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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하는 미술품 렌탈시장]"플랫폼 파워 높여라" 작품 수가 '경쟁력'②3% 이하 낮은 렌탈요율, 수요자 유입 총력…’보험 전무’ 고가작품 취급 한계

이민호 기자공개 2021-05-28 12:58:05

[편집자주]

국내 미술품시장이 활황을 띠며 렌탈산업도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품가격의 3% 수준인 비교적 낮은 월 렌탈료와 주기적 작품 교체를 앞세운 미술품 렌탈산업은 법인을 넘어 개인으로 수요층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렌탈산업 확대를 위해서는 비용구조 개선과 큐레이팅 서비스 확대 등 보완해야할 것들이 많다. 더벨이 미술품 렌탈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 렌탈 플랫폼은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해 작품수를 확대하고 요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큐레이팅 서비스를 적용한 구독경제 모델은 렌탈 수요자 유입을 극대화하면서 이탈도 막는 장치다. 다만 렌탈기간 중 작품 훼손 위험은 고가 작품 취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플랫폼 파워’ 확보 우선…구독경제 모델 도입

미술품 렌탈 서비스 형태는 작품을 직접 사들이는 공공기관 성격의 미술은행을 제외하고 크게 두 가지 모델로 나뉜다. 먼저 미술품 렌탈 플랫폼이 작가와 계약을 맺고 작품 렌탈을 중개해주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중개 계약을 맺은 작품수가 플랫폼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플랫폼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직접 사들이는 작품수는 크게 적다. 국내에서 이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플랫폼은 대부분 작품판매 중개를 병행하고 있다.

이 모델은 해외 미술품 렌탈 플랫폼이 취하고 있는 모델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해외 미술품 렌탈 플랫폼인 라이즈아트(Rise Art)는 600여명의 작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형태·소재·주제의 작품 1만여점을 전세계 40여개국에 대여해주고 있다. 라이즈아트는 렌탈요율을 작품가격의 7%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는 라이즈아트의 렌탈 비즈니스가 다양한 작품을 빈번하게 교체하기보다 구매 이전 작품 확인의 목적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라이즈아트는 렌탈 이후 구매로 전환하는 고객에게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다. 렌탈 1개월차에 구매로 전환하면 월 렌탈료의 100%를, 그 이후로는 50%를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판매 활성화의 장치로 작동한다.


국내에서 이 모델에 부합하는 미술품 렌탈 플랫폼으로는 오픈갤러리가 꼽힌다. 오픈갤러리는 렌탈요금을 작품가격이 아닌 호당 작품크기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수요가 많은 10호(약 50×45㎝) 이하 3만9000원, 20호(약 70×60㎝) 이하 6만9000원 등 정액으로 책정돼있다. 오픈갤러리가 중개하고 있는 대부분 작품의 가격은 1000만원 이하로 형성돼있기 때문에 작품가격을 기준으로 렌탈요율을 가늠해보면 1~3% 수준이 된다. 오픈갤러리는 작가 1300여명과 중개 계약을 체결해 3만7000점이 넘는 작품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해외 렌탈 플랫폼과 비교해도 많은 것이다.

렌탈요율이 해외 렌탈 플랫폼보다 낮은 데는 국내시장의 태동기적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 렌탈이 보편적이지 않은 국내시장 특성상 렌탈요금이 높게 책정되면 신규 수요자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개인 수요자 비중이 높은 오픈갤러리는 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인의 경우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미술은행과 경쟁해야 하는데 미술은행은 렌탈요율을 1~1.5%로 책정하고 있어 이보다 높은 요율을 책정하는 것은 부담이다.

오픈갤러리는 한 발 더 나아가 구독경제 모델을 적용했다. 3개월마다 작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때 유선상담을 통해 소속 큐레이터로부터 수요자의 취향과 설치 공간의 특성에 따라 작품을 추천받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렌탈 이후 구매로 전환하면 프리미엄도 제공한다. 렌탈 1개월차에 구매로 전환하면 월 렌탈료의 100%를, 2~3개월차에는 50%를 돌려준다.

◇공동구매 플랫폼도 렌탈 진출…현금흐름 확보 목적

또 하나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에서 구매가 완료된 작품에 대해 렌탈을 실시하는 모델이다. 공동구매한 미술품의 경우 소유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특정 구매자가 아닌 플랫폼이 지정한 수장고나 전시장에 보관한다.

감상보다 자본이득 추구의 목적이 강한 공동구매 특성상 수익실현을 위해서는 미술품의 가치 상승과 매각 가능성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매각 시기가 도래하기 이전에는 무작정 보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매각 이전에 구매자들에게 현금흐름을 발생시켜줄 목적으로 렌탈이 이용된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투게더가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트투게더는 작품가격의 0.5~0.75% 수준을 월 렌탈요금으로 매기고 있다. 수취한 렌탈요금의 3분의 2는 소유자들이 나눠가지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플랫폼 이용료 명목으로 아트투게더가 수취한다. 6000만원짜리 작품을 렌탈하면 매월 3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이 중 20만원을 소유자들이, 나머지 10만원을 아트투게더가 각각 가져가는 형태다. 플랫폼으로서도 렌탈 서비스 제공에 따른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모델에서는 렌탈이 메인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렌탈요율도 전문업체보다 비교적 낮게 책정된다. 공동구매가 완료된 작품에 한정하고 있어 작품수 확대에 매진할 필요성도 적다. 확보한 작품수가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렌탈 수요자 저변이 넓지 않아 정작 소유자들이 동의해도 수요자를 확보할 수 없어 렌탈 자체를 실행하지 못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렌탈작품 보험 전무…고가작품 취급 한계

다만 두 가지 모델 모두에서 전시 및 운송 과정에서의 작품 훼손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술품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감가상각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미술품 고유의 특성을 저해한다. 특히 향후 미술품을 매각해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 공동구매 모델에서 작품 훼손은 치명적이다.

국내에는 미술품에 적용할 수 있는 보험이 크게 제한돼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기관에서 고가 미술품을 전시하는 경우나 일정 요건을 갖춘 대형 수장고에 다수 미술품을 보관하는 경우, 무진동차량을 이용해 운송하는 경우 등에 한해 동산종합보험 등의 형태로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렌탈산업이 포지셔닝하고 있는 1000만원 이하로 비교적 낮은 가격의 개별 미술품을 개별 수요자가 전시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보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렌탈 수요자에 배상의 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렌탈 플랫폼의 책임여부 등 논쟁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는 미술품 렌탈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가의 작품을 대여해주기 어려운 환경에서 수익 확대를 위해서는 다수 저가의 작품을 다수 수요자에게 대여해주는 수밖에 없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렌탈산업이 유망하지만 전시·운송·설치에서의 보험 적용이 크게 제한되는 등 고가의 작품 취급에 부적합한 한계가 있다”며 “훼손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렌탈 플랫폼의 책임여부에서 논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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