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02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는 곧 좌절과 눈물의 역사다. 1호인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주에서 33호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까지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20년, 선플라주의 개발기간(1990년부터 1999년까지)을 고려하면 30년이다.대략 1년에 하나 꼴로 신약이 나오는 과정에서 신약개발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아이콘은 단연 항암신약이다. 약물 개발 과정에서 필수인 임상을 진행하다 유명을 달리하는 임상 참가자도 적지 않다. 신약 개발사와 임상 담당자, 참가자 모두에게 지독한 적응증을 꼽을 때 첫손가락에 나온다.
대표적 난치병인 암 외에 국내 제약사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하는 적응증이 또 있다. 잘 알려진 난치병의 양대산맥 알츠하이머, 그리고 의외로 안구건조증이 여기에 꼽힌다. 안구건조증은 암이나 알츠하이머 등과 동일선상에 놓기에 무게감은 떨어진다 다만 신약 개발 제약사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점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적잖은 악명을 쌓았다.
시장 자체는 매력적이다. 딱히 지배적인 치료제는 없는 반면 미충족수요(언멧니즈)는 크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 또한 성장 가도에 있다. 다만 약물을 눈에 투입하는 구조로 효과를 입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안구 구조와 중력으로 약물이 눈가 아래에 쏠리고 치료 효과도 눈 하부에 집중되는 탓이다.
국내외 제약사들도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최근 안구건조증 개발 과정에서 분루를 삼킨 곳은 휴온스다. 개발중이던 복합 점안제 'HU-007'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HU-007은 기존 치료제들이 약물을 두 번에 나눠 투입하던 사용법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도록 개선했다.
휴온스는 HU-007외에 또 다른 안구건조증 파이프라인 HU-024도 개발중이었는데 이 또한 올해 임상 2상 시험을 자진 취하했다. 작년 임상 성공을 고려해 점안제 전용공장 건설을 하는 과감한 투자 계획도 세웠는데 그룹 차원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서 휴온스만 좌절을 맛본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작년 한올바이오파마, 2019년엔 삼천당제약 등이 후기 임상에서 난항을 겪었다. 신약 개발 좌절 사례를 구태여 기억하지 않으려는 업계와 시장의 경향 탓에 생소할 뿐이다.
휴온스의 이번 점안제 개발 도전과 품목허가 자진취하는 많은 것을 곱씹게 한다. 먼저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린 복합 점안제 개발과 임상은 시도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상 후퇴를 휴온스가 직접 결정내린 것도 의미가 있다. 임상 보완을 위해 용단을 내린 만큼 휴온스의 점안제 도전기는 실패의 역사에 머물러 있진 않으리라 본다. 그렇게 좌절과 눈물로 쌓아올린 국산 항암신약 기념비가 선플라주에서 유한양행 렉라자까지 총 7개로 늘어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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