출 100억원에 그친 펫사업을 아예 접었다. 빙그레 역시 시장 진출 1년 반 만에 전략적 선택에 의해 해당 사업을 중단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유통업체들의 펫사업과 관련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는 게 굉장히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펫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많아지면서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펫시장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성과보다는 계속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펫시장의 볼륨이 계속 커지고 대중적인 관심도 높기 때문에 유통업체들도 펫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앞서 CJ제일제당과 빙그레가 사업을 접었듯 향후 수익성을 따져 추가로 이탈하는 업체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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