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9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 대한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거취 문제와 관련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라임사태로 같은 징계를 통보 받은 박정림 KB증권 대표를 포함해 우리은행·하나은행 사례에서도 CEO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한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정영채 NH증권 대표에 대한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정영채 대표의 징계는 사전 통보 때보다 한 단계 내려갔다. 문책경고는 금융당국의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 5단계 중 세 번째다. 앞서 정영채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통보 받은 바 있다.

정영채 대표는 지난해 3월 임기를 연장하며 1년이 아닌 2년의 재임기간을 부여받았다. 그만큼 실적이 좋았다. 2019년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4764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듬해인 2020년 순이익은 5769억원으로 최고 성적을 낸 전년대비 21.1% 성장세를 기록했다. 때문에 3연임도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직무정지의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거취와 관련된 부담은 여전하다. 중징계로 분류되는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문책경고부터는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문책경고는 징계 확정 후 3년 동안 재취업을 막는다.

남은 임기는 위기이자 기회다. 징계 절차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것 자체가 리스크이지만 그 사이 감독당국과의 조율 내지는 행정소송 등의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영채 대표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로 1년여가 남아있다. 징계 확정까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야하지만 1년 내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사태 CEO 징계안도 장고를 거쳤지만 1년은 넘기지 않았다. 그 사이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라임사태로 같은 징계안을 받아든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임기말 금감원 징계안이 내려졌다. 박정림 대표가 11월 금감원 징계를 받은 1개월 뒤 KB증권은 박정림 대표의 연임을 확정했다. 금감원의 판단은 끝났지만 금융위 증선위를 앞둔 상황으로 징계가 확정되지 않아 문제없이 연임이 가능했다.

불가피할 경우 행정소송 카드도 남아 있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부회장은 문책경고 제재에 불복하는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다. 법원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모두 자리를 지켰다. 박정림 대표 역시 금융위에서까지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행정소송으로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내달 예정인 손실 보상과 관련된 분쟁조정위원회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옵티머스 분쟁조정위원회를 앞두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와 3자 다자배상의 두 가지 안이 논의된다. 계약취소가 결론나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단독 배상을 해야 하고, 3자 다자배상의 경우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도 보상 주체에 포함한다.

계약취소 결론이 나면 NH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전액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NH증권은 전체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고 5151억원 중 84%를 판매했다. 4330억원으로 2019년의 연간 순이익에 맞먹는 수준이다. 옵티머스 누적 충당금이 지난해 4분기까지 1300억원가량 쌓였지만 여전히 3000억원이 남아있다.

NH증권은 금융위 증선위과 분조위에서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설 전망이다. 가교운용사 설립에 총대를 멨다는 점, 자체적으로 옵티머스 펀드 대책을 위한 TF를 구성한 점 등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분조위에서는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을 포함한 다자배상안을, 금융위 증선위애서는 최종 징계를 중징계 이하인 '주의적 경고' 수준으로 낮춰야 부담감이 크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