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사업자 리포트]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달라진 위상', 카카오 입김 축소③블록체인 사업 가능성 입증, '단독 사내이사·주요주주' 등극
최필우 기자공개 2021-06-24 07:21:22
[편집자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국내에서도 코인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당국이 가상자산 공개(ICO)를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함에 따라 해외를 통한 우회상장이나 거래소 공개(IEO) 등을 통해 일명 '잡코인'이 대거 거래소에 입성,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더벨은 차별화를 추구하는 국내 코인사업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13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사진)는 카카오 블록체인 사업을 대표하는 프론트맨이다. 사업을 지원하는 조직은 카카오에 있지만 '클레이튼(Klaytn)' 생태계 조성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건 한 대표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대학을 졸업한 그는 벤처 창업과 매각, 블록체인 사업 도전 끝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발탁됐다.그라운드X 출범 4년차인 올해 한 대표의 재량권은 한층 더 확대됐다. 이사회 내 단독 사내이사가 되면서 의사결정 권한이 커졌고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가 그에게 힘을 싣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산 토박이 공학도, 카카오 사단 합류하다
한 대표는 1972년 출생으로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1992년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하면서 공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8년 대학 졸업 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고 학위 취득 후에는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에서 겸직교수를 맡기도 했다.

그는 학교를 떠나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007년 '넥스알(NexR)'을 설립했다. 넥스알은 대용량 분산저장과 처리기술에 특화된 빅데이터 기술 기업이다. 한 대표는 창업 4년 만인 2011년 넥스알을 KT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60억원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넥스알은 클라우드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KT의 핵심 자회사로 활약하고 있다.
매각 후 4년간 넥스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켰던 한 대표는 2014년 새 도전에 나선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FuturePlay)'를 공동 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졌고 스스로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 이른다.
한 대표의 블록체인 사업 구상이 구체화됐을 무렵 카카오가 손을 내밀었다. 그가 주최한 세미나에 카카오 관계자들이 참여했고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한 대표는 카카오와 손잡으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벌이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해 의기투합했다.
한 대표 영입에는 김 의장 의중이 반영됐다. 김 의장은 후배 기업가를 발탁하고 카카오 공동체 안에서 도전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 대표의 블록체인 관련 역량 뿐만 아니라 창업 후 기업을 매각하고 다시 신사업에 나서는 도전 정신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공동체의 성장 방식과 블록체인에 기술 대한 한 대표의 철학이 유사한 것도 그의 영입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카카오는 빠른 시간 내에 수익성을 창출하기보다 사용자 편의성을 확보하고 저변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 의장은 누구나 '클레이(Klay)'를 활용해 클레이튼 상에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가능성 입증한 그라운드X, 카카오 '지원'에 방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라운드X는 지난 3월 한 대표 단독 사내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출범 당시 사내이사를 맡았던 박지환 전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신민균 전 카카오벤처스 대표(현 카카오 미래디스커버리실 부사장)가 이사회를 떠나면서다. 카카오는 2018년 3월 그라운드X 출범 당시 카카오 공동체 정체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기용했다.

박 전 대표와 신 전 대표가 떠나면서 빈 자리는 최용석 카카오 성장지원실장, 정주환 미래전략지원실장이 채웠다. 카카오 공동체 경영 기조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전임자들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사내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공동경영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카카오는 그라운드X가 초석을 다졌다는 점을 감안해 한 대표에게 더 큰 재량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간 클레이튼의 정체성이 확고해졌을 뿐만 아니라 이미 영업 흑자를 달성하는 등 수익 모델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배구조상 키맨이 된 한 대표는 그라운드X 지분도 갖고 있다. 지난 4월 그라운드X 주식 22만주를 취득했다. 지분율은 2.2%다. 모회사 클레이튼(Klaytn Pte. Ltd.)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명실상부한 카카오 블록체인 사업 사령탑으로 인정받았다.
그라운드X 관계자는 "카카오와 협의해 이사회 구조를 변동했다"며 "카카오가 전략, 재무 관련 지원을 제공하고 블록체인 기술 관련해서는 그라운드X가 주축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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