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관 돋보기/수협증앙회]공적자금 상환 '박차', 노량진 부지 팔까 말까⑤내년까지 8000억 마련 필요, 알짜자산 부동산뿐…수협 "정해진 바 없다"
류정현 기자공개 2021-08-23 07:46:50
[편집자주]
국내 수산업 발전을 위해 출범한 수협중앙회는 그동안 협동조합으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최근에는 신용사업 분리와 공적자금 상환 이슈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조직 규모에 비해 외부에 알려진 사안은 극히 일부다. 내년이면 출범 60주년을 맞이하는 수협중앙회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향후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0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중앙회는 2022년을 끝으로 남아있는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본래 2018년을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한시라도 빨리 부담을 털어내고 본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문제는 상환시점을 바짝 앞당기면서 재원 마련도 시급해졌다는 점이다. 수협은행의 배당금, 수협중앙회의 자체 수익 및 잉여금, 충청사옥 매각 등 다방면에서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약 5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옛 노량진수산시장 유휴부지의 매각을 통한 상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촉박해진 공적자금 조기상환 레이스, 내년까지 5000억 더 마련해야
수협중앙회는 수협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공적자금을 털어내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어촌 고령화 및 인구감소,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배출 등 수산업 전반에 과제가 산적함에도 공적자금 상환에 치여 관련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최근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수협중앙회는 천안연수원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공적자금 상환을 오는 2022년까지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대부분의 조합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됐을 만큼 내부적으로도 의지가 큰 상황이다. 본래 약 7년이었던 상환 기간이 당장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현재까지 남은 공적자금은 약 8183억원이다. 총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2017년 127억원을 납부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상환에 들어갔다. 이후 2018년 1100억원, 2019년 1320억원을 상환했다. 지난해와 올해도 각각 501억원, 350억원을 갚아나갔다.
수협중앙회도 자체적인 계획을 실행하고는 있다. 일단 수협중앙회의 충청청사 매각대금이 있다. 수협중앙회는 올해 2월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충청청사를 처분했다. 금액은 약 12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청사 근처에 위치하고 있고 지하철역과도 거리가 가까워 알짜배기로 꼽히는 곳이다.
수협은행의 배당금과 명칭사용료도 주요 재원 중 하나다. 수협중앙회는 바젤Ⅲ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신용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수협은행을 세웠다. 애초에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쪽이 신용사업부문인 만큼 공적자금 상환 주체도 수협은행이 맡게 됐다. 수협은행이 매년 수협중앙회에 배당금을 지급함으로써 이를 실행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자체적인 순이익과 잉여금도 상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협중앙회는 상호금융과 공제사업을 통해 자체적인 수익원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은 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노량진 부지, 빚 상환 핵심 수단 거론…매각 여부 '촉각'
문제는 이러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도 잔금 8183억원에는 못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협중앙회가 쌓은 이익잉여금은 3331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내년까지 4800억원가량을 더 모아야 한다. 충청사옥 매각자금, 수협은행으로부터 추가적으로 받을 배당금을 감안하더라도 넉넉하지는 않다.
특히 수협은행의 배당금은 최근 급감하고 있다. 아울러 비은행 자회사 5곳의 실적도 녹록지 않다. 수협중앙회 자체 수익이 늘고는 있으나 이를 포함하더라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수협중앙회도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수협은 지난 2001년 농수산물유통공사로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을 1494억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동작구청이 이를 대신 맡아 관리하고 있다. 야구장과 축구장, 육상트랙 등을 설치해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했다. 아직 개발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빈 땅으로 둘 경우 보유세, 종합부동산세 등 막대한 규모의 세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각 가능한 유휴부지 규모는 약 4만8332㎡다. 올해 기준으로 해당 부지 근처(노들로 688)의 단위면적 당 공시지가는 약 744만원이다. 공시지가가 통상적인 실거래가보다 낮다는 점, 추후 개발이익 등을 감안하면 이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매각이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로 해당 부지는 입지가 좋아 부동산 가치는 매우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강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가 여의도를 비롯한 주요 업무지구와도 가깝다. 근처에는 노량진역이 접해있고 바로 앞에 올림픽대로도 지나는 만큼 여러 지역으로의 이동에도 편리하다.
다만 수협중앙회는 노량진 유휴부지 매각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진행하던 개발계획도 있는 데다가 노량진 부지 매각이 아니더라도 자체적인 재원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자금 조달은 어떤 방법을 채택하느냐의 문제이지 조달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사실 몇 천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조 단위가 오갈 수 있는 자산을 (섣불리)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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