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원 중견기업 녹색채권, 왜 인증의견만 받았나 낮은 신용도, ESG활동 부족 고려 추정…29일 발행 예정
이지혜 기자공개 2021-07-28 11:35:39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7일 0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지원 하에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중견기업들이 인증의견을 받았다. 신용평가사에서 인증평가를 받으면 인증등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기 드문 사례다. KDB산업은행이 전례없이 나이스신용평가에게만 의뢰했다는 후문도 돈다.낮은 신용도와 적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활동 등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KDB산업은행의 지원 하에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 중 1곳만 A급 신용도를 보유했고 나머지는 BB급이거나 무등급 기업이다. 자칫 녹색채권 인증등급이 낮게 나올 수 있어 인증의견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낮은 신용도·적은 ESG활동…등급 저하 우려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중견기업 녹색채권 인증평가를 나이스신용평가에게 의뢰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들 기업 5곳의 녹색채권을 인증의견으로 평정했다. 평정 결과 일제히 '부합(PASS)' 의견을 냈다.

SRI채권 인증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펀더멘탈이 약하다는 것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기에 SRI채권이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SRI채권 인증등급이 1등급만 있는 상황에서 중소·중견기업의 녹색채권이 2~3등급을 받으면 차라리 발행하지 않는 것만 못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이 이런 점을 고려해 나이스신용평가에 직접적으로 인증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이 앞서 SRI채권을 발행할 때와 달리 나이스신용평가만 방문했다는 말까지 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도 SRI채권 인증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은 공식적으로 인증등급만 내고 있다.
실제 KDB산업은행의 지원 하에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 중 SGC에너지만 신용등급이 A+로 투자등급에 해당한다. 서진산업과 모트렉스는 각각 BB+, BB-로 투기등급이고 단석산업과 디섹은 공시된 신용등급이 없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의 요청으로 계약시점이나 인증의견을 선택한 이유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 녹색채권 물꼬 트나
KDB산업은행은 이번 녹색채권 지원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부서가 공조하고 있는 데다 관련 내용을 기밀에 붙이고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발행시장부 등 여러 부서가 개입한 프로젝트”라며 “기존에 운영하던 회사채 차환지원 프로그램이나 환경·안전분야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친환경 정책은 중소·중견기업에게 장애물로 여겨졌다”며 “녹색채권을 발행하거나 녹색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다보니 경영부담만 가중됐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이 이런 애로사항을 고려해 신용보증기금의 P-CBO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중견기업이 사모채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KDB산업은행이 이를 총액인수해 유동화한 다음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중소·중견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이 활성화할 길이 열릴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녹색채권 지원사업에 참가할 기업을 공식적으로 모집하지 않았다. 대신 각 지점에 해당 프로그램을 알리고 적절한 기업을 추천받은 다음 그 기업에 녹색채권 발행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사업구조를 잘 아는 기업을 시범 지원함으로써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우려를 줄이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SGC에너지와 단석산업, 서진산업, 모트렉스, 디섹 등은 29일 녹색 사모채를 발행한다. 만기는 모두 3년물이며 발행규모는 100억~300억원 규모다. BB급 기업의 경우 조달금리가 2%대 후반으로 책정되는 등 시중 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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