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설립한다는데…현실화 '물음표' 은행연합회, 금융당국에 의견서 제출…당국, 토스뱅크 출범 등에 우선순위
김민영 기자공개 2021-05-26 07:51:51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5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연합회가 금융지주사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의견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면서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검토에 본격 돌입했다.다만 금융당국은 하반기 은행업 경쟁도 평가와 제3 인터넷은행 출범 등 산적해 있는 사안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는 평가다.
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가 제출한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 관련 의견서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에서 제출한 의견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당장 은행권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요청한 건 아니어서 설립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은행연합회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원한다는 입장과 해외 사례·기대효과·당위성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지주가 설립 의사를 밝혔고, BNK·DGB·JB지주 등 지방은행을 보유한 금융그룹도 인터넷은행 설립에 긍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추진은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하반기 예정된 제3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의 안정적인 출범과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토스뱅크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최대주주이고 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웰컴저축은행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다음 달 중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영업은 본인가 후 3~4개월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서비스 개시가 예상된다.
또 금융당국은 하반기 예정된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진행한 뒤에야 제4 인터넷은행 설립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18년 은행업 경쟁도 평가에서 인터넷은행 2개사(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새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경쟁도는 미흡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에 따라 2019년 토스뱅크가 제3 인터넷은행으로 선정됐는데 이번에도 경쟁도가 약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추가 인터넷은행 인가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마련해 놓은 인터넷은행 인가 원칙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 설립은 한 가지 결격 사유가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시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 기여, △해외진출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은행을 만들면 혁신성과 안정성 등 금융당국의 고려 사항 대부분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주주 구성 측면에서 금융지주사 단일 지배구조가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와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금융지주 산하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관행을 혁신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은행시장을 보다 경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인터넷은행을 최초로 추진할 당시 금융지주사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인터넷은행은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2015년 7월 금융위와 금감원이 배포한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Q&A 자료를 보면 ‘은행 지주회사 또는 단독 은행이 최대주주인 경우 승인 심사 시 불이익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금융당국은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등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은행·은행지주가 최대주주로 신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주주 구성 계획 심사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 달라졌다는 시각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가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케이뱅크와 함께 보유한 고객만 18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저비용·고효율의 인터넷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을 압도하는 상황이 곧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금융지주의 위기감에 대해 금융당국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은행연합회 주도로 금융위와 금감원을 잘 설득해 새로운 인터넷은행 설립의 길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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