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 한화그룹의 선택]맞물린 ESG 시대, '예비 총수' 김동관의 역할은⑦'아버지' 김승연 회장 때보다 날카로워진 외부 시선, 이사회 경영 확립 목소리
박기수 기자공개 2021-04-20 09:25:10
[편집자주]
2020년대 시작과 함께 한화그룹이 큰 변화를 예고 중이다. 복잡했던 계열사 이합집산 과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위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작년 한화솔루션에 이어 최근 한화시스템의 유상증자 규모만 약 3조원에 달한다. 그 중심에는 한화그룹 차기 총수로 유력히 지목되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있다. 유증을 기점으로 시작될 신사업의 향후 행보는 그룹 총수가 되기 위한 김 사장의 마지막 경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의 바쁜 행보와 2·3세 간 승계 과정에서 주목할 점을 더벨이 짚었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6일 09: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가 기업들의 최대 의제로 떠올랐다.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배구조(G)'도 기업의 최대 관심사다. 기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눈이 많아지고 시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방대한 기업집단을 오너 1인이 좌지우지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이는 곧바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여전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국내 문화 속에서 기업들이 최근 자발적으로 '이사회 경영'을 외치는 이유다.
한화그룹 후계자로 평가 받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올라선 작년은 대기업들이 일제히 ESG 경영 원년을 선포한 때와 맞물린다. 한화그룹도 올해 초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지배구조 선진화를 다짐했다.
김 사장이 그룹 경영을 완벽히 승계받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이사회의 독립성은 김 사장이 추후 그룹 총수로 거듭날 때 현재보다 더욱 강조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룹 총수, 오너 경영인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아버지' 김승연 회장 시절과 분명 다를 전망이다. ESG가 일상화할 미래 총수 경영인의 소양과 역할은 업계의 꾸준한 관심사다.
◇"'오너'가 아닌 '사내이사 1인'으로 경영 참여해야"
한 글로벌 지배구조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이전까지 대기업의 의사 결정은 총수 1인이 대부분의 사안을 결정하는 제왕적 문화가 만연했다"라면서 "원래 이사회가 해야할 일을 총수 1인이 대신하고, 이사회는 총수의 눈치를 보며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동관 사장이 향후 총수가 될 경우 이사회에 참여해 사내이사 1인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지, 한화그룹 총수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면서 "최대주주에게 이사회 참여를 권고하는 것은 그만큼 지분이 있으니 책임 의식을 가지라는 것이지 지분율이 높으니 더 큰 목소리를 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 ESG 평가 기관에서는 이사회 내 구성원들의 독립성 보장 여부를 지배구조 평가에서 가장 큰 요소로 본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경영에 참여하는 총수 경영인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지 여부와, 이사회 내 의장·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장 겸직 등 과도한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라면서 "총수 경영인이 등기임원이 아닌데도 경영에 간섭할 경우 이는 비판의 여지가 있는 요소"라고 밝혔다.
최근 한화그룹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복귀한 점도 일각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현재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김 회장이 등기임원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일상적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경영에 복귀한 그룹 총수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라면서 "지주사격 회사인 ㈜한화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김 회장이 등기임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복귀한 것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 경영도 선두주자 될까
한화그룹은 최근 친환경 에너지, UAM(도심 환경 모빌리티) 등 미래 유망 산업군에서 선두주자가 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사회 경영 차원에서도 선두주자가 될 지 관심사다.
현재 시점에서 이사회 경영의 수준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화에 통합 ESG 등급으로 7단계 중 4위인 'BBB'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세부 항목으로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평균(Average)'적이라고 평가했다.
김동관 사장이 작년 등기임원에 오른 한화솔루션은 평가가 더욱 각박하다. MSCI는 한화솔루션에 통합 ESG 등급으로 ㈜한화와 같이 BBB등급을 부여했지만, 기업 지배구조는 '정체(Laggard)'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ESG 평가기관에서도 한화솔루션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ESG 평가기관은 글로벌 ESG 평가기관에 비해 국내 기업 사정 등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통 더 후한 점수를 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한화솔루션의 지배구조 등급에 B등급을 부여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집단 문화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의 자발적 포기가 없다면 바뀌기 쉽지 않다"라면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오너가 자발적으로 이사회 경영 구조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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