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新포트폴리오 전략]NH농협금융, 보험 자회사 '자생력 강화' 올인⑪밀리만 컨설팅, GA설립안 '정중동'
손현지 기자공개 2021-06-30 07:39:50
[편집자주]
금융지주들이 너도나도 'M&A'를 외치며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분주하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알짜 신사업 수익원 발굴에 용이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본연의 금융업을 떠나 다양한 사업군을 겨냥 중이다. 빅테크에 대항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까지 눈여겨보는 추세다. 최근 들어 달라진 금융지주들의 포트폴리오 보강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9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의 보험 자회사들은 걱정과 기대가 공존해왔다. 특히 NH농협생명보험은 자산규모 업계 5위에 안착한 대형사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2~3년 내내 그룹 주요 경영 목표 중 하나로 보험업 경쟁력 제고가 포함돼 있었을 정도다.일각에서는 농협지주가 M&A 등을 통해 보험 자회사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단기간에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보험업 환경 리스크가 큰 만큼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여서 공격적 M&A에 나설 여지는 적다.
최근에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컨설팅을 통한 경영 방향성 정립 정도로만 서포트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의 제판분리 기조에 맞춰 판매자회사(GA) 설립의 장단점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질개선 고군분투, 긴급수혈 감행
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은 농협금융그룹의 원년 멤버다. 2012년 신경분리 때부터 지역 농축협과 농협은행의 방카슈랑스 채널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비록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긴 했으나 저축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수익 구조가 탄탄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저축성보험 위주의 보험 포트폴리오 구조가 부메랑이 되기 시작했다. 오는 2023년부터 도입될 새회계기준인 IFRS17 하에서는 저축성 보험이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수익성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농협생명은 일찍이 체질개선에 나섰다.
우선 저축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2014년부터 보장성 보험 판매비중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기존 10%대에 불과했던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작년엔 90%를 훌쩍 넘겼다.
체질 개선 과정에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보장성 보험의 수익성은 저축성 보험의 20%~30% 수준에 그친다.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 선택이란 게 평이다. 이를 의식한듯 농협생명은 2016~2017년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채권의 비율을 크게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 흐름을 보이면서 대규모 환 헤지 비용이 감소해 수익이 약화됐다. 수입 보험료 감소와 함께 투자 운용실적의 부진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당시 농협손해보험 사정도 비슷했다. 정책성보험인 가축재해보험의 거액 손실 발생 사례로 인해 손익변동성이 높아졌던 것이다.
결국 지주 차원에서도 재무적 지원에 나섰다. 실적 부진과 자본관리 부담까지 중복되자 두고만 볼 수 없었다. 2019년 농협손해보험에 대해 1600억원 규모로 긴급 수혈을 했으며, 작년엔 농협생명보험에도 2000억원 규모로 증자를 실시했다. 2019년 보유주식(5139억원) 일부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였다.
◇외부 자문 거쳐 자회사형 GA 설립 고심
유상증자로 단기적 위기는 모면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모두 RBC비율이 회복 되는 등 자본관리 부담이 일부 해소됐다. 다만 불안감은 여전히 있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는 2019년 외부 컨설팅을 받기 시작했다. 보험업 관련 전문 자문사인 '밀리만'(Milliman)과 자문 계약을 맺었다. 밀리만은 과거 우리바바생명 인수 당시 인수가치를 산정하던 보험계리 컨설팅 전문회사다.
컨설팅 카드는 단순히 자금적인 지원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자생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방책이었다. 김광수 당시 회장은 '보험업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해 NH농협금융지주·농협생명·농협손보의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구성된 보험경영혁신위원회(TF)를 결성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당시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한 여러 방책이 나왔다"며 "아울러 제판분리 움직임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농협생명을 중심으로 한 판매대리점(GA) 설립 검토안도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한지주 전략 라인 관계자들은 농협생명의 '자회사 GA' 설립안 구상 과정에서 신한금융플러스 관계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는 전언이다. 신한금융플러스의 판매구조 및 향후 계획 등을 벤치마킹하면서 장단점 등을 검토한 셈이다.
최근엔 농협생명 내부적으로 GA 설립 여부를 검토 중이다. 채널효율화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으나 중장기 과제로 수립했다. 일단 장점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상당하다. 농협생명은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방카슈랑스 비중인 높은 편이다.
설계사 조직보다 농협창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큰 셈이다. 판매조직을 떼어낼 경우 전속설계사 유지 비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농협생명은 당분간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 방안 마련에 집중키로 했다. 우선 전속설계사를 평가할 때 신계약가치 지표를 보다 세분화해 평가할 계획이다. 신계약가치는 상품을 판매할 때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판매 시점에서 평가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손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도 자금적인 압박을 주지 않고 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2016년 이후 실적 악화 및 자본비율 관리부담 등을 고려하여 배당조차 결의하지 않았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하반기 추가 1500~2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계획하고 있다"며 "다만 보험 계열사는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은 만큼 재무적 안정성을 갖추기 전까진 추가 배당 요구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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