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토종 패션기업]신원, '오너2세' 전면에…재도약 승부수 던졌다⑥의류 수공업에서 '브랜드'로 성장, 오너리스크 극복 '과제'
김선호 기자공개 2021-06-04 08:38:41
[편집자주]
하얀 메리야스와 빨간 내복은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 상품들이다. 국내 패션산업의 근간이자 토종업체들이 지금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옛 명성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역사의 굴곡을 지나온 국내 패션업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오너리스크와 패션시장 불황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신원이 올해를 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삼고 재도약 승부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외 공장의 제조역량을 강화하고 유통채널 다각화를 이뤄 반전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베스띠벨리, 씨, 지이크, 비키 등 신원이 보유한 주력 브랜드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불안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016년 창업주 박성철 회장의 파산사기, 그의 차남인 박정빈 부회장의 회삿돈 횡령으로 발생한 오너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올해 오너 2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 재건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박 회장의 차남 박 부회장과 삼남 박정주 대표가 각각 내수부문(패션사업)과 수출부문(제조사업)을 맡았다.
◇제조·브랜드 두 축으로 도약, 오너리스크 ‘발목’
신원의 창업주 박 회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언론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정계에서 활동한 뒤 1973년 신원통상을 설립하면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1971년 말 직원 10명으로 수공업 형태의 의류제조업을 시작했다. 삼도물산이나 천지무역 등 하도급 물량을 납품하면서 쌓은 경력이 신원의 출발점이다.
1984년 의류수출 5000만달러 달성, 1987년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1988년 기업공개(IPO)를 이뤘다. 제조업 기반의 의류 수출로 성장하다 1990년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와 씨를 론칭하면서 패션 브랜드 업체로 전환했다.
1995년 지이크, 1995년 비키, 2008년 파렌하이트, 2011년 이사베이·반하트디알바자를 잇따라 론칭하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동시에 해외 현지법인과 봉제공장을 설립하면서 제조업 경쟁력도 높였다.
2004년 개성공단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그 다음해인 2005년 북측 최초 패션쇼를 개최한 것도 신원의 역사 중 기억에 남을 만한 일로 꼽힌다. 지금은 개성공단에 위치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패션 브랜드 업체로서의 당시 신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해외 현지에 설립한 공장을 보유한 의류 제조사업과 해외까지 진출한 브랜드 사업은 신원의 성장을 견인하는 두 축이 됐다. 다만 2016년 창업주 박 회장과 일찍이 후계자로 낙점됐던 차남 박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지속 상승하던 매출액이 꺾이기 시작했다.
해외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의류를 생산해 수익을 올리는 수출부문 덕에 간신히 흑자경영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평판과 인지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B2C 유통의 패션 브랜드 사업인 내수부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시장 확대 ‘마크엠’+인도네시아 공장 증축
박 부회장은 2018년 가석방되자마자 적자에 빠진 내수부문의 정상화를 추진했다. 중국에 론칭한 신규 브랜드인 영캐주얼 ‘마크엠’을 국내에도 출시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에 착수했다. 패션업체로서의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오너 2세 경영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구조조정 등의 효과로 2018년 내수부문이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했지만 그 이후로 적자가 누적되는 등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 패션시장의 불황과 함께 오너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이를 딛고 올해 신원은 재도약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 인도네시아 2개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해 생산 라인을 대폭 증축하는 한편 마크엠 브랜드의 국내 면세점 입점을 통해 대규모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원에 따르면 니트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방 법인은 기존 30개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이다. 여기에 30개 생산 라인을 증축해 총 60개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니카라과에 공장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만 2억달러 이상의 연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내수부문의 경우 마크엠의 국내 면세점 입점을 통해 중국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기존 신원의 홍콩 자회사 에벤에셀HK가 중국의 진잉국제무역유한공사와 합작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 마크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면세점 채널을 통해 중국 향 매출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신원은 마크엠 제품의 면세점 입점을 위해 ‘The S&S Global’과 면세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마크엠 제품을 면세점 채널을 통해 대량 판매하고 The S&S Global은 이를 중국 시장에 재판매하는 구조다. The S&S Global은 성신국제여행사의 자회사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현지의 면세점 입점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 지난해 매출이 크게 성장한 하이난 면세점에 입점할 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내수부문이 충분히 흑자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신원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부문 모두 괄목할만한 실적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공장 증축과 브랜드 유통채널 다각화가 계획대로 모두 순조롭게 이뤄질 시 그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