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 카뱅' PBR 비교기업 어떻게 선정했나 870개 중 4개 추려, 국내 및 아시아 인터넷은행 IPO 레퍼런스 탄생
김현정 기자공개 2021-06-30 07:45:2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9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 주가순자산비율(PBR) 7.3배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는 ‘비교기업 골라내기’가 핵심 작업이었다. 전세계 관련 업종 870개 상장사 가운데 카카오뱅크 닮은꼴 4곳을 선별했다. 신생 사업군인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과연 그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이목을 끈다.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최근 IPO 추진을 공식화하자 밸류에이션의 방법론과 논리구조(로직)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추후 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IPO를 추진할 때 '국내 첫 사례'인 카카오뱅크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과거 IPO 추진 여지를 내비췄을때부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상장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얼마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인지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일단 0.5배 수준인 KB금융·신한금융 등 정통 은행업의 PBR이 비교기업으로 적용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있었다. 다만 어떤 업권을 가져다놓아야할지, 어떤 해외 기업을 참고해야할지 등을 놓고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특히 카카오뱅크 뒤를 쫓고 있는 케이뱅크는 오래 전부터 카카오뱅크 공모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또 다른 후발주자 토스뱅크도 자본여력을 키우기 위해 종국적으로는 IPO를 목표로 하고 있어 카카오뱅크 IPO 밸류에이션 산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는 2023년, 토스뱅크는 이르면 2023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IPO가 성공하면 관련 레퍼런스가 만들어지게 되는 만큼 이들 IPO 후발주자들도 그 공식을 그대로 따를 공산이 크다. 카카오뱅크의 비교기업 선정 절차를 어떻게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IPO 공동대표주관사인 KB증권·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과 공동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은 PBR을 통한 카카오뱅크 희망공모가액 산출을 위해 전세계 870개 상장사를 검토했다.
그 중 산업 유사성, 규모 유사성, 재무 유사성, 사업 유사성 등 4가지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로켓컴퍼니(미국), 팍세그루디지털(브라질), TSC그룹(러시아), 노드넷(스웨덴) 등 4곳을 최종적으로 추려냈다.
주관사는 우선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산업에 속해있다고 판단되는 전세계 △은행(Bank)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데이터 및 거래 처리장치(Financial Transaction Processors) △모기지 금융(Mortgage Finance) 회사들을 골라냈다.
NYSE, 나스닥, 유로넥스트 뿐 아니라 동경·런던·독일·홍콩·싱가폴·호주·토론토·마드리드·스위스·이탈리아 거래소 등 선진 해외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총동원됐고 상장 870개사를 1차 모집단으로 선정했다.
이후 카카오뱅크와 규모가 비슷한 곳을 골라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규제 아래서 여신 등 자산 성장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카카오뱅크는 2조8495억원(26억달러가량) 정도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 5억달러 이상,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를 골라냈다. 여기서 870개사 가운데 285개사를 추렸다.
카카오뱅크의 빠른 성장성을 반영하기 위해 재무 유사성 조건도 검토했다. 2020년 기준 과거 3개년 영업수익 연평균 성장률(CAGR)이 15% 이상이며 2020년 영업이익 흑자를 시현한 곳 56개사를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사업 유사성을 검토했다. 카카오뱅크는 무점포·모바일 기반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구조상 카카오뱅크와 비교적정성이 떨어지는 전통 방식의 대면 영업 위주 금융회사, 특정 지역기반의 금융회사들은 제외키로 했다. 카카오뱅크가 아직 기업금융을 하지 않는 만큼 B2B 위주 기업도 배제됐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모바일 기반 여신 비즈니스 영업수익 비중이 20% 이상이고 B2C 금융플랫폼 비즈니스 영업수익 비중이 20% 이상 되는 곳을 뽑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로켓컴퍼니, 팍세그루디지털, TSC그룹, 노드넷 등 4개사가 최종 비교기업으로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뱅크에 적용된 PBR 7.3배는 이들 네 개 상장사의 현재 PBR을 단순평균한 값이다. 팍세그루디지털의 PBR이 8.8배로 가장 높고 TSC그룹이 8배, 노드넷은 7배, 로켓컴퍼니가 4.6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국내 상장사 중에 은행업 라이선스를 가지면서도 플랫폼 기능이 있고 성장성이 이렇게 높은 업태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카카오뱅크가 어떤 방식으로 예상 시총을 18조5289억원까지 인정받았는지 그 과정은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게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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