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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채권시장 진단]국민연금이 이끈 운용사 참여, 발행사 저변 확대?②AA·A급 SRI채권 비중 확대, 수익률 개선…시장 선순환 토대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29 13:06:59

[편집자주]

2021년 원화 SRI채권 시장이 연초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소수의 금융사와 공공기관 주도로 성장하던 시장에 민간기업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SRI채권의 진정성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인증기관도 늘었다. 빅4 회계법인이 지배하던 인증시장에 신용평가3사가 가세하며 시장의 판도변화가 점쳐진다. 그러나 화려한 팽창 뒤에는 사후관리 미흡 등 그림자도 있다. SRI채권 시장의 수급 요인을 점검하고 성장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5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화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시장에 A급 회사채가 나타났다. 지난해 A+ 발행사가 물꼬를 튼 이래 올해는 A- 건설사와 조선사까지 발행대열에 합류했다. AAA급 공공기관과 금융사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SRI채권이다. 그러나 ESG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민간기업의 참여가 확산됐다.

자산운용사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다. 올 들어 SRI채권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의 자산을 위탁운용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이 SRI채권 투자실적을 쌓고자 움직인 것이다.

SRI채권 시장에 선순환 구조가 생기며 발행사 저변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SRI채권을 발행하려는 기업이 투자자보다 많아 초과공급 상태다. 그러나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SRI채권 투자를 확대하며 점차 초과수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기업의 SRI채권 발행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AAA 공사채 전유물? A-도 발행했다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에 따르면 올 들어 24일까지 상장된 SRI회사채는 모두 16조6176억원으로 집계됐다. 절반 이상이 AAA 신용도를 지닌 한국주택금융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정부보증채) 등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이다.
그러나 예년에 비하면 AA급, A급 SRI채권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AA급과 A급 SRI채권 비중이 역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SRI채권은 대부분 공사채로 AAA등급 비중이 높았다”며 “올해는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AA와 A등급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SRI채권 발행시장은 AAA 신용도를 지닌 공공기관과 금융사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2018년 원화 시장이 처음 열렸지만 비금융 민간기업이 등장한 것은 2019년, A급 발행사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그나마도 TSK코퍼레이션(A+) 한 곳뿐으로 발행금액도 110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심리도 좋았다.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사례가 없는 것은 물론 역대 SRI채권 중 가장 신용등급이 낮은 SK건설도 조 단위 주문을 받았다.

당시 대표주관업무를 맡았던 증권사 관계자는 “SK건설이 친환경사업을 적극 펼치는 등 ESG경영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녹색채권까지 발행하면서 투자심리가 움직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운용사를 불렀다

민간기업 SRI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사의 활동범위도 넓어졌다. 김은기 연구원은 “올해 SRI 회사채 발행량이 증가하면서 자산운용사에게 투자기회가 확대됐다”며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1월처럼 적극적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월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 분석 결과 자산운용사는 3년물 AA급 SRI채권에 적극 입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급의 경우 5년물 참여율이 비교적 높다.

이전까지 자산운용사가 SRI채권 투자에 참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금리가 낮은 공사채와 은행채 중심이었기에 추가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다. 이때문에 국내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주식형 펀드를 통해 ESG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연초부터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SRI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ESG채권펀드를 출시하는 자산운용사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설정액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ESG채권펀드는 지난해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처음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월 말 기준 4개가량 운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규모는 3150억원 정도다.

자산운용사가 SRI채권 투자에 나선 데는 국민연금의 영향도 컸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022년까지 책임투자 자산규모를 전체의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정 국민연금 채권위탁팀장도 앞으로 직접운용자산 280조원 중 30%, 위탁운용자산 전부에 ESG투자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위탁운용자산은 43조원에 이른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를 확보하고자 SRI채권 운용 실적을 쌓는 데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업종이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인증을 받아 나온 SRI채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 결과 ESG등급이 높은 기업의 회사채 등을 주로 공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작은 바다(국내 SRI채권 시장)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큰 고래(국민연금)의 헤엄이 자산운용사의 SRI채권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SRI채권의 최대 투자자는 은행과 보험사, 연기금, 투신사 등 기관 투자자다. 지난해 9월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는 등 이들 역시 책임투자에 힘쓰고 있다. 자산운용사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는 셈이다.

◇투자자-발행사, 선순환 구조 만드나

자산운용사의 참여 확대는 발행사의 저변 확대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까지 SRI채권 시장은 초과공급 상태다. ESG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기업이 평판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과수요 국면이 될 것으로 삼성증권은 예상됐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SRI채권 투자속도가 기업의 ESG설비 투자속도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그린 프리미엄' 등으로 연결돼 SRI채권 발행의 유인이 될 수 있다.

SRI채권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RI채권은 콘셉트 싸움”이라며 “채권의 본질이 바뀌지 않더라도 SRI 타이틀을 달고 나와야 투자자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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