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Credit Forum]“코로나 백신 나와도 위기, 금융사 잠재부실 주의해야”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1-02-24 13:05:00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3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도 은행업과 증권업의 긴장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금융지원조치를 끝내면 은행의 잠재부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부실여신비율이 사상 최저수치를 경신했지만 착시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방은행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증권업은 시중 유동자금이 줄어들며 업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 특히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괴리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형사와 달리 대형사는 신용등급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호텔, 리조트 등의 해외대체투자 자산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지원조치 축소로 은행 잠재부실 가시화”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사진)은 23일 오전 서울특별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1 thebell Credit Forum’에서 “경기가 회복돼도 금융지원조치 축소로 잠재부실이 드러나면서 은행의 실적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연사를 맡아 ‘은행, 증권 신용위험 전망과 주요 이슈’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중기적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간 실적 방향성이 달라질 것으로 바라봤다. 시중은행은 사업기반과 재무안정성이 우수해 실적이 저하돼도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방은행은 펀더멘탈이 약해 신용위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특수은행은 한계기업 지원을 이어가면서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봤다.
특수은행의 실적저하는 코코본드의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코코본드는 정부 지원가능성을 뺀 자체신용도로 신용등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특히 은행의 대출채권증가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성장률과 대출채권증가율의 괴리가 커지면 과잉유동성으로 금융과 자산시장에 거품이 낀다”며 “거품이 너무 커지면 전염병 사태가 금융위기로 바뀌어 기업과 가계가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룰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은 최근 3년 동안 계속 떨어졌지만 대출채권증가율은 증가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거품을 줄이기 위해 디레버리징을 유도할텐데 이 과정에서 대출채권증가율이 떨어지고 부실여신비율은 상승, 대손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고 이 본부장은 바라봤다.
이 본부장은 “2020년 은행 실적은 정부의 금융지원조치에 따른 착시효과를 감안해서 살펴봐야 한다”며 “올해 은행 실적은 코로나19의 진정여부에 달렸지만 백신 접종 이후에 금융지원조치를 줄어들며 잠재부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당국은 한계업종 차주에게 대규모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지원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2020년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7%로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조치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수 있으므로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은행업계의 또다른 화두로 제3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꼽았다. 이 본부장은 “토스뱅크가 올해 영업을 시작하며 어떤 혁신을 보여주는지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쟁구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은 카카오캥크와 케이뱅크로 2017년 문을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중위권 지방은행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케이뱅크는 5년째 적자를 내며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 증권사 수익구조 바꿨다…해외대체투자 리스크 커져”
2021년 증권산업에서는 금융시장 변동성과 해외대체투자 리스크가 핵심으로 꼽혔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 실적을 견인해왔던 IB수수료 수익비중이 줄고 수탁수수료 비중이 느는 등 수익구조가 바뀌기도 했다"며 “아직 유동성 잔치가 벌어지고 있지만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금융시장 변동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증권사는 기준금리 인하, 시중 유동자금 확대로 이익을 봤지만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성장률과 주가지수상승률의 괴리가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경제성장률은 -1%지만 코스피는 30%, 코스닥은 44% 상승했다.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경제성장률이 상승한 중국보다 높다.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운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가 금융시장 변동성에 각기 다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이 본부장은 바라봤다. 그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사는 수익성이 좋지만 리스크에 많이 노출돼 있어 실적악화 등 신용등급 하방압력을 일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1조원 내외의 중소형사는 “리스크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운데 실적이 개선되고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이 본부장은 말했다.
증권업의 3대 리스크로 꼽히는 우발채무와 파생결합증권 리스크는 지난해 줄었지만 해외대체투자 리스크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이런 위험을 키운다고 이 본부장은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가간 교역이 이뤄지지 않으면 호텔과 리조트 등 상업용 부동산 자산이 추가 부실화할 수 있다”며 "해외대체투자 관련 정보 투명성이 높아져야 해외대체투자 리스크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를 향한 정부의 규제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본부장은 “2020년 이전까지 정부가 증권사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하면서 증권사의 대형화, 수익원 다변화로 이어졌다”며 “그러나 위험투자가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9년 12월 ‘부동산PF 익스포저 건전성 관리방안’을 낸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도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방안’을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ELS, DLS 마진콜 사태로 다수 증권사가 정부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긴 데 따른 것이다.
이밖에 이 본부장은 규제자본비율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NCR이 도입돼 규제자본비율이 높아지자 대형사가 적극적으로 위험투자를 확대했다"며 "리스크 노출액이 커지면서 코로나19 사태 당시 문제점이 선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구NCR과 신NCR 모두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산출방식의 규제자본비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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