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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수다]VC 경영진은 'LP맨'을 어떻게 바라볼까④20곳 중 12곳 "영입 의향 있다"…산은 출신 '영입 러브콜 1순위'

박동우 기자공개 2021-04-29 08:14:24

[편집자주]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핫한 분야로 떠올랐다. 전문 인력이 VC에 속속 입문하는 가운데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출자기관에 몸담은 LP맨의 이직도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LP(출자기관)에서 GP(위탁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LP이력은 GP에서 어떤 영향력이 미치고 있을까. 솔직한 입장을 듣기 위해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GP로 이적한 LP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7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경영진은 출자 기관(LP)에서 근무했던 인력을 어떻게 바라볼까. 더벨이 20개 주요 운용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12곳에서 "LP 출신 인력을 영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출자자와 소통하는 채널을 구축하면서 펀드레이징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녹아들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산업은행 출신 인력이 영입 선호 대상으로 가장 주목받았다. 정책형 뉴딜펀드 출자사업을 계기로 벤처캐피탈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역할을 강화한 행보 역시 매력 요인으로 풀이된다.

◇'LP 네트워크 강화' 차원, 심사역 자질에는 물음표 찍기도

설문조사에 응한 20개 벤처캐피탈 가운데 5곳(25%)에서 LP 출신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와 출자 기관 등을 겨냥한 커뮤니케이션 기능 강화 △펀드레이징 기여 △벤처펀드 관리 전문성 강화 등 복합적인 이유로 영입했다. LP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가 활약하는 운용사 5곳 모두 당초 기대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 LP 출신 인력을 영입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20곳 가운데 12곳(60%)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로 'LP 네트워크 강화'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사안의 민감도를 고려해 익명으로 답변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A씨 : 출자 실무진, 특히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인사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절차와 기준의 모호성을 해소하는 이점이 매력으로 통한다.

반면 LP 출신 인력을 영입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이들은 8곳(40%)으로 나타났다. 출자자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확대하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투자 심사역의 자질을 놓고 보면 물음표가 찍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B씨 : LP 출신 인력들이 지닌 투자 철학을 살피면 벤처캐피탈과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출자자 네트워크를 관리하거나 풀(pool)을 더 넓히는 차원의 업무를 감안하면 LP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 영입을 고려할 용의는 여전히 있다.

심사역으로는 LP 경력보다 산업계 경험이 탄탄한 인물을 선호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투자은행(IB)업계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C씨 : 셀 사이드(sell-side)와 바이 사이드(buy-side)를 누빈 심사역이나 산업 현장에서 일한 분들이 벤처캐피탈에 가장 필요한 인재다. 정책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먼저 따지는 출자 기관의 접근법과는 다른 관점을 체득해야 투자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다.

◇'정책형 뉴딜펀드' 산은 주목, LP인력 VC업계 유입 가속화 전망

여러 벤처캐피탈들이 영입 대상 1순위로 점찍은 출자 기관은 어디일까. 산업은행에 가장 많은 표가 쏠렸다. LP 출신 인력을 영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12곳 가운데 9곳이 산업은행을 선택했다. 성장금융과 공제회도 6표씩 받았다. 모태펀드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를 고른 하우스는 5곳이었다.


산업은행이 단연 주목받는 이유는 펀드 결성 전략과 맞물린다. 정책형 뉴딜펀드 출자 사업의 막이 오르며 투자사들의 관심이 커졌다.

올해부터 5년에 걸쳐 20조원의 자펀드를 조성하는 만큼 벤처캐피탈들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위탁운용사(GP) 선정을 둘러싼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은행 출신 인력들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이 몰표를 받은 요인으로 유망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대목도 거론된다. 벤처금융본부 산하에 벤처기술금융실, 스케일업금융실, 넥스트라운드실을 둬 신생기업의 단계적 성장을 지원한다. 딜(Deal) 소싱과 기업 선별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가들이 포진한 기관이기 때문에 심사역을 구하기 알맞다는 분석이 작용했다.

출자자의 위상이 커진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LP 출신 인력들의 벤처캐피탈업계 유입이 더욱 가속화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벤처캐피탈 20곳 중에서 8곳(40%)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답변한 투자사는 2곳(10%)에 그쳤다.


D씨 : 펀드 조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P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sales)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 LP 출신 인력에게 눈길이 쏠리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출자 기관에 몸담았던 임직원의 경험은 벤처캐피탈이 GP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E씨 : 벤처캐피탈이 기관 출자 사업에 제안서를 낼 때 LP 출신 인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도움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관 출신 인력을 영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운용사의 질적 능력을 향상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GP 선정의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포트폴리오의 면면, 트랙레코드 등 벤처 투자 역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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