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Story]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 로고를 달기까지논란 속 컨소시엄 결성으로 재원 해결, DICC 이슈 해소…빅 딜 '마침표'
박기수 기자공개 2021-09-13 10:44:44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13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까지의 과정을 밟아 올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있었다. 최근 두산그룹이 중후장대 사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정체성을 전환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연초 두산중공업발 유동성 위기가 없었다면 굳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이 시점에 시장에 내놨을까 하는 질문에는 업계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다시 말해 한 그룹의 생존 위기가 이번 딜을 만들어 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지난해 4월, '모든 계열사 매각 가능'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과감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었던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두산밥캣은 제외였다. 이점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흥행할지 여부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두산밥캣을 제외한 인프라코어가 과연 인수할 만한 매력이 있는 매물인가'하는 류의 의심이었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자회사인 DICC에 걸려있는 사모펀드와의 소송 리스크도 있었다. 2011년 IMM PE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와 함께 DICC가 3년 내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업황 악화로 IPO가 어려워지면서 FI들은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이가 무산됐고, FI들은 '두산이 매각 절차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8년 초 DICC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향방이 어찌됐든 판매자인 두산중공업과 당사자인 두산인프라코어, 혹은 원매자 측에서도 현금 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였다. 또 이런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목됐었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이 등장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 딜이 어떻게든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인수설이 돌던 초기에는 "인수 계획이 없다"며 심리전을 펼쳤던 현대중공업그룹이었지만, 업계는 그룹 계열사이자 두산인프라코어와 경쟁 관계에 있었던 현대건설기계와의 시너지 효과를 언급하며 그 누구보다 유력한 원매자로 꼽아왔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이 입장을 바꾸고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결국 업계의 예측은 들어맞은 셈이 됐다.
관건은 '돈'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직(10일 현재)까지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일부를 아람코에 매각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하는 등 기존 자산을 유동화하면서까지 재원 마련에 나선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대형 매물'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이 혼자 감내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너무 컸다.
이때 현대중공업그룹에 친숙한 이름인 'KDB'가 재등장했다. 이번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파트너였던 KDB산업은행이 아닌 산은의 100%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였다. 현대중공업그룹과 KDBI가 컨소시엄을 맺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했다.
이는 업계의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KDB가 팔고 KDBI가 사느냐'는 식의 논란이었다. 구조조정 중인 두산그룹은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자회사이자 유한책임사원(LP) 자격으로 있는 KDBI가 인수전에 참여하면서사실상 '셀프 매각'이 이뤄졌다는 업계의 시선이 쏟아졌다. LP는 GP의 업무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산은은 표면적으로 KDBI의 의사결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지만, 산은이 매각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졌다.

논란과 함께 등장한 현대중공업그룹-KDBI 컨소시엄은 사실상 이 딜을 끝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중공업그룹 외 유진기업과 적지 않은 대형 사모펀드 등도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다만 국책은행 관계사가 대형 SI와 손을 잡으면서 경쟁자들은 인수 의지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에서는 "이럴거면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지 뭐하러 공개 경쟁의 절차를 밟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식의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수를 위해 지주사 산하에 '현대제뉴인'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주체를 '현대제뉴인'으로 삼았다. 또 지주사 보유 현대건설기계의 지분을 현대제뉴인으로 넘기면서 건설기계 사업의 지배구조도도 정립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말 현대제뉴인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됐던 DICC 리스크가 8월 해소됐다. 두산중공업이 FI가 보유한 DICC 지분 20%를 305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중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보유 지분율만큼인 915억원 부담했다. 컨소시엄(재원)·공정위 승인(절차)·DICC 이슈(소송 리스크)까지 모두 해결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드디어 품게 됐다. 거래 대금은 8500억원, 제반 비용과 두산중공업의 DICC 분담금 등을 제외하면 약 69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0일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명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변경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두산그룹이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후 16년 만의 사명 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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