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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신라면세, '동상이몽' 재고자산 처분 호텔신라 "신상품 매입" vs HDC "저가 판매 불가" 대립 심화

김선호 기자공개 2021-04-28 08:09:2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7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운영 중인 HDC신라면세점이 호텔신라와 HDC 측 경영진 간 충돌로 인해 재고자산을 효율적으로 처분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대주주 호텔신라와 HDC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HDC신라면세점은 시장 회복 기대로 대부분의 재고자산을 처분하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일부 면세품에 한해서만 처분하고 나머지는 시장이 회복될 경우 제 값을 받고 판매하기 위해 창고에 쌓아놨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104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5% 감소하는 데 그쳤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이 각 계열사나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면세품 재고 판매에 공을 들이면서 재고자산을 대거 낮춘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HDC신라면세점도 지난해 6월에서야 뒤늦게 면세품 내수 판매에 돌입하기는 했다. 그러나 경쟁사들과는 달리 오프라인 매장 일부 공간을 할애해 판매하는 정도였다. 시장이 회복되면 제 값으로 판매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과정에서 호텔신라와 HDC 측 경영진간 의견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호텔신라는 재고자산을 먼저 처분한 뒤 시장 동향을 보고 신상품을 매입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HDC는 이를 반대하며 손실을 보지 말자고 주장했다.


호텔신라와 HDC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은 설립 초기 면세사업 경험이 많은 호텔신라가 주도해나갔지만 점차 무게 중심이 HDC로 이동해나갔다. 2017년 중국 경제보복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호텔신라는 다점포 전략을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

HDC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면세사업과의 시너지을 기대하기도 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HDC로서는 HDC신라면세점의 재고자산을 굳이 할인해 처분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지난해 관세청의 면세점 ‘특허 갱신심사’에서는 이전과 달리 HDC 측 김회언 대표가 전면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과거 호텔신라 측이 앞장 서 관세청 특허심사를 주도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면세점은 5년마다 관세청으로부터 특허를 승인받아야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이를 비춰볼 때 재고자산 처분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도 호텔신라보다는 HDC 측 경영진에 보다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호텔신라는 재고자산을 털어내는 데 집중하고 HDC신라면세점 경영에는 이전만큼의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HDC 측 경영진과 재고자산 처분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는지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국내 면세점들이 모두 영업환경 악화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자체 생존을 위해 HDC신라면세점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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