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ESG TF 가동' 현대코퍼레이션, 'B등급' 탈출하나⑥홍순민 기획실장, ESG 등급 끌어올리기 '미션'...자산 2조원 미만, 이사회 지배구조 '미비'
박상희 기자공개 2021-06-22 10:38:49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종합상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코퍼레이션의 ESG 경영에 대한 외부 평가 성적표는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KGS)의 현대코퍼레이션 ESG 통합등급은 수년째 'B' 등급에 머물러 있다.ESG 경영은 업종이나 회사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의 영속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트렌드가 됐다. 현대코퍼레이션도 더 이상 ESG 경영을 좌시할 수 없게 됐다. 올해부터 태스크포스팀(TFT)를 가동하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ESG 등급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현대코퍼레이션의 ESG 경영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환경(E)등급 3년째 최하위 'D' 등급...지속가능경영보고서 조기 도입 검토
지난해 KCGS 평가에서 현대코퍼레이션은 ESG 통합등급 'B'를 받았다. 2018년 'C' 등급에서 2019년 'B'로 승급한 이후 계속해서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ESG 성적표는 종합상사 업계 경쟁사 대비 저조한 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지난해 ESG 통합등급은 최고 수준인 'A+'였다. LG그룹에서 LX그룹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다음달 LX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꿀 예정인 LG상사의 등급 역시 'A'다. 건설·리조트 사업부문과 함께 상사부문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물산도 'A' 등급을 획득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통합 ESG 등급이 낮은 데는 환경(E)부문 영향이 특히 컸다. 사회(S)와 지배구조(G)부문의 경우 2018년 각각 'C' 등급을 받았는데 지난해 'B' 등급으로 한 계단씩 승급했다. 반면 환경(E)부문은 3년 연속 'D' 등급이다. KCGS의 7개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레벨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이 전혀 없는 무역서비스 중심의 회사여서 ESG 가운데 E와 S부분에서 거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현재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고, 자동차 부품 회사 인수 추진 등 제조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 자동차 소재, 전기차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등 앞으로 ESG 평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현대코퍼레이션과 같이 종합상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경쟁사와 비교는 불가피하다. 여타 종합상사의 경우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속해 있어 그룹 차원에서 ESG 대응을 하고 있는 반면 현대코퍼레이션은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분리 한 이후 ESG 대응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부터는 현대코퍼레이션도 달라진 모습니다. ESG 전담 조직을 꾸렸다. ESG TFT는 관련팀에서 차출된 10여명으로 구성됐다. 홍순민 전무(기획실장)가 TF를 이끌고 있다. 현재 격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우선은 단기과제 중심으로 어젠다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선제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25년부터 친환경·사회적 책임활동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공시 의무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적용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 대상이 되기 전에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요 종합상사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는 곳은 현대코퍼레이션이 유일하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회사 현황과 실정에 맞는 ESG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감사위·사추위 2012년 설치...이사회 지배구조, 계열분리 이전 시절 답보
지배구조(G) 등급과 깊은 관련성이 있는 이사회 지배구조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회사 규모가 아직 2조원에 미치지 못해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말 별도기준 총자산규모는 7868억원이다. 2018년 9073억원에서 2019년 9776억원으로 증가하면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듯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자산규모가 감소했다.
국내 상법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이사회와 관련해 준수해야 할 여러 제도와 규정을 두고 있다. 상법 제542조의8과 제542조의11 규율에 따라 설치가 의무화 돼 있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또 상장사의 자산 규모가 2조원(별도기준)을 넘어서면 이사회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규제하고 있다.
별도 기준 자산규모가 1조원에 미치지 않는 현대코퍼레이션은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럼에도 선제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조항들이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 3명의 사외이사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내에는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2개의 소위원회가 있다.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기준 의무 설치 사항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설치하지 않았지만 감사위원회는 설치했다. 감사위원회 설치는 계열분리 이전인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시절이던 2012년 단행됐다.
내부거래위원회는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달리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설치했다. 이 역시 감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계열분리 이전인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시절로 설치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내부거래위원회는 2012년 말 설치됐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감안한 조치였다. 현재 현대코퍼레이션의 매출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을 포함한 옛 현대 계열 물량이 70%에 이르지만 계열분리 이후라 내부거래로 잡히지 않는다. 계열분리 이후 내부거래위원회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이유다. 현재 내부거래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이름만 유지하고 있다.
ESG 위원회 설치 여부도 관심을 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ESG 위원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ESG 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갖춰야 할 소위원회 설립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대표이사와 의장 분리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대표이사 및 의장 선임과 겸직의 주요 사유로 경영진의 의사결정 및 회사정책의 영속성 유지를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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