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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의 무기 '컬래버']두산은 왜 '퓨얼셀'을 끝내 놓지 않았나⑧SK블룸퓨얼셀·한국퓨얼셀, 수소전지 경쟁…SK·포스코그룹 이외 파트너 찾기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15 10:05:40

[편집자주]

계열화는 국내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ESG 열풍 속에 친환경 그린 모빌리티와 수소 경제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계열사를 통해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수직 계열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한 경영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 과거의 라이벌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협업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의 새로운 생존 무기가 된 '컬래버'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2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년 전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발 유동성 위기로 인해 풍전등화 처지였다.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에 나섰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알토란 같은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울며 겨자먹기로 매각했다. 당시 두산퓨얼셀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와 함께 시장에서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 언급됐다.

결과적으로 3조원 자구안에 두산퓨얼셀 매각안은 담기지 않았다. 외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였던 두산중공업 품에 두산퓨얼셀이 안기는 모양새가 됐다. 두산그룹에서 두산퓨얼셀을 끝내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미래 먹거리로 예상되는 수소사업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부터 한화그룹 등과 손을 잡고 부생수소 연료전지 분야에서 성과도 내고 있던 터였다.

◇인프라코어·솔루스 매각한 두산, 퓨얼셀은 품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두산이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받고,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해 ㈜두산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두산으로부터 두산중공업이 현물출자 받는 두산퓨얼셀 주식은 보통주 1001만 6672주(5117억원), 1우선주 188만843주(296억원), 2우선주 15만8248주(29억원)로, 총 규모가 5442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 4784만 3956주를 발행해 두산에 배정한다. 주당 발행가액은 1만1375원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두산 대주주로부터 두산퓨얼셀 지분 15.6%를 무상 증여받았던 두산중공업은 이번에 다시 두산 보유 지분 14.7%를 현물출자 받으면서 두산퓨얼셀 지분을 30.3%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솔루스 등 알짜배기 계열사를 매각하는 와중에서도 두산퓨얼셀은 팔지 않고 두산중공업 품에 안겨줬다.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주력 사업 모델을 잃은 두산중공업의 향후 먹거리로 두산퓨얼셀을 낙점한 것이다.

교집합은 '수소'다.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의 사업 시너지는 특히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확대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창원 본사에 국내 첫 수소액화플랜트를 건설 중이며 제주·동해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발전기술까지 확보하면서 연료전지(440㎾), 풍력(3~8㎿), 중소형원자로(SMR·77㎿), 가스터빈(270㎿, 380㎿)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발전기술 진용을 구축하게 된다.

◇두산그룹, 자동차 제외 수소연료전지사업 전분야 영위

수소연료전지는 활용처에 따라 크게 △ 모빌리티용 △ 가정용 △ 건물용 △ 발전용으로 구분된다. 두산그룹은 모든 분야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드론용 전지는 ㈜두산의 100% 자회사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에서, 가정용 전지는 ㈜두산 내 퓨얼셀파워BU에서 담당한다.


두산퓨얼셀은 건물용과 발전용 전지를 담당한다. 2014년 출범한 두산퓨얼셀은 수십년 간 검증된 안정적인 미국의 UTC사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지난해는 대산 부생수소발전소에 50㎿ 규모의 연료전지를 공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7월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 위치한 대산그린에너지에서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준공식'을 개최했다. 세계 최초·최대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로 이목을 끌었다. 두산퓨얼셀은 이 발전소에 독자기술로 개발한 440kW 부생수소 연료전지 114대(총 용량 50MW)를 발전소에 공급했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기존에도 두산퓨얼셀은 부산그린에너지 등에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했는데 이전까지는 LNG에서 추출한 수소를 기반으로 했다"면서 "정유나 화학사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연료전지를 납품한건 대산그린에너지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 경쟁사로는 SK건설과 미국 블룸에너지 합작사인 ‘블룸SK퓨얼셀'과 포스코그룹 계열의 '한국퓨얼셀'이 꼽힌다. 포스코에너지는 2019년 수소 연료전지사업의 내실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료전지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SK그룹과 포스코그룹 모두 미래 성장동력으로 수소를 점찍은 상태다. 두산그룹으로서는 SK와 포스코그룹을 제외한 재계에서 파트너사를 찾아야 한다. 한화와 손잡은 대산그린에너지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이같은 측면에서 주목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발전소 연료전지는 수주를 하면 10년에서 20년 정도 유지보수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장기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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