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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토종 패션기업]세정, ‘가족경영 한계' 자회사 ‘NII’ 매물로⑤1988년 도입 '대리점 유통' 간판만 변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승부

김선호 기자공개 2021-06-03 09:29:13

[편집자주]

하얀 메리야스와 빨간 내복은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 상품들이다. 국내 패션산업의 근간이자 토종업체들이 지금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옛 명성을 잃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역사의 굴곡을 지나온 국내 패션업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31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패션업체 세정이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는 '가족경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연결기준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자회사 세정과미래는 보유한 유일 브랜드 'NII'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세정의 이사회는 오너일가로 채워져 있다. 비상장사 세정의 등기임원 중 사외이사는 부재하다. 사내이사를 현재 박순호 회장과 장녀 박민주 상무가 맡고 있다. 감사로는 부인 심현녀 씨와 강창석 씨가 자리하고 있다. 강 감사가 유일한 외부인이다.

창업주 박 회장은 심 감사와 슬하에 세 명의 딸을 두고 있다. 장녀 박 상무는 세정의 마케팅을 담당한다. 삼녀 박이라 대표는 자회사 세정과미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수녀로 알려진 차녀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세정은 시대에 뒤처지면서 저조한 성적표를 거뒀다.


◇패션 종합기업 성장, 물거품 된 ‘2조 매출목표’

세정은 1974년 7월 부산진 시장에 설립된 동춘 섬유공업사에서부터 시작했다. 1991년 법인전환 후 1995년 첨단 자동물류센터, 1995년 서울과 부산 사옥을 각각 신축하고 이전했다. 이전 1988년 대리점 유통방식으로 전환한 전략이 주효한 성장을 이끌어낸 덕분이다.

당시 ‘인디안’ 브랜드의 티셔츠가 흥행을 하며 부산진 시장에 소매상들이 몰려들었다. 이를 지켜본 박 회장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디안 브랜드 단독 매장을 내면서 B2C 채널 확대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는 패션 토탈 기업으로 변화하는 기반이 됐다.

현재 인디안과 브루노바피 남성복과 올리비아로렌, 비비올리비아 등의 여성복 브랜드에 이어 주얼리 디디에두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1998년 설립한 자회사 세정과미래를 통해 영캐주얼 브랜드 NII를 론칭했다. 자회사를 통해 중장년층에 이어 젊은 층까지 공략하기 위해서다.

후계자로 지목된 삼녀 박 대표는 2007년 세정과미래 대표 자리에 올랐다. 세 명의 딸 중에 가장 경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박 대표에게 차세대 성장 동력인 자회사가 맡겨진 시기다. 그러나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자 했지만 줄곧 적자가 발생했다.

연결 기준

2013년 세정은 대표 브랜드 인디안 매장간판을 웰메이드로 바꾸며 사업 체질 개선을 단행하기도 했다. 단독 브랜드 매장을 종합 브랜드숍으로 탈바꿈시켜 실적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2020년 2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최근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창업주 박 회장이 이끄는 세정과 그의 삼녀 박 대표가 이끄는 자회사 세정과미래 모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선택과 집중' 패션, 과거로 회귀…동춘상회 눈길

세정은 최근 자회사 세정과미래가 보유한 NII 브랜드를 매물로 내놨다. 더는 자체 역량만으로 실적을 회복시키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정과미래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NII 브랜드의 공정가액은 결손금 누적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65억원을 기록했다.

세정에 따르면 NII 브랜드가 매각되고 나면 세정과미래는 진행하는 사업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에 따른 향후 대안을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대신해 먼저 세정이 진행하는 웰메이드, 올리비아 로렌 등 기존 주력 브랜드에 힘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보면 선택과 집중 전략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사업 구조는 과거로 회귀하는 중이다. NII 브랜드가 매각되고 나면 웰메이드 종합 브랜드숍으로 탈바꿈했던 2013년 때와 사업구조가 같은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세정이 보유한 브랜드의 주요 소비자 층은 중장년층이다. 특히 가두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주요 매출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전환할 경우 점주와의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주력 패션사업은 이전과 같은 사업 형태를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패션사업 이외 생필품·식품 유통부문으로 온라인 시장에 편승했다. 2018년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동춘상회'의 온라인 채널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다. 이에 맞춰 세정은 자체 상품(PB)과 협업 상품 개발을 통해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한편 온라인 채널 입점 수를 늘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세정 관계자는 “동춘상회는 다채로운 가정간편식(HMR) 등 대표 상품 비중을 늘려가는 한편 인기를 끌고 있는 주방용품도 더욱 다양화해나갈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NII 매각 후 기존 어덜트 브랜드 집중 육성에 나설 방침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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