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승계 앞둔 이랜텍, RCPS 상환권發 부담 커졌다 [유증&디테일]③발행사 우호적 조건, 주가 상승 '시그널' 작용…이해성 사장, 재원 마련 고심
방글아 기자공개 2021-08-30 08:20:22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대폰용 케이스 업체 '이랜텍'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향후 오너 2세의 승계 부담은 커졌다는 관측이다. RCPS를 인수한 투자자가 상환권을 포기하고 이랜텍의 성장성에 베팅, 시장에 주가 상승 신호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를 위해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이해성 사장 입장에선 필요 자금이 그만큼 늘어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이랜텍은 최근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엔브이메자닌플러스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대상으로 의결권부 RCPS 381만8251주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한다. 이 RCPS는 이르면 내년 9월 보통주로 상장·유통이 가능하며, 발행주식총수(2529만1210주) 대비 15%에 이르는 물량이다.
이번 RCPS는 이랜텍과 도미누스PE가 각각 상환권과 전환권을 나눠 갖는 구조다. 이로 인해 통상적인 회계처리 방식과 달리 이랜텍 장부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잡힌다.
이랜텍이 주식가치 희석을 자연 동반하는 재무활동을 추진하지 않는 한 리픽싱(전환가 조정)도 불가능하다. 주가의 단순 변화에 전환가액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식분할이나 무상증자, 할인가 적용 유상증자 등 이례적인 경우에만 하향 조정할 수 있다. 이랜텍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도미누스PE의 투자 결정은 시장에 이랜텍 주가 상승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다 할 보호장치 없이 사모펀드가 300억원을 베팅한 것은 현재 이랜텍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번 RCPS 사모 증자 결정을 공시한 지난 13일 당일 이랜텍 주가는 전일대비 2.56% 오른 84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소폭의 등락은 있었지만 8000원 안팎에 안착한 모양새다.
주목할 부분은 승계에 대비해 지분을 사모으고 있는 이해성 이랜텍 사장의 행보다. 주가 상승은 지분 매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재 도미누스PE의 잠재 지분(15.00%)에 못 미치는 252만9073주(10.00%)를 보유 중이다. 도미누스PE 잠재 지분율을 넘어서려면 128만9178주,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려면 최소 336만5743주가 더 필요하다.
장내매수 방식을 통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275억원으로 추산된다. 부친인 이세용 대표로부터 지분을 직접 증여받더라도 세금 부담이 적잖다. 이랜텍 매출이 중소기업 가업상속 공제 상한선(3000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어 오롯이 부담을 져야 하는 탓이다. 세법상 최대주주의 지분가치를 평가할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도록 해 할증세율까지 적용한다. 증여대상이 될 이 대표 보유 지분 가치는 이 프리미엄을 제해도 480억원에 달한다.
실제 세부담 탓에 증여주식을 반납한 전력도 있다. 이 사장은 대학을 마치고 이랜텍에 합류한 직후인 2007년 부친으로부터 101만3200주(9.11%)를 증여받고 이듬해 100만주를 되돌려줬다. 2010년 일부(74만740주, 5.49%)를 추가로 재증여받은 후 자체적으로 지분 매집에 나서 왔다.
재원은 이랜텍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등을 활용하고 있다. 작년 3월의 경우 이랜텍으로부터 10억원을 대여받아 주당 3000~3200원 선에서 28만2547주(1.29%)를 매입했다. 지난해 말에도 저공 주가 흐름을 십분 활용, 기존에 발행된 6회차 전환사채(CB)에 붙은 콜옵션을 동원해 20억원으로 55만주(1.77%)를 추가 확보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의 향후 지분 매집은 도미누스PE의 엑시트(Exit) 시점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미누스PE가 전환권을 전량 행사해 발행주식총수의 15%에 달하는 이랜텍 주식이 시중에 풀리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도미누스PE와 블록딜을 체결해 지분을 일시에 늘리는 방안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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