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15일 09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광주은행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사무소를 설립하고 사업 기회를 엿봤으나 4년 만에 폐쇄를 결정했다.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이어서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글로벌 시장 '룰'을 보면 통상 한번 철수한 국가에 다시 발을 들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 재진출은 장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중국 우시(무석·無錫) 대표사무소 폐쇄를 결정했다. 올 1월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의결하려 했으나 자료 보완 및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을 보류했다. 다음달 재부의를 거쳐 이를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사무소는 아직 남아있지만 머지않아 철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니 현지 동향 파악 차원에서 사무소를 설립했다"며 "올 초 사무소 폐지를 결정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없애진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7년 광주은행은 중국 현지 시장조사, 신사업 연구개발 활동 등 역할을 수행하는 사무소를 장쑤성 우시시에 설립했다. 중소기업 대출 및 리테일 사업을 하기 위해 중국 지방은행, 주요 도시의 금융투자기업과도 협력할 계획이었다.
당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개소식 규모도 상당했다. 김재훈 상하이총영사관 재경관, 조운근 금융감독원 베이징사무소 수석대표를 비롯해 황흠 우시시 상무부시장, 위다 신오구 당서기, 봉효춘 신오구청장 등 중국 주요 인사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우시 대표사무소는 출범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가운데 지점을 설립하는 등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은행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광주은행은 몇 년간 중국에 진출할 기회를 살폈으나 영업 기회가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며 "지점을 설립하고 투자한다고 곧바로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기대 수익을 낼 정도로 비즈니스를 키우기 어렵다고 봤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해외시장 진출 후 철수는 이례적인 일로 통한다. 앞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아 태국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대거 철수한 사례를 봐도 그렇다. 현지에서 한국계 금융사의 진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 20여 년간 신규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단순히 금융사 하나의 이탈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표사무소는 지점과 달리 직접 영업을 하지는 않지만 향후 해당 국가 진출을 포기했다는 의미와 같다"며 "중국 시장은 레드오션이라 광주은행 입장에서 다른 시중은행, 지방은행과 거래처도 겹쳐 시장점유율(M/S)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번 철수하면 재진입이 어려워 의사 결정이 쉽지 않다"며 "더욱이 과거 투입한 비용이 매몰비용이 되는 만큼 내부에서 책임 소재를 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광주은행은 중국 외 다른 지역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JB증권 베트남(JBSV)을 인수한 만큼 베트남 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JB금융그룹 다른 계열사들이 진출한 미얀마나 캄보디아에도 추가로 진출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탓에 당장 새로운 국가로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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