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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일드 기로에 선 A-기업]중흥에 안기는 대우건설, 등급 상향 기대감 축소⑤인수자금만 2.1조, 외부 조달 확대 불가피…차입 부담 전가 우려도

오찬미 기자공개 2021-07-14 13:04:10

[편집자주]

신용등급 'A- '기업은 자본시장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지면 BBB급 기업으로 전락한다. BBB급은 엄연한 투자적격등급이지만 국내에서는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투자자군이 좁게 형성돼 있어 시장 접근성이 가장 떨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가장 큰 부침을 겪은 곳은 바로 BBB급의 바로 윗단에 있는 'A-' 기업이다. A급의 끝선에서 BBB급 전락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기업을 추려, 코로나19 이후 신용등급 방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2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등급 A- 대우건설은 올해 A0 상향 기대감이 컸던 이슈어(Issuer)다. 주택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고 해외 손실 규모가 축소되면서 리스크를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긍정적' 전망을 단 후 예상치 못한 전개가 눈앞에 펼쳐졌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BBB급 이슈어인 중흥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대주주 리스크가 고조됐다.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시너지'가 아닌 '마이너스' 결과로 이어져 자칫 신용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A 문턱 고조되는 중흥그룹 자금 부담…등급 변동성 '확대'

대우건설은 2017년 A-로 강등된 후 올해 첫 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지난 4년간 침체됐던 상황을 이겨내고 2020년과 2021년 EBIT/매출액이 6.9%, 11.8%를 기록하며 실적을 회복했다. 영업수익성(EBIT/매출액) 지표도 등급 상향 검토요건(EBIT/매출액 6% 이상)을 충족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도 크게 낮췄다.

그러나 '긍정적' 전망에 대한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3개월 만에 대주주 변동 리스크가 가시화됐다. A급 이슈어인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BBB급인 중흥건설그룹이 선정됐다. 이제 정밀 자산실사를 거쳐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는 과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인수가인 약 2조원에 운영자금 부담까지 감안하면 인수 후 중흥그룹 현금유동성과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BBB0 중흥건설이 A- 대우건설을 품게 될 경우 중흥건설과 대우건설 모두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

특히 중흥건설 계열의 자산 및 매출규모는 대우건설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번 인수 추진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중흥그룹은 주력 자회사인 중흥건설(BBB0, 안정적)과 중흥토건(BBB0, 안정적) 등 37개 계열사를 기반으로 2020년말 자산 규모가 9조2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대우건설은 15개 개열사를 토대로 2020년말 자산 규모가 9조8000억원이다.


중흥건설 그룹의 보유 현금은 약 7800억원으로 이에 비해 인수대금이 과중한 편이다. 인수 대금은 2조1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가량이 부족하다. 주택 분양 대금 유입을 통한 영업 현금흐름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외부 차입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인수자금 외에 운영자금 용도로도 조단위 자금을 확보하라고 지령을 내린 만큼 추가 조달 필요성도 높다. 중흥건설 그룹 컨소시엄은 아직 인수 자금 조달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은행 등에서 짧은 만기의 인수금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건설이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자금을 제외한 외부 차입은 단기 브릿지론으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 대출(Term Loan)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BBB급 이슈어인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그동안 공모채 시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대신 은행 대출과 PF대출로만 운전자금과 차환자금을 마련해왔다.

자금 갭이 큰 만큼 계열 전반에도 자금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 자금력이 있는 계열사들이 1조원 이상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안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지난해 기준 중흥토건이 현금성자산 약 5000억원을, 중흥건설은 14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자금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건설 지분인수로 중흥그룹의 현금유동성이 감소하고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산업은행 지배력 뗀 대우건설…BBB급 대주주 가능성, 자금조달 영향 고조

중흥건설의 재무안정성 훼손은 대우건설 신용도에도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용평가사는 대우건설에 '긍정적' 전망을 제시함과 동시에 향후 대주주 변경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건설이 단기적으로 우수한 영업실적을 기록해 모든 재무지표가 등급상향조정 검토요인을 충족한다고 해도 중흥그룹에 대한 경상적인 지원부담 확대로 재무적 융통성이 중장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우건설 자체신용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청약시장의 활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분양물량을 늘리면서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재무안정성을 개선해왔던 탓에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해외 현장의 손실 부담도 일단락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을 8.4%까지 높이며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익성지표를 달성했다.

2019년 1조6525억원에 달하던 순차입금도 2020년 1조2299억원으로 낮췄다. 순차입금/EBITDA는 2019년 3.3배에서 지난해 1.8배로 조정해 부담을 줄였다.

'A0'로 상향하기 위해 부채비율을 더 줄여야하는 숙제만 남겨놓고 있었다. 대우건설은 2020년말과 2021년 3월말 부채비율이 각각 247.6%, 243.6%로 등급상향조정 검토요인 부채비율(230% 이하)에 소폭 못미쳤다.

한국기업평가는 공사물량의 질적 수준이 제고되는 동시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금융비용 4.5배 이상, 부채비율 200% 이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등급상향을 검토하겠다고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시전영업이익(EBIT) 기준 영업이익률 6% 이상, 부채비율 230% 하회 등 요건이 충족될 경우 이를 상향 검토 시그널로 해석한다. 현재로서 대우건설은 양 평가사의 수익성 관련 지표만 충족한 상태다.

다만 인수거래가 완료될 경우에는 조건이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흥건설의 신용등급이 BBB0인 만큼 대주주 신용등급이 피인수회사인 대우건설의 신용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BBB급은 하이일드급 채권으로 분류된 만큼 금리 산정과 만기 구조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직간접적으로 대우건설의 재무융통성에 미치던 산업은행의 긍정적 요소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은 2021년 3월말 총차입금 2조2000억원 중 1조1000억원 가량의 차입금이 1년 내 만기를 맞는다. 산업은행의 영향력이 줄어 조달 조건 등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은 올 1월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자본시장에서 1100억원 규모의 최장 5년 만기 사모채를 발행했다. 4월까지는 공모채로 3년물 1500억원을 조달했다.

재무 부담을 상쇄하는 사업적 시너지 창출은 아직 가시화되지 못했다. 토목, 플랜트, 건축 등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대우건설과 달리 중흥건설계열은 주택 중심의 사업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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