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표 리치앤코 대표, 경영권 매각 '결단' 두 가지 이유 대표직 유지, MG손보·KDB생명 시너지 고려
이은솔 기자공개 2021-07-05 07:40:52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2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 JC파트너스의 법인보험대리점(GA) 리치앤코에 대한 투자가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 사실상 '경영권 딜'이 됐다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창업자인 한승표 리치앤코 대표가 회사에 대한 의지가 강해 경영권 지분을 넘기지는 않을 거라는 업계 관측과는 다른 결과였기 때문이다.내막을 보면 한 대표는 리치앤코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구주매출을 성사시키고 경영에 대한 영향력까지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감안해 JC파트너스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JC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MG손해보험, KDB생명보험과의 시너지 효과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리치앤코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투자유치를 시도해왔다. 그동안 한승표 대표가 최대주주로 사실상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빌드업 과정에서 한 번도 대규모 지분 투자를 받지 않았다.
기업형 GA는 본사에 경영전략, 인사부터 상품부서까지 보유해 연합형 GA보다 운영 인력의 규모가 큰 게 특징이다. 특히 리치앤코는 마케팅 법인을 통해 B2C(Business to Customer) 어플리케이션 굿리치를 운영하고 있어 지원부서 인력도 타사보다 많다. 마케팅과 ICT 인력만 120여명, 지원조직은 270명에 달한다.
사업 규모가 확장되면서 점차 외부 투자 유치 필요성이 커졌다. 온라인과 TV 광고를 통해 굿리치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오프라인 점포 개설에도 나섰다. 최대주주 개인의 투자금만으로는 운영이 쉽지 않은 상태에 다다랐다.
GA 업계 관계자는 "리치앤코가 지난해부터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속적인 확장을 위한 단계로 투자유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올해 초에는 BCK파트너스가 투자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에는 지분 100%에 대한 가격으로 2000억원대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속력 있는 제안은 없었고 논의가 오래 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치앤코는 한 대표가 경영권 지분을 유지하고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리치앤코의 창업자인 한 대표의 경영 의지와 애착이 강해 통매각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리치앤코 고위 임원은 당시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고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JC파트너스에 지분 50% 이상을 매각하는 딜 구조를 택했다. 완전히 지분을 털어내는 방식은 아니지만 GA 업계에서 당초 예상하던 것보다는 매각 지분이 컸다. 회사에 필요한 투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한 대표 개인에게도 우호적인 조건이 제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매각 후에도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JC파트너스는 리치앤코 인수 후에도 한 대표에게 경영을 맡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 인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계속 한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기 때문에 견제도 가능하다.
리치앤코 구주 매각 대금은 약 1000억원이 될 예정이다. JC파트너스가 꾸리는 펀드에 일부 재출자를 하더라도 한 대표 개인이 상당한 현금을 쥐게 된다. 지분을 남겨뒀기 때문에 향후 IPO를 통해 다시 성장의 과실을 수확할 기회도 남아있다.
JC파트너스와 한승표 대표 사이의 신뢰관계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리치앤코는 2019년 JC파트너스가 운용사(GP)를 맡고 있는 MG손보에 투자자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JC파트너스의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리치앤코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JC파트너스는 1년 전 MG손보를 인수했고 KDB생명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양사는 업계 하위권사지만 상품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원수보험사다.
장기적으로 영업 채널이 약한 양사의 설계사 조직을 리치앤코로 옮기고, 상위권 GA인 리치앤코가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제판분리'를 이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치앤코가 원수사를 일종의 계열사로 두고 이들의 판매조직도 흡수해 조직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치앤코 입장에서도 확장을 위해서는 영업 조직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런데 원수사 영업 조직이 통으로 리치앤코에 넘어오면 비용 없이 설계사를 늘릴 수 있어 상호 윈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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