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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화장품 이사회 점검]클리오, '흑자' 지켜낸 이사진의 결단군살빼기 병행 '오프라인→온라인' 전환, 비수익 점포 대거 정리

김선호 기자공개 2021-04-06 08:00:13

[편집자주]

한류 열풍을 탄 K-뷰티 바람은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에게 한 때 황금기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제보복과 국내 로드숍 한파,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 속에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선택과 판단이 갖는 무게감은 더욱 크기를 더해 가고 있다. 외풍에 시달리며 생존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이사회 활동과 성과를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5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클리오는 매년 사업전략에 맞춰 관련 임원을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해외사업 확장·마케팅 강화에 힘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 이사진을 최소화하고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선제적 판단이 선방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1997년 설립된 클리오는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 클리오를 바탕으로 유통채널 다각화를 이뤄내며 매출을 끌어올려왔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상품 판매 전략을 세운 덕분이다. 리서치연구소 출신 한현옥 대표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결단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클리오를 설립하기 전 미용제품 전문기업 쏘시에떼 보떼에서 근무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리서치 업체에서 경력을 쌓았다. 때문에 한 대표는 시장 수요를 읽어내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화장품 전문 영역의 역량은 외부 영입을 통해 채웠다.

◇'영업환경·사업전략' 연동 사내이사 변화

클리오는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이전 이사진을 대거 교체했다. 기존 한 대표의 자녀 홍명하 씨가 맡았던 사내이사가 외부 출신 경영인으로 채워진 시기다. 이때에 영입된 인물이 현재까지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윤성훈 경영전략본부장 부사장이다.

한 대표와 윤 부사장이 이사회에 줄곧 자리하는 가운데 매년 사업 전략에 맞춰 관련 영역의 전문가를 이사진에 합류시켰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사내이사를 지낸 박찬용 전 글로벌사업본부장 이사가, 2018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신은영 전 마케팅본부장 이사가 자리했던 이유다.


먼저 클리오는 LG생활건강 TFS 중국법인 부총경리를 지낸 박 전 이사를 2015년 12월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2013년 설립한 중국 법인(상해클리오화장품유한공사)에 이어 2016년 설립한 중외합작법인 광주공야클리오화장품유한회사 운영에 힘을 싣기 위한 인사였다.

박 전 이사와 비슷한 시기에 영입된 화장품 전문가가 신 전 이사다. 당시 화장품 시장의 호황으로 급격히 매출이 증가한 만큼 전문적으로 마케팅을 진행시킬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신 전 이사는 아모레퍼시픽 마케팅부문 부장, LVMH P&C 마케팅 매니저를 지낸 전문가였다.

그러나 2018년 중국 사업전략이 전격적으로 변경되면서 '중국통' 박 전 이사가 이사진에서 빠지게 됐다. 클리오가 중국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유통채널로 사업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면서다. 사업 전략이 수정된 만큼 이사회 구성도 변화를 겪었다.

2020년 7월 신 전 이사까지 클리오를 떠나면서 이사회의 사내이사는 한 대표, 윤 부사장으로 최소화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화장품 시장에 급격한 변동이 생기자 사외이사 포함 최소(3인)의 구성원으로 이사진을 꾸리고 신속한 체질 개선을 도모했다. 이를 통해 비수익 오프라인 점포를 대거 정리하면서 고정비 부담을 덜었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선제적 ‘점포 구조조정’…온라인으로 이동

클리오 이사회가 ‘지점 폐지의 건’을 처음으로 주요 논의 안건으로 상정한 건 2017년이다. 그동안 점포 확장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켰지만 이때부터 점차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지급임차료 부담이 커지면서 로드숍 중심의 외형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부터는 지점 설치와 폐지를 동시에 진행했다. 비수익 점포를 정리하는 가운데 새로운 상권 진입을 위해 지점을 개설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유통채널로 전환을 해나가는 과도기 단계에서 클리오의 오프라인 매장 수는 133개로 2018년 최다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당시 연결기준 영업손실 16억원이 발생하면서 전년 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점포 확장에도 불구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2% 감소한 1874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사업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고정비 부담으로 인한 지속적인 출혈이 불가피했다.


이사회는 2019년에 이르러 지점 폐지의 건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클리오의 주요 판매채널은 수출, 온라인, 면세점, 브랜드숍, H&B로 구분된다. 그중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직영 브랜드숍을 축소하면서 온라인 채널에 힘을 기울였다.

지난해 개최된 22번의 이사회 중 지점 폐지의 건은 7차례 걸쳐 논의됐다. 브랜드숍이 대폭적으로 줄면서 지난해 지급임차료는 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3.3% 감소했다. 임차료 규모로만 보면 점포를 70% 가량 축소한 셈이다.

중국에서는 오프라인 점포를 전면 철수한 상태다. 2017년 중국의 경제보복 이후 점포를 차례대로 정리한 후 현재는 현지 온라인 채널을 통한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해외 자회사 상해클리오화장품유한회사는 지난해 첫 당기순이익 7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익성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클리오는 지난해 경쟁사 대비 선방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 2182억원, 6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8%, 66.6% 감소했지만 선제적으로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한 덕에 흑자를 유지했다.

클리오 관계자는 "과거 하나의 유통채널에서만 성공하더라도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더는 이러한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며 "시대적 변화에 맞춰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현재 수익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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