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현대코퍼레이션의 '변신', 키맨은 장안석 사장④사업 다각화 '특명'...CEO 낙점 후 사명 변경·정관 추가·M&A '일사천리'
박상희 기자공개 2021-06-18 10:16:31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5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올 3월 주총에서 창립 45년 만에 현대종합상사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정관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등 종합상사업의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선언했다. 2016년 계열 분리 이후 5년 만에 대내외적으로 현대코퍼레이션의 변신을 공식화 한 것이다.현대코퍼레이션의 변화를 주도할 게임 체인저는 장안석 사장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현대코퍼레이션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 받았다. 그에게 주어진 미션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신기인터모빌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장 사장은 현대코퍼레이션의 변화를 이끌 첫 발을 뗐다.
◇장안석 사장, 신규 먹거리 '변화' 추진
지난해 말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인사에서 장안석 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코퍼레이션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장 사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현대코퍼레이션은 정몽혁 회장 대표이사, 김원갑 부회장 대표이사와 함께 기존의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한다.
현대코퍼레이션 대표이사 3인 체제에서 김 부회장은 '안정'을, 장 사장은 '변화'를 상징한다. 1952년생인 김 부회장은 1961년생인 정 회장보다 9살 많다. 장 사장은 1961년생이다.
그룹 2인자로 불리는 김 부회장은 정 회장이 2016년 계열분리 하던 해에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현대종합상사 사장직을 공석으로 두다 2016년 4월 김원갑 전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을 현대종합상사, 현대C&F 총괄부회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종합상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김 부회장은 외부인으로 볼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는 등 '영원한 현대맨'으로 불린 인물이다. 현대맨 출신을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현대코퍼레이션 전체 매출에서 범 현대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무역업의 안정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김 부회장인 셈이다.
반면 장 사장은 현대코퍼레이션의 사업 사각화, 신규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인물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의 매출 구조는 무역업에 편중돼 있다.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현대코퍼레이션에게 닥친 글로벌 팬데믹 사태는 역대급 위기였다. 무역 경기가 직격탄을 맞아 상사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2조8808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팬데믹 발발 이전인 2019년 매출은 4조263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하게 외형이 위축됐다. 정 회장이 사업다각화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기존 하명호 사장을 대신해 사업다각화를 이끌 적임자로 장 사장을 점찍었다.
장 사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2003년 현대석유화학에서 재경을 담당했다. 2003~2010년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에서 금융지역본부장을 지내는 등 재무 분야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2010~2015년 현대종합상사 경영기획실장 및 금융여신담당중역을 역임했고, 2015년 10월부터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자동차 제조업 진출...신기인터모빌 M&A 결과 주목
장 사장은 대표이사에 임명된 이후 사명 변경부터 추진했다. 3월 9일 정기 이사회에서 사명을 현대코퍼레이션(Hyundai Corporation)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현대종합상사가 해외 시장에서 사용한 영문 명칭이다. 사명 변경은 같은달 24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확정됐다.
사명 변경은 종합상사의 명칭에 갇힌 이미지와 사업 모델의 한계를 탈피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신규 비즈니스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시켜 국내외 경쟁력 있는 파트너 기업과 새로운 협력 모델로 글로벌 종합 비즈니스 파트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주총에서 정관 변견도 의결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정관 사업목적에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와 판매업 △전기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 △친환경 소재 및 복합소재 제조·판매업 △수소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관련 사업 등 4개를 추가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와 판매업이다. 197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자동차 부품 등 모빌리티 제조 사업 진출을 명문화 한 것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부터 모빌리티 산업의 밸류체인 진입을 위해 국내 강소기업과 함께 차량용 알루미늄 단조 부품 개발 및 합작 공장을 운영, 양산에 돌입했다. 인도에서 운영 중인 자동차·가전용 철강 가공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 늘렸고, 자동차 DKD 사업 운영도 성공했다.
정 회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차량용 부품 제조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산업구조 재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산업 질서가 본격화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이는 차량용 부품 제조는 물론 전기차 부품 제조, 신재생 에너지, 물류, 친환경·복합 소재,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에서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계속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밝힌 비전의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장 사장의 몫이다. 장 사장은 신기인터모빌 인수에 나서며 자동차 제조업체로의 변신을 구체화 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달 18일 신기인터모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코퍼레이션이 2016년 계열분리 이후 M&A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기인터모빌은 지난 1970년 설립된 자동차용 플라스틱 부품 전문 제조업체다. 엔진커버를 비롯해, 휠가드, 차량 내부 콘솔박스, 필러, 트렁크 등에 들어가는 10여종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오랜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다는 점이 신기인터모빌의 가장 큰 특징이다. 1987년 협력업체로 등록된 이후 현재까지 30년 이상 현대차와 기아차 등에 제품을 공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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