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IRP로 '머니 무브' 시작됐다 [퇴직연금시장 분석/종합]상반기 IRP 6.6조 급증, 전년말 대비 19%↑…증권업권 매서운 확장, 미래증권 자금유치 ‘1위’
이민호 기자공개 2021-08-18 07:17:0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3일 10: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립금 증가폭이 예년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2020년 약 9조원이 유입됐던 IRP는 올해 상반기에만 6조6000억원을 끌어들였다. 세액공제 혜택과 금융상품 투자매력을 앞세워 업권을 막론하고 IRP 마케팅에 뛰어든 효과를 봤다.은행업권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증권업권의 추격도 두드러졌다. 증권업권은 압도적인 수익률을 앞세워 점유율을 꾸준히 가져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IRP 유치 성과에 힘입어 전체 사업자 중 적립금을 가장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IRP 적립금 40조 돌파…세제혜택·마케팅 효과 ‘뚜렷’
더벨이 은행·증권·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을 분석한 결과 2021년 상반기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근로복지공단 제외)은 260조36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과 비교해 8조508억원 늘어 3.2%의 성장률을 보였다.
제도별로는 IRP 적립금의 매서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IRP 적립금은 상반기 동안 6조6299억원을 끌어모으며 4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말 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19.3%에 이른다. IRP 적립금이 2019년 약 6조2000억원, 지난해 약 9조원 각각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IRP가 차지하는 비중은 15.8%로 여전히 확정급여형(DB)이나 확정기여형(DC)에 비해 작지만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2.2%포인트 가장 많이 늘어났다.
IRP 적립금은 가입대상이 일반 근로자에서 자영업자, 교사, 공무원, 군인 등으로 확대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연간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일 경우 납입액에 대해 최대 700만원(연금저축 합산)까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여기에 다양한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 퇴직연금 사업자들도 IRP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반면 DB 적립금은 151조7891억원으로 1.4% 오히려 감소했다. 상반기 동안 2조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DB가 차지하는 비중도 58.3%로 2.7%포인트 감소했다. DC 적립금은 67조5428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의 비중은 0.5%포인트 늘었다.
연중 적립되는 DC나 IRP와 달리 DB 적립금은 대부분 연말에 유입되는 반면 연초에는 퇴직급여로 유출된다. 이 때문에 매년 상반기만 고려하면 DB 적립금 증가세는 일반적으로 부진하다. 하지만 이같은 계절적 요인을 배제하더라도 다양한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DC 선호도가 증가하며 DB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증권업권 매서운 추격…미래증권 유입액 ‘깜짝’ 1위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주도하는 구도가 이어졌다. 은행업권은 상반기 동안 4조6384억원을 유입하며 적립금 규모가 135조원을 돌파했다. 은행업권 점유율은 51.9%로 0.2%포인트 늘었다. 전통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퇴직연금 자금 특성상 은행업권의 입지는 여전히 공고하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증권업권의 매서운 추격이 두드러졌다. 상반기에만 4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으며 적립금 규모가 5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말 대비 증가율은 7.6%로 은행업권이나 보험업권을 크게 앞선다.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면서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비중이 높은 증권업권으로의 유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증시가 우호적인 흐름을 보였던 점도 자금 유입을 부채질했다. 올해 6월부터는 대부분 증권사가 IRP에서 운용관리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0%로 없앴다. 마케팅 효과는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보험업권 적립금은 전체 업권 중 홀로 5000억원 이상 감소하며 70조원 아래로 하락했다. 점유율도 26.8%로 1.0%포인트 낮아졌다. 보험업권은 안정성을 내세우는 은행업권과 수익성을 강조하는 증권업권 사이에서 유입 유인을 제시하지 못하며 점유율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사업자별로 보면 적립금 유입규모 상위에 은행업권이 대거 안착한 가운데 증권업권에 속하는 미래에셋증권이 ‘깜짝’ 1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동안 1조8474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적립금 규모로 따지면 14조8914억원으로 전체 사업자 중 7위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증권은 DC와 IRP 모두에서 적립금 유입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DC의 경우 2위 IBK기업은행(4023억원)의 2배 이상인 8528억원을 끌어들이며 주목받았다.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KB국민은행이 1조1424억원을 유치하며 2위에 올랐다. KB국민은행은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 IRP에서 미래에셋증권 다음으로 많은 1조180억원을 유입하면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의 적립금 규모는 24조8154억원으로 전체 사업자 중 3위에 해당한다. 이어 하나은행(1조702억원), 신한은행(7994억원), IBK기업은행(7303억원), 삼성증권(7164억원) 순으로 적립금 유입규모가 컸다.
◇증권업권 수익률 압도적…신영증권 DB·DC·IRP ‘3관왕’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최근 1년(2020년 7월 1일~2021년 6월 30일) 수익률을 살펴보면 DC와 IRP에서 5%대 단순평균 수익률을 기록하며 예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IRP가 5.63%로 가장 높았고 DC는 5.06%였다. DB는 1.91%를 기록했다.
모든 제도에서 증권업권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증권업권 IRP 수익률은 10.02%로 전체 업권과 제도를 통틀어 압도적으로 높았다. 증권업권은 DC와 DB에서도 각각 9.69%와 2.51%로 다른 업권보다 우수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증권업권 특성상 퇴직연금 수익률은 증시 흐름에 연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8년의 경우 증시 부진으로 DC와 IRP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이어진 증시 호황이 퇴직연금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별로는 신영증권이 DB, DC, IRP 모두에서 수익률 1위를 달성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에도 모든 제도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신영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732억원으로 전체 43개 사업자 중 37위에 해당할 만큼 크지 않다. 상반기 동안에는 1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영증권은 보유 적립금을 계열사인 신영자산운용의 퇴직연금 펀드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시 흐름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특히 올해초 신영자산운용이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가치주에서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인 것이 신영증권 퇴직연금 수익률 상승에도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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