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라젠이 조만간 새 주인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상장폐지 기로에서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으나 그보다 빨리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경영권 이양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거래정지 전보다 크게 낮아지겠지만 새 출발을 위해선 감수할 수밖에 없다.신라젠 경영권 인수전은 현재 3파전 양상이다. 핵심 파이프라인 펙사벡의 간암 글로벌 임상 3상이 조기 중단됐고, 전직 경영진의 각종 횡령·배임 등으로 회생에 물음표가 따라 붙었던 것에 비하면 꽤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12일 인수 후보 간 프레젠테이션을 거친 후 금명간 결정된다. 인수 후보 중 한 곳은 코넥스 기업이며, 나머지 2곳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모두 100억원 안팎이다. 규모 상 써낼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가격 경쟁보단 R&D 역량이 승기를 잡을 관건이다.
주주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인수자의 체급보다 더 중요한 건 신라젠 경영에 대한 '진정성'이다. 아무리 높은 가격으로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해도 신라젠을 제대로 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면 장래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연초 경영지배인 선임 및 이사회 물갈이를 통해 새 주인을 맞이할 채비를 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올해 1월 경영지배인으로 1년간 선임된 양태정 변호사는 두 달 만에 사임했으며, 하경수 신라젠 임상센터장과 김철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전무 임상의학본부장은 지난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각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라젠 신규 최대주주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바이오사업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겠지만 그간의 불명예를 씻고 기업가치를 회복해야 하는 큰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IR로 주가 띄우기에 치중하는 과거를 답습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펙사벡 중심의 단일 파이프라인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신라젠이 펙사벡의 병용임상을 임상 3상까지 가지 않고 임상 1상, 2상까지 진행해 기술수출을 추진하겠다고 한 점은 수익 창출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모두 불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확보한 투자금으로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기술이전 받아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한다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새 주인이 확정되고 거래소가 상장유지를 결정한다면 투자자들은 약 1년만에 거래를 재개하게 된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코스닥 상장 후 2017년 몸값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시가총액 순위 2위를 찍었으나, 3년 만에 상장폐지 위험에 빠졌다. 파란만장했던 신라젠이 앞으로는 성과를 기반으로 바이오벤처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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